6개월 차 주린이 루틴
내가 아직 어렸을 무렵. 나의 고모부는 주식으로 전 재산이었던 11억을 날렸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우리 가문에는 ‘주식 금지령’이 내려졌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내게 세뇌인지 협박인지 모를 당부를 계속했다.
주식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절대 하지 말라고. 혹시라도 주식 투자를 하다가 들키면 호적에서 파 버릴 줄 알라며. 오직 스스로 땀 흘려 정직하게 번 돈 만이 내 것이고 의미 있는 것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곤 하셨다.
실제로 그 협박은 무척 효과적이었다. 아빠 앞에서 살면서 절대로 주식 투자는 하지 않겠다며 맹세한 이후, 실제로 나는 거의 20년을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주식 쪽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살아왔으니까.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는 지인들도 여럿 있었고, 그들 중 더러는 큰 수익을 얻은 경험담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무용담은 내게는 부러움보다는 공포로 다가왔다. ‘정말 간도 크네.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데. 나는 무서워서 절대 못 할 거야. 주식 투자는 도박이나 다름없어.’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아버지에겐 비밀로 매달 아버지 보험비를 주식투자로 벌어서 지불하고 있다.
사실, 불과 6개월 전 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식 거래를 한 지는 6개월이 되었지만, 사실 주식 계좌를 만든 것 자체는 그보다 조금 전의 일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번 지 어느덧 꽤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재테크다운 재테크라는 것에 대해서는 지식도 노하우도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매달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으로, 내가 이 날 이 때껏 하고 있던 경제 활동 중에서 그나마 제일 ‘재테크’스러웠던 건 20대 중반 사귀던 남자친구의 삼촌에게 얼레벌레 들은 월 30만 원짜리 연금보험 하나뿐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오직 근로 소득만이 정직하고 의미 있으며, 진정 ‘내 것’으로 남는 소득이라고 가르치셨다. 그렇지만 30대 중반이 다 되어가도록, 월급은 흘러나갈 뿐이오, 벌어도 벌어도 내 손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뒤늦게 ‘재테크’라는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나는, 평소에 알뜰살뜰하게 돈을 잘 불리는 부지런한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내게 P2P를 권하며 건실한 업체 하나를 소개해 줬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액의 목돈으로 P2P 투자를 통해 적금 수익률 이상의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첫 P2P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원금과 수익금을 함께 수령했을 땐, ‘돈 놓고 돈 먹기’라는 것을 처음 체감했다. 근로 소득과는 다른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아니라 내 돈이 분신이나 식신처럼 나름의 자아를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 자산을 불려 온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나는 한동안 P2P 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주로 P2P 투자를 진행하던 업체에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다. 돈으로 돈을 불리는 기쁨을 알아버린 나로서는, 흘러야 할 곳 없이 내 잔고에 고여 있는 내 돈이 답답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얘네를 어떻게든 굴려줘야 할 것 같은데, 일반 정기예금이나 적금 같은 데에는 넣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른 재테크에 정통한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중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평소에 주식 투자를 그렇게 경원시했으면서, 왜 그 말에 갑자기 확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삘 꽂히면 실행력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나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그 날로 당장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당시 가지고 있던 여윳돈으로 삼성전자와 카카오 주식을 나눠서 각각 샀다. 일부 목돈은 따로 빼서 금 현물 계좌에 넣어 금을 사 두었다. 그리고 이후로는, 월급날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 주식을 1주씩 적금 대신 샀다.
주식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삼성전자’와 ‘카카오’라는 두 우량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는 나의 주식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었다. 평소에 내가 두 회사의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감이 들었고, 월급의 일정 부분을 떼어 주기적으로 1주씩 꾸준히 사는 정도라면 스스로 도박성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기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기업 자체가 5년 후, 10년 후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고!)
그렇게 작년 가을에 처음 주식 계좌를 개설한 이후, 나는 아주 소극적으로 주식에 발을 담고 있었다. (사실 이것은 투자라고 하기도 애매하긴 하다.) 삼성전자와 카카오 외에는 다른 종목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매일 주식 어플에 로그인하지도 않았다. 그저 일주일에 한두 번씩 MTS 어플을 켜 봤을 때 수익률 % 와 미실현 손익으로 나와 있는 액수를 보면 그것만으로도 내 자산의 일부가 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나는, 갑자기 작년 11월의 어느 날을 계기로 적극적인 ‘주린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첫 시작은 아시아나였다. 주식경력 N년차인 나의 친구 한 명은 우리가 알고 지낸 2,3년 동안 내내 나를 주식에 입문시키고 싶어 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세뇌되었던 나는 그 친구의 유혹이 악마의 유혹이라도 되는 것처럼 항상 뿌리쳐내곤 했다). 그러나 내가 꼼짝도 하지 않아, 그는 나름대로 그 꿈을 포기한 것 같았다. 그랬던 그 친구에게 ‘주밍아웃’을 했을 때,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며 내게 말했다.
이때의 나는 ‘단타’라는 말도 모르는 주식 신생아 수준이었다. 친구의 말인즉슨, 아시아나가 현대에 인수될 거라는 뉴스가 뜰 테니 오전에 아시아나 주식을 미리 사두면 금방 오를 때 팔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게 바로 우리 아버지가 내게 귀가 닳도록 말해 왔던 도박성 매매 아닌가? 싶었지만 소액으로 들어가 보는 건 경험 삼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시 아시아나IDT의 가격은 18,000원이었다. 나는 일단 20주만 담아 보았다. 그런데 웬걸, 사자마자 1,2시간 만에 바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곧장 19,000원이 되길래 나는 ‘이만하면 된 거 아닌가?’하고 팔아버렸다. 수수료와 제세금을 제하고 나니, +15,000원이라는 숫자가 ‘실현손익’ 란에 찍혀 있었다.
