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쓰는 파우치 이야기. 지난 편에서는 가방 속 파우치를 소개했고, 오늘은 필요에 따라 종종 또는 가끔씩 외출에 동행하는 파우치를 소개하려고 한다.
포장 상태로 아껴두었다가 올해 사용을 시작한 파우치다. 좋아하는 브랜드 '제로퍼제로(ZERO PER ZERO)' 제품이고, 작년에 동생에게 선물을 받았다.(아, 우리 자매는 기념일이 아니어도 선물을 자주 주고받는 편인데, 이건 2박 3일 여행 중 선물 교환 이벤트를 열어 받았던 파우치다.) 다른 파우치들과 비교해 사이즈가 큰 편이라 다이어리를 넣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얼마 전 제주 한 달 살기를 할 때, 여기에 먼슬리 노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 재료를 챙겨 갔었다. 파우치 아래에 바닥이 따로 있는 형태가 아닌데도 물건이 제법 많이 들어가서 마스킹 테이프도 여러 개 넣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기록 왕, 다꾸인들이 사용하면 좋을 파우치다. (그런데 한 가지 바보짓을 했다. 노트 위에 마스킹 테이프를 올린 채로 파우치에 넣고 다니다가 노트에 저렇게 먼지 자국이 남았다. 눈물.)
이건 조금 특별한 파우치다. 혹시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차렸을 수도 있는데, 영화 <가버나움> 속 한 장면이 그려진 파우치고, 주문 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에 하나뿐인 파우치.(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파우치 말고도 엽서, 컵을 주문 제작했고, 모두 다른 장면이 그려져 있다. 아끼느라 사용은 못 하고 보관 중이다.)
이 파우치는 아끼다가 위의 제로퍼제로 파우치와 함께 사용을 시작했고, 필기구를 넣어 두었다. 제주 한 달 살기에 필기구를 가져가기 위해 개시한 것이다. 필통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즈가 여유로운 편이라서 볼펜 여러 자루, 형광펜, 화이트 등을 넉넉하게 넣을 수 있다.
여기까지 읽고 나의 성향에 대하여 파악한 섬세한 사람이 혹시 있을까?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새로운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장소 또는 상황별로 물건을 각각 마련해 두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사용하는 필통이 있고, 집에서 사용하는 필통, 외출 시에 가지고 다니는 필통이 따로 있는 식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근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며 가져갔던 필통이 또 있는 것이다. 필통 종류와 디자인이 각기 다르고, 안에 담긴 필기류 종류와 브랜드, 가격대도 다 다르다. 각 각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준비하고,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게 마음을 편하게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친구들은 전자 제품 파우치고, 사진 속 2개 제품은 카메라 파우치다. 카메라를 보호해 줄 파우치와 여분 배터리를 담아두는 파우치. 둘 다 빵을 모티브로 제작된 파우치인데, 어린 시절부터 별명이 '빵순이'인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 두 개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인데, 내가 발견하고 짝꿍으로 만들어 준 거다. 사실 카메라를 넣고 다니기에 충분히 도톰하다거나 넣고 빼기 편하다거나 실용성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들고 다니면 기분이 좋다. 뭐, 내 카메라는 아주 비싼 모델도 아니고, 외출에 매일 동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귀여움과 기분 좋음이라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해 문제없다.
그렇다. 케이블이 너저분한 것도 참지 못하므로 이렇게 정리해둔다.
강아지가 깡충 뛰는 모습이 귀여운 이 친구는 충전기 파우치다. 파우치 아래 바닥이 있고, 사이즈가 넉넉한 편이라 휴대폰, 카메라, 아이패드, 워치 충전기를 다 넣어도 자리가 여유롭다. 처음 구입했을 때는 여기에 카메라를 넣고 다녔었는데, 얇은 천이라 아무래도 카메라 손상이 걱정돼서 용도를 바꿨고, 제 역할을 찾은 듯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혹시 궁금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앞 쪽에서 소개한 빵이 달린 카메라 파우치는 그래도 이 친구보다는 조금 더 도톰하답니다.)
오른쪽이 초록 파우치에 다 담았을 때의 모습
이 친구들은 아이패드 파우치다. 나의 아이패드는 에어 3세대 10.5다. 파우치 크기가 넉넉해서 애플 펜슬, 키보드와 마우스를 함께 수납해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둘 다 태블릿 PC 전용 파우치답게 천이 도톰하게 작업되어 있어 약간의 보호 효과도 있다. 아, 빵순이답게 이것도 한 개는 빵이다. 동생이 어느 외출 중 내가 생각났다며 깜짝 선물로 사 온 파우치인데, 마음도 고맙고 의미도 재미있지만 색상과 소재 탓인지 먼지가 많이 붙어 초록색 파우치를 주로 사용 중이다.
여기까지. 지난 편에서는 5개, 이번 편에서는 7개의 파우치를 소개했다. 파우치 이야기로만 글 두 편을 썼는데도 아직 소개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 많다. 등장하지 못한 친구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3편을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주야장천 파우치 이야기만 하면 사람들이 흥미를 잃고 떠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파우치 말고 다른 문구 이야기를 하다 사람들이 잊을 때쯤 