주식 계좌를 개설한 이래로 처음 보는 ‘실현손익’이었다. 2시간 만에 15,000원을 벌다니! (물론 아시아나IDT는 내가 팔아버린 직후 20,000원을 넘어 저만치 날아가고 말았지만, 당시의 내게는 그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두었으면 그대로였을 돈이 순식간에 15,000원이 불어난 것이다.
나는 ‘단타’라는 매매 기법에 매력을 느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스스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지만, 그래도 일단 그때까지 내가 갇혀있었던 소극적인 매매 패턴을 고수하기보다는, 조금의 여유자금을 더 투입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트레이딩을 해 보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6개월 간, 나는 여러 종목을 단타, 스윙, 테마주 등등 다양한 매매 기법을 체험하며 6개월차 ‘주린이’로 성장했다.
기존에 조금씩 매집하던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포함하여, 총 씨드금 1,000여 만원으로 6개월 간 올린 실현 손익은 이번 주로 300만 원을 돌파했다.
주식으로 꾸준히 돈을 굴린 덕분에 6개월의 시간 동안 30%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수익은 결코 수월하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사이에는 무척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최근의 6개월은 막 시장에 뛰어든 ‘주린이’로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익스트림한 상황들이 몰려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 또한 실제로 1-2월 무렵엔 연습 삼아 매매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며 자신감을 획득했지만, 곧이어 3월부터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경제 위기와 시장의 침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허둥대던 시기도 있었다 3월 19일 무렵 코스피 지수가 1,400대를 찍었을 때는 특히 힘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는 내가 4월 한 달 동안 지난 6개월 중 가장 큰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주식을 하면서 지갑은 빵빵해지고, 활기가 생겼지만 한 편으로는 ‘온/오프’가 없이 끊임없이 모든 일에 생각의 촉수를 기울여야 하는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흰머리도 부쩍 늘었다.
그렇지만, 나는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부수입을 창출하고 있으며, 오히려 ‘왜 이 좋은 걸 이렇게 늦게 시작했을까! ’ 하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주식 투자에는 많은 유익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부터 쓰려는 글은 주식과 사랑에 빠진 6개월 차 주린이의 ‘주식 투자 진심 영업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이 나이를 먹도록 재테크의 '재'자도 몰랐던 사람이다. 나는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씻어낼 수 없는 ‘선비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고, 돈을 탐내고 그것에 욕심내고 안달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왠지 품위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해왔다.
사실 마음 한 켠에는 재테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늘 은밀하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목돈도 없고, 금융 지식도 전무하다시피 한 내겐 뭔가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것처럼 느껴졌다. 경제 용어 책을 읽어도 너무 어렵게 느껴졌고, 경제 신문을 꾸역꾸역 억지로 읽어봐도 금융 문맹인 내겐 절반은 모르는 말 같았다.
그랬던 내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제일 먼저 경제 뉴스를 찾아보게 된 것은 오로지 주식 투자 덕분이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니, 기업들과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밤에도 아침에도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오직, 돈이 움직이는 흐름을 알아야 돈을 벌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평생을 살아오도록, 나는 내가 이렇게 ‘돈’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증권 계좌에 매일매일 실현 손익이 찍히는 게 행복했고, 돈을 착실히 불리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인지 미처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주식 투자는 본인이 잘했을 땐 ‘월급’ 외의 유동적인 수입이 생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 고정적인 입금 액수가 정해져 있는 월급과는 달리 그것은 나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금액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유동성이 나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주식 투자로 돈을 따로 벌고 나서야, 아이러니하게도 월급 외에 돈을 10원이라도 더 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닫고 쓸데없는 지출을 자제하게 되었다. 나의 일 실현 손익 목표는 일 5,000원 - 10,000원인데, 이는 매일 마시는 커피 값이나 점심 한 끼 값이다. 때문에, 예를 들어, 일 실현 손익이 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날에는 굳이 커피를 사 마시지 않는다던지, 저녁밥을 외식하지 않고 집에 있는 재료로 해결한다던지... 그렇게 하루 주식으로 번 만큼 쓰고, 벌지 못한 날은 그것을 의식해서 자체적으로 절약하게 되었다. 월급은 월 단위로 꽂히는 돈이라 구체적으로 내가 그중 얼마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와 닿지 않지만, 주식으로 인한 수익은 매일 일정하게 버는 액수가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선명히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준으로 소비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식 실현 손익을 기준으로 소비를 하게 되니, 돈을 번 날은 밥 한 끼를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왠지 내 돈을 쓴 거 같지 않다. 주식으로 번 꽁돈으로 끼니나 커피를 해결하는 기분이랄까? 때로는 그런 식비, 커피값 등의 소비 계획이 그 날의 ‘일 실현 손익’ 목표를 세우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ex. 오늘은 직장 동료에게 커피를 쏘기로 한 날이니, 10,000원은 벌어야겠는데?)
그리고 주식의 실현 손익으로 번 돈을 쓰면, 그 날 하루는 내 월급은 건들지 않은 게 된다. 내 돈은 그대로 두고, 주식으로 돈을 따서 쓰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게 기분상으로도 무척 좋고, 매일의 소비를 의식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월급을 절약하게 되고, 그 절약한 월급으로 씨드를 확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돈도 벌면서, 동시에 절약하는 습관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 시 나의 모토는 ‘1일 1 익절’이다. 이 또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정해진 것이긴 한데, 일단 나는 아무리 미실현 손익이 몇십만 원 있고, 심지어 다음날 더 큰 수익이 기대된다 하더라도 그 날의 실현 손익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1,000원이든 500원이든,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 실현 손익이 +인 경우 내 기분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일 실현 손익 목표는 매일 5,000원-10,000원이다. 주식 투자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정도면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나는 아무리 시장이 좋지 않더라도, 하루에 이 정도는 벌 수 있게 늘 포트폴리오를 세팅하고 있다. 때문에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실현손익을 -로 끝낸 날은 채 3일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매일, 50원, 100원이라도 꾸준히 수익을 낸 그래프를 보면 기분이 무척 좋다.
예전에 알프스 산맥에 있는 무척 높은 산을 올랐던 적이 있다. 다만, 산을 오르는 내내 길의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 같은 느낌이라 내가 산을 오르고 있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올라간 뒤 뒤돌아 봤던 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나의 주식 투자 또한 그러한 산행을 닮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누구 코에 붙이냐, 감질나는 수익이다’고 생각하며 나를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일매일, 만약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거저 생기지도 않았을 푼돈을 조금씩 모아가는 재미와 그것이 주는 성취감에 푹 빠져 있다.
매일 돈을 벌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월급에만 매여서 생각하던 경제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만약 내가 주식으로 매일 어느 정도 월급 외로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하지 못했더라면, 아버지에게 월 몇십만 원짜리 새로운 보험을 들어드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정작 아버지에겐 내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만, 트레이딩을 몇 년 더 해 보고 씨드를 조금씩 늘리며 경험치를 늘려 나간다면, 당장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큰돈을 벌 수 없더라도 5년 뒤, 10년 뒤의 나는 확실히 지금의 나보다 자금의 규모도, 노하우도, 수익금의 규모도 더 성장해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든다.
또한, 지난번 글에서 썼듯이 내가 내 수입의 ‘월급 외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도 무척 고무적이다. 오로지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나의 상태 자체가 내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 왠지 모를 우울감을 드리웠다면, 주식 투자로 인한 수익 성취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 자존감을 높여주고 우울감을 없애 준다.
그리고 이건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지만, 만약 내가 당장 회사에서 잘린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연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노후 대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주제에, 이건 할머니가 되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면 시장이 내게 수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대책 없는 ‘자뻑’이 생긴다.
돈을 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우울감이 사라지고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긴 하지만, 뭐 어떤가.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난 돈이 너무 좋다. 그걸 좀 더 일찍 솔직하게 인정했더라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내가 시장을 경험하며 보낸 지난 6개월은 정말 드라마틱한 사건들 그 자체였다. 지금 언뜻 그 시간들을 되짚으며 생각나는 사건들만 봐도, 코로나 19 창궐, 코로나 19 키트 생산, 재택근무, 개학 연기, 동학 개미 운동, 유가 마이너스 사태, 김정은 건강 이상설, 최근의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까지...
주식 투자를 하기 전의 나였다면 그냥 이런 뉴스들을 단순한 ‘뉴스’로 소비하고, 그것이 나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 트레이딩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나의 모든 하루가 뉴스로 가득 찼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이상하게 이전처럼 피곤하지 않다. 분명 집-회사-집-회사만 오가며, 자극적인 거라곤 오직 뉴스밖에 없는 삶은 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뉴스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도와 몰입도가 달라져서일까? 매일매일 터지는 일들이 어떤 예능보다도 재미있고, 어떤 책보다도 집중이 잘 된다.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내가, 뉴스를 보고, 기업에 대해 찾아보고 끊임없이 읽고 정보를 수집하는 모든 과정들에서 지루함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난 공부를 너무 많이 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어른이 됐으니 앞으로 남은 반평생은 절대 공부도 안 하고 시험도 안 보고 놀 거다’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아주 자발적으로 매일매일 눈이 빨개지도록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역시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식 투자는 흔히들 ‘심리전’이라고 한다. 보통은 ‘심리전’이라고 하면 타인과의 기싸움이나 심리 싸움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 ‘심리전’의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련한 전문가들은 차트의 흐름이나 거래량, 뉴스 등의 정보를 총체적으로 종합해서 투자자별 심리를 읽어내고 그것을 통해 승산을 잡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한 명의 미숙한 주린이일 뿐이다.
지난 6개월 간의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시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 주린이로서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 특정 이슈가 터져서 어떤 종목이 수혜를 볼 때도, 사람들이 말하는 ‘세력’이 붙었다는 종목의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를 볼 때도. 까막눈에 가까웠던 나는 고수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심리 싸움을 하기보다는 그저 ‘부화뇌동하지 말고 스스로의 멘탈 간수나 잘 하자’는 판단을 내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주식 투자를 하는 과정은 마치 '나'라는 사람을 끝도 없이 파악하는 과정 같다. 매수, 매도를 할 때도, 매매일지를 쓸 때도, 종목을 적절히 정리하거나 씨드를 넣었다 뺐다 하는 사소한 모든 과정은 오직 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이뤄지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시의 내 심리 상태다. 나는 자아를 분리하여 나 자신을 감시해야 한다. 혹여나 조급증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 감정적인 판단에 치우치진 않았는지. 크게 익절을 한 날에는 혹여라도 자만하여 마음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조금 더 가혹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쭐대지 마! 초심자의 행운일 수 있어!)
그렇기에 나는 주식이 참 재미있다. 다른 사람들과도 이성을 무기로 겨루면서 나 스스로의 감정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매매일지를 쓰면서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 스스로를 타인처럼 분석하며 꾸준히 객관화해야 한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끊임없이 복기하는 과정은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어찌 됐든 주식 투자는 ‘결정’의 예술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주식 투자를 하며 스스로에 대해 파악하는 과정이 내 인생에서 다른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렇게 쌓아 온 매일의 습관이 분명히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난 6개월 간 '주린이'로 살아오며 절감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시장 상황이나 주변의 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멘탈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세우기 위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투자 성향 또한 자연히 드러나게 되어있는 것 같다.
나는 몇 년간 주식을 해서 몇백만 원을 몇십억으로 불린 '슈퍼 개미'도 아니고, 유튜브를 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도 아닌 그저 어쩌다 운때가 맞은 개미투자자일 뿐이지만,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만의 ‘주식 투자 10계명’을 공유하고자 한다.
처음에 증권 계좌를 만들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두 가지였다.
1) 내가 사는 지역에 지점이 있는가?
2)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가?
나는 별 고민 없이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유안타 증권에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잘 매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가끔 지인들과 주식 얘기를 할 때, 매일 소소하게 익절하고 적은 비중으로 분할매수/분할매도를 반복하는 내 매매 스타일은 종종 지인들의 우려 섞인 궁금증을 유발한다.
나로서는 저 질문 자체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가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분할매수/분할매도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고, 씨드도 작고 버는 수익도 크지 않은 편이라 이익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수수료와 제세금을 다 합쳐 봤을 때, 일 실현 손익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출한 적도 있다. (평소에는 5-10% 정도 선)
그렇지만 나는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어쨌든 ‘계좌’를 통해 내가 가진 여유 자금으로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해줄 수 있도록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인데 그 몇십 원, 몇백 원, 몇천 원 정도는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수수료가 아까워서 ‘한 방에’ 팔려고 매수/매도 횟수를 줄이려 매매 타이밍을 잡느라 매도 시기를 놓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떤 전업 투자자가 부지런히 매매건수를 늘리며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것이 결국은 증권사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설사 그렇다 한들 어떻단 말인가. 아직은 내 씨드나 매매 규모가 작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는 그저 수수료를 떼어가도 괜찮으니 앱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공포의 3월,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용어가 흥할 정도로 수많은 주식 신규 증권 계좌가 개설되었고, 그 계좌들은 주로 수수료가 싸거나 무료 혜택을 주는 일부 증권사에 몰렸다. 수수료 무료나 수수료가 저렴함을 어필했던 앱들은, 매수를 들어가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접속자가 확 몰려 랙이 걸리거나 입금이 지연되는 등 소소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에 비해 나는 지금 사용하는 유안타 어플의 쾌적함에 무척 만족하는 편이다. 유안타 앱의 MTS앱 t레이더는 모바일에서도 증시 현황 / 기업 정보 / 뉴스 / 애널리스트 리포트들을 모아 보기 쉽게 되어 있다. 외국인/기관 등 주요 투자자들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세력 MRI 메뉴나, 섹터별 분류나 계절에 따른 테마 목록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아침마다 이메일로 도착하는 레터도 마음에 든다. UI도 깔끔한 편인 데다, 매수/매도가 체결되면 알림이 와서 ‘정찰병’을 걸어두고 업무를 보기에도 편하다. 나는 유안타 증권 앱 자체가 내 성공적인 투자에 기여하는 지분이 상당히 크며,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나의 투자의 현명한 사이드킥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신경 쓰이는 일 천지인데, 굳이 수수료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툭하면 로딩 이 걸리고, 나와 안 맞는 불편한 앱을 쓰며 스스로에게 스트레스 요인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을까? 때문에, 몇 퍼센트의 수수료를 내더라도 수수료가 무서워서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기보다는, 내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이 종목을 찾는 데 기여해 주었던 증권사 앱의 멋진 업무 능력에 경의를 표하며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오래갈 수 있는 멘탈 세팅이라고 본다.
나는 천성이 간덩이가 작다. 때문에 한 번에 통 크게 사고, 통 크게 파는 경우는 잘 없다.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선호한다는 것은 결국은 안정적인 투자 성향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안정적인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본인의 멘탈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종목을 사서 5% 수익에 전부 매도를 해 버렸다. 그런데 그 종목이 나중에 15%의 수익이 난다면 어떨 것인가?
본인이 지나간 종목을 돌아보지 않는 뒤끝 없는 ‘쿨’한 성격이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지 나는 그런 ‘쿨’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질척 질척하는 미련으로 흘러넘치는 성격이다. 때문에 저런 경우 스스로 자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본격 트레이딩을 시작한 시기의 아주 초반부터 매수도 쪼개서 사고, 매도도 쪼개서 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게 조금씩 분할 매도하면서 최종적으로 조금밖에 수중에 남지 않았더라도, A라는 종목이 마침내 고점을 찍을 때, 내 손에 조금이라도 해당 종목이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미련 없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주 중에 90주를 팔고 단 10주로 고점까지 갔어도, 없었던 것보다는 낫고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분할매수-분할매도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하다. 대략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투자에 임하다가도, 어떤 일이 발생해서, 혹은 내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수익이 발생할 때도 있다. 사실 대부분이 그럴 수밖에 없는게,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식 투자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MTS 화면의 호가창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며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오전에 예상한 가격으로만 매수-매도를 덩어리씩 걸어두면, 매수 매도 알림을 보고 들어갔을 때 내 예상가보다 치솟아있거나 빠져있는 경우를 보고 ‘괜히 많이 걸어놨네’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분할매수-분할매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정찰병’을 투입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해당 종목의 당일 저점/고점에 1-5주 매수, 매도 주문을 걸어놓고, 체결 알림이 오면 앱을 켜서 상황을 보고 추매/매도 대응을 하는 형태이다. 이 방식을 잘만 활용하면, 한정적인 상황에서 리스크를 분산함으로써 기대수익률을 조금이나마 더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분할매수-분할매도 기법이 진정 그 가치를 발하는 순간은, 바로 평균 단가에 대한 집착을 버렸을 때 나타난다.
주식 시장에서의 많은 문제점이 바로 ‘평균 단가’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평균 단가를 낮추고 싶어서 물타기를 하고, 평균 단가가 아쉬워서 손절이 필요한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분할매수-분할매도 기법은 그러한 ‘평균 단가’에의 집착을 훌륭하게 걷어줄 수 있는 기법이다. 평균단가는 내가 여태까지 매수한 모든 단가들이 뭉쳐져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어떤 장에서도 유동적으로 대응하려면, ‘평균 단가’가 아닌 그 안에 쌓여 있는 ‘매수가의 지층’, 즉 히스토리를 봐야 한다.
내가 어떤 종목을 2,000원에 10주, 1,000원에 10주를 샀을 경우 이 경우 평균 단가는 1,500원이다. 이 종목이 이 상태에서 500원까지 떨어졌을 경우, 10주를 다시 추가 매수했을 때의 평균 단가는 대략적으로 1,160원이다.
이때, 해당 종목의 주가가 900원까지 올라왔으나,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추가적인 하락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그렇지만 나의 현금은 한정적이며, 추가로 씨드를 더 투입하고 싶지 않을 경우. 이 경우에는 해답은 간단하다. 500원에 추가 매수했던 10주만 900원에 파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앱의 실현손익 상에서는 평균 단가를 기준으로 -2500원 손실이 발생하지만, 일단 나는 해당 추매분에 대해서 4,000원의 분할 매도 수익을 챙긴 것이다. 그리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다시 700원으로 빠지면, 다시 10주를 산다. 그렇게 되면 비중은 30개로 유지하면서, 추매분에 대한 2,000원의 차익도 챙기고, 평균단가는 1,000원으로 낮아진다. 한정적인 현금으로 분할매수와 분할매도를 반복하여 비중은 유지하고 평균단가는 낮춘 것이다. 당장은 평균단가보다 낮은 금액에 매매한 것 같아 잠시 속상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올라올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면 가능하면 평단은 낮출 수 있는 만큼 낮춰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나중에 해당 종목에서 기다렸던 슈팅이 나올 때 더 큰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다.
이처럼 분할매수- 분할매도는 고도의 정신 승리와 자기 합리화의 기술이 요구되지만, 일단 ‘평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분할매수-분할매도를 병행하는 원칙에 익숙해지면 변동성 있는 시장에서 훨씬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 이 경우 종목은 추매를 했을 때 추매분의 최소 3% 만큼은 상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유망’하면서도, 현재의 주가 빠짐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 만한 사유가 있는 종목이어야 한다! 아무 종목에나 이 기법을 도입할 순 없다. 나도 답 없이 물렸다는 생각이 드는 종목은 이렇게 추매하지 않는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식투자는 스스로의 이성과 감성을 내면에서 겨루는 나 자신과의 고도의 심리전이다. 때문에 매매일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실 매매일지를 처음 쓰기 시작한 이유는 2번의 원칙에서 설명한 ‘분할매수-분할매도’의 결과치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증권사의 앱에서는 손실로 나오는 부분이지만, 실제로는 익절이라는 것을 기록하여 나 자신을 격려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매매일지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차적으로 평균 단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매매일지를 쓰는 것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나는 주로 아래 규칙에 따라 기록하고 있다.
매매일지의 필수 구성 요소
종목 개요, 매수/매도 수량 및 사유, 수익률, 현재 평균 단가 및 보유 수량 체크할 것
엑셀로 만들어 올리고, 구글 닥스를 통해 기록할 것 (어떤 단말기에서도 수정이 가능하도록)
1. 당일 일어난 모든 거래에 대해 한 행 한 행 직접 기록할 것
2. 추가 매수분 분할 익절의 경우 앱 기준 아닌 ‘익절’로 기록할 것 (스스로의 결정에 확신을 주고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하기 위함)
3. 주 1회 해당 주의 매매를 정산하는 주간 보고서를 작성할 것
> 주간 보고서를 작성한 후에는 보유 종목 중 수익률 최상위와 최하위 종목 3종씩 뽑아서 각각 비중을 점검할 것
4. 단지 매매 내용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날 있었던 주요 이슈나 느낀 점을 쓸 것
5. 다음 날 전략이나 시나리오가 필요할 경우 미리 써 둘 것
요즘 내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일과는 매매일지를 쓰는 것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쓴다. 심지어 지난주 월요일에 수술한 날 하루 빼고는 정말 모든 날에 다 쓴 것 같다.
일기를 쓰지 않는 내가, 매매일지를 질리지 않고 성실하게 매일매일 꾸준히 기록해 나가는 것은 집-회사만 반복하는 일상은 너무도 단조로워 글로 남길 것이 없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시장의 상황과 그로 인해 내가 그 날 하루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록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역동적이라 글로 남길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시장과 더듬더듬 ‘깜깜이’로 겨루며 배워가는, 매일이 학습의 기록 같은 매매일지지만. 언젠가는 김동조 트레이더의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처럼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며, 근사한 글을 남기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처음 주식을 시작하면 누구나 ‘노하우’라고 알려주는 것이 바로 ‘손절선’이다. -5%, -3% 등, 주식 투자에 막 입문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손절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수학 공식처럼 어떤 절댓값의 기준에 따라서 손절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지수가 5% 하락해서 모든 종목이 5% 이상 하락하게 되더라도 ‘손절’ 해야 한다 말인가? 적어도 나는 6개월 간 주식을 하면서 그런 판단을 내렸던 적은 없다.
워런 버핏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렇지만 천하의 워런 버핏도 가끔 손실을 보는 세상에, 일개 개미 투자자로서 '절대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라는 건 사실 불가한 일이 아닌가? 나는 저 말에 숨겨진 뜻은, 절대적으로 금전의 손실을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멘탈의 평정을 잃지 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한 이래 일 실현 손익이 -였던 날은 딱 3일 있었는데, 금액이 크든 작든 다음날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손절한 금액을 기회비용으로 보고 다른 곳에 몰빵하여 본전 찾는 것으로는 기분이 회복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기분은 꼭 다음날까지 이어져 나를 조급하게 만들곤 했다. 때문에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을 ‘익절’로 마감하면서도, 물린 종목을 줄여나가는 나만의 손절법을 ‘개발’했다. 그것은 바로 익절한 비용의 20-30% 만큼을 물린 종목 정리에 쓰는 것이다. 이른바 ‘선 익절 후 손절’ 원칙이다. 이 단순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일단 익절한다
2. 익절한 수익의 2-30%를 넘지 않는 비중만큼만 기존의 물려 있던 종목에서 손절을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종목을 익절하여 1만 원을 벌었다. 그럼 그 동안 물려있던 종목 중에, 구입 당시보다 주당 액면가가 -1,000원씩 빠져 있는 물린 종목 3주를 매도한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당일 익절은 7천 원이 되고, 물려 있던 종목은 비중이 줄었다.
비록 시간은 좀 걸리지만, 나는 이 방법으로 손절을 천천히 진행하는 게 멘탈의 평정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일별 실현 손익은 +지만 골치 아픈 종목은 시나브로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놓고 손절을 고민하기보다는 애초에 종목 선정 자체를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절대 손절할 일 없는 종목은 없더라도, 어쨌든 신중하게 골라서 들어간 거라면 오히려 그 실책을 인정하고 깔끔하게 털고 나오기도 좋으니까. 피치 못하게 손절할 경우에는 회복 탄력성이라도 챙겨야 한다.
주식하다 보면 가끔 ‘걸무새’가 출몰할 때가 있다. 조심스럽게 조금씩 비중을 태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슈팅이 나와서 날아가버릴 때 ‘아.. 더 많이 살 걸’하는 생각을 한다던가, 팔고 나서 상한가를 가 버릴 때 ‘아 팔지 말걸’ 한다거나.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라도 매일 주식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질척 질척 미련이 많은 성격은 특히나, 이런 걸무새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결국 주식 투자에 있어서 ‘가정법’은 없다. 얼마를 넣었으면 더 벌었을 텐데~ 등의 생각은 애초에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아쉬움과 미련에 오래 사로잡힐수록, 이후에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진다. 욕심은 결국 판단력을 흐리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 A라는 종목에 씨드 중 5%의 자금을 투입하여 3만 원의 수익을 봤다고 치자.
초반에는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계속 이때 ‘아 내가 30만 원을 벌 수도 있었는데, 3만 원밖에 못 벌었네’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이때의 경험을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다음에 어떤 종목에 씨드를 큰 비중으로 ‘몰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당 종목이 수익을 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채권자-채무자의 관계 역전’이다. 주식은 나 자신과의 심리전이기도 하지만, ‘돈’ 앞에서 내가 얼마나 초연할 수 있는지를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식 투자는 어찌 보면 돈을 빌려주는 관계와 비슷하다. 내 돈을 맡겨두고, 그 돈에 수익이 붙으면 다시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관계에 대입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돈 5만 원을 빌려줬을 때와, 1천만 원을 빌려줬을 때. 5만 원 정도는 ‘그냥 줄 수도 있는 돈’이라는 생각에 부담 없이 빌려주고, 잊고 지낼 수 있지만 1천만 원을 빌려줬다면? 그 1천만 원이 채권자의 재산 지분의 50%에 달하는 큰돈이라면, 두 사람의 관계의 주도권은 돈과 함께 채무자에게 넘어가 버리고 만다. 채권자는 자신의 돈의 50%를 맡기고, 심리적으로 밑지고 저당 잡히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나 자신의 ‘깜냥’에 대해서 항상 생각해야 한다. 나는 시드를 총 1천만 원 정도로 운용하고 있지만, 어떤 종목도 200만 원을 넘도록 몰빵하지 않는다. ‘간 보는’ 종목은 10만 원 정도 들어가고, 중기/스윙은 30-50만 원을 넘지 않는다. 가치 투자나 확신이 있는 테마주의 경우에만 100만 원에 근접하게 운용하지만, 그마저도 비중이 과하게 넘어간다 싶으면 설사 평균단가 상 수익구간이 아니라 할지라도 분할매수-분할매도를 통해 비중을 정리해 둔다. 내 돈에 심리를 저당 잡혀, 성급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불안하거나 연연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으로 투자를 했을 때, 가장 승률이 좋다. 그런고로, 간 보려고 10만 원 정도 들어간 종목에서 20%가 넘는 수익률을 봤다 해서 ‘100만 원을 넣었어야 했는데!’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저 종목에 100만 원을 넣었었다면 오바한 비중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여서 수익률 20%까지 기다리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지 말고, 손실을 아쉬워하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아껴 익절 시 보다 큰 기쁨을 만끽해 보는 것이 어떨까?
비록 6개월밖에 안 되는 짧은 경력이지만, 나는 2020년의 3월 19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날은, 내 증권사 계좌 잔고의 미실현 손익이 -360만 원을 찍은 날이었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종목이든 골라 네이버 증권에 쳐서 지난 1년 차트들을 보면, 3월 19일 부근은 V자로 깊은 협곡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만 봐도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미실현 손익을 보고 내가 멘탈이 흔들리거나 패닉에 빠졌다면 패닉 셀을 해버릴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기부터, 미실현 손익은 내 돈이 아니라고 마인드 셋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쐐기를 박았던 것이 저 -360만 원 시점의 삼성전자와 카카오의 주가였다. 작년 가을부터 매집했던 삼성전자와 카카오라는 두 기둥이 -로 전환했는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19만 원이었고 삼성전자는 6만 원을 넘었었으며, 내 미실현 손익은 꽤나 풍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의 미실현 손익은 결국 실현하지 않았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3월 19일의 장세에서 한없는 -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경험은, ‘미실현 손익은 내 돈이 아니다 ’라는 나의 마인드셋에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은 한결같다. 오로지 그 날매도로 실현해서 손에 쥐고 들어온 것만 익절이며, 실현해서 -가 찍힌 것만 손절이다.
미실현 손익은 그냥 나의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성적표’나 현황표 정도, 참고 자료로 보는 것이 낫다. 미실현 손익이 높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라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그저 ‘사이버 머니’라고 보는 것이 제일 맘 편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360만 원 시기를 잘 버티고, 추가 매수를 적절히 해 둔 덕에 2주 뒤인 4월 첫 주에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왔다. 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돼서 얻어걸린 것이긴 하지만, 이 또한 애초에 본인이 종목을 잘 꾸렸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저평가된’ 우량주를 나 스스로 발굴하는 재미까지 느끼기에는... 하루가 너무 벅차게 느껴졌다. 때문에 나는 주식농부 박영옥처럼 가치투자를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하겠다는 야망은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대신, 나는 내가 소비자로서 접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종목 발굴의 소소한 기쁨을 누렸다. 이건 내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인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뉴스를 보든, 아니면 나 스스로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즐기든 모든 상황 속에서 ‘이건 관련 종목이 뭘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내 삶의 모든 포커스가 주식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지난 2월 중순, 대구 신천지 사태를 기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시점. 나는 대부분의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운동도 갈 수 없고, TV는 재미가 없으며 넷플릭스는 볼 게 없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미스터블루라는 종목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미스터블루에서 만화 유료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금권인 ‘블루 머니’를 충전하기 위해 핸드폰 결제를 했을 때 한도 초과 메시지가 떴을 때였다. 평소 월 1회 정도 핸드폰 요금으로 블루 머니를 충전 결제해서 웹툰을 보곤 했었는데. 그래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한도가 초과됐다는 것은 나의 충전 액수가 전월에 비해 늘었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7,000원대의 구간에서 미스터블루를 매집하기 시작했고, 미스터블루는 역시나 코로나 19의 수혜주로 부각되며 6월 16일 그의 2배에 달하는 14,500원의 액면가를 달성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스스로 찾아서 투자한 종목 중에서 운이 좋게도 단기간에 제일 좋은 결과를 보여준 종목이지만, 이 외에 내가 찾았던 전기자전거 모터 주나 콘텐츠 관련주의 경우에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 종목들은 지수가 빠지거나 주가가 빠지는 게 눈에 보여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소비자로서 느낀 점을 근거로 확신을 갖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반면, 이는 본인이 잘 알지 못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를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는 ‘킹트리온’ ‘갓트리온’이라 불리는 셀트리온 계열이나, 7 연상, 8 연상을 찍으며 기록적인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는 삼성중공우는 매매하지 않는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기 때문에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평소 눈에 보이는 것, 내가 이용하는 것, 인상적인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놓치지 말고 기억해두고,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든든한’ 자신만의 애착주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건데... 주식은 ‘따라서 살 순 있지만 책임은 혼자 져야 한다’는 것을 정말 뼈에 새겨야 한다.
처음 주식을 시작하면 정말 막막할 것이다. 뭐부터 봐야 할지, 어떻게 매매를 해야 할지 등등.. 나 또한 지인에게 실시간으로 물어보기엔 한계가 있어서 초반에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거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검색해 이런저런 방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급등주 검색기’라는 어플을 깔고,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보며 어떻게든 유망주 정보를 얻고자 아등바등했다.
때로는 친구가 추천해준 종목으로 큰 수익을 봤다. 어떤 때는 유튜버가 얘기하는 종목을 시범 삼아 들어가 봤다가 돈을 잃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것은, ‘종목을 선정하는 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되, 남 탓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좋은 종목이라고 해서 그게 나에게도 좋은 종목일 거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항상 ‘필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아보는 게 필수인 것 같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어떤 종목에 대한 정보가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필터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에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이 적자일 경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PER은 내겐 보조지표가 되지 않는다. 뭐의 약자인지 들어도 들어도 모르겠을뿐더러, (진짜 이렇게까지 머리에 안 들어오는 개념은 처음 본다) 그걸 이해하려고 스트레스받는 시간에 나는 그냥 관심 기업을 공부하는 게 더 효율성이 높은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실적과 과거 1-3년 간 주가 흐름을 참고로 하는 편이 더욱 승률이 높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은 정말 명언이다. 주식 투자는 멘탈이 전부이고, 멘탈을 저당 잡히지 않기 위한 셀프 보호 비책이 바로 ‘분산 투자’이다. 그러나, 분산 투자 원칙을 너무 훌륭히(...) 지키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남들 좋다는 거 다 담다가 요즘 핫하다는 것은 다 있는 ‘백화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천성이 소심하고, 분산 투자를 선호하는 성향인지라 백화점 포트폴리오가 마냥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전제 조건은 내가 백화점의 총지배인이어야 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내 계좌를 들여다보며 '이건 뭐야? 왜 샀어?'라고 물어봤을 때 적어도 그 종목의 현재 보유 수량과 목표가, 매수 사유, 기업의 섹터나 테마는 술술 입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어, 잠깐만.." 하고 앱을 켜서 들여다봐야 한다면 그건 이미 뭔가 잘못된 것이다.
내가 매매일지를 쓰면서 매일 그 날의 보유 현황을 점검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그 날 그 날의 매매 전후 비중 변화와 평균단가 추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급작스런 하락장이 와서 줍줍해야 할 경우가 생기거나, 거래가 활발한 시초에 어떤 종목을 매도하고 정리해야 할지 바로바로 떠올리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에 관해서는 이미 내가 보유한 종목이 거의 30종에 육박해버려서 나 자신도 반성 중이다. 가능하다면 종목을 정리하고 간소화해서 10개 전후로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첫 주식 책 입문을 <돈, 일하게 하라>로 한 입장에서 주식농부 박영옥 씨를 무척 존경하면서도, 나는 한국 시장에서 ‘농부’의 마음으로 가치투자에 매진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고 있다. 전업 투자자가 아니라 직장생활과 주식 투자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박영옥 씨처럼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마인드로 생각해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지난 6개월 간 내 투자 내역을 보면, 마치 ‘짬뽕’처럼 모든 것들이 섞여 있는 것 같다. 매매내역만 봐도 당시에 어떤 ‘핫’했던 테마에 탑승했는지, 6개월 간의 테마 순환이 눈 앞에 선연히 그려지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주식 투자 고수들이나 전업 투자자들, 유튜버들의 책을 읽으며, 단기 수익률이 높은 테마주에 매력을 느끼고 쫓아다니는 나 자신의 투자 성향이 건전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나는 확실히 가치투자보다는 테마주 투자가 더 재미있었다. 현실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그 흐름 속에서 내가 예측한 가설을 실험하고, 그게 적중했을 때의 쾌감은 테마주 투자에서 승부를 봤을 때 가장 자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테마주를 편입하면서 나는 몇 년째 순환하고 있는 테마들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몇 번의 뼈 아픈 손절도 경험하며 ‘주식은 기대감의 반영’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한 단계, 두 단계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의 시야를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테마주’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 그 종목을 편입하는 데 투기성이 섞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그러한 테마주의 투기성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는 것이 '가치 투자'적인 성향이라고 본다.
어떤 테마라고 해서 불나방처럼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다가올 테마를 예측하고, 해당 테마로 묶여 있는 종목들 중에서 스스로 한 번 더 필터링을 거쳐 선별한 종목에만 신중하게 투자를 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이 시장에서, 테마를 아예 보지 않는다면 내 입장에서는 너무 아쉬울 것 같다.
확실한 건, 나는 테마를 접하고 테마주를 찾아보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발전했으며, 승률 또한 높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이고, 결국은 자기 자신만의 투자 성향과 기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위 십계명은 어떻게 보면 역순으로 써져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 써 두고 나서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역순으로 순번을 수정할까 잠깐 생각도 했었는데 이내 그 생각을 철회했다. 누군가 내게 ‘너의 주식 투자 원칙은 뭐니?’라고 물어왔을 때, 내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순서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각 원칙의 중요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 고수들은 이것을 보고 별거 아니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매매법이 있다. 본인이 그 기업을 산다는 마인드로 가치 투자나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차트 분석이나 기술적인 매매로 단타나 스켈핑 등 스피디한 매매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투자에 있어서 그 어디에도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많이 해봐야 한다.
그리고 원칙을 세우되 원칙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그러하듯, 주식 투자에도 딱 들어맞는 절대적인 어떤 공식은 없다. 나 또한 지난 6개월 간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세운 원칙들이지만,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애자일하게 변경될 수 있는 원칙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한다. 주식 매매 시에는 ‘결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단 결정 이후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듯이, 팔아서 실현하기 전에는 그것은 수익도 내 돈도 아닌 ‘사이버 머니’ 일뿐이다.
아직까지 나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내가 얻은 대부분의 수익이 3월 19일 전후의 지수 폭락과 회복으로 인한 수혜라는 것을,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시장의 상황이 그러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자 한다. (특히 9월 중순까지 공매도가 금지되어 시장이 그나마 조금 직관적으로 움직이는 이 상황에 대해서 엄청 감사하고 있다. 만약 공매도가 시장에 돌아오면 나는 그때 상황에 맞춰서 기존의 투자 또 다른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고작 6개월 차 주린이가 뭘 안다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나. 언젠가는 이렇게 번 돈 홀랑 다 주식으로 날릴 것이다’라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주식 투자를 해 온 6개월은, 코로나 19나 회사 일 등등으로 절망적이었던 내 개인적인 상황에서도 엄청난 활력이 되어 주었으며, 집-회사만 반복하던 단조로운 삶을 정신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무래도 올해 내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것은 다 주식 덕분이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진심으로 나의 포트폴리오를 잘 꾸려나가고 싶고, 끊임없이 성찰하며 성장하는 ‘투자자’로 거듭나고 싶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주식투자를 하며, 죽을 때까지 경제적 자신감을 획득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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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의 주식 여정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는 주식으로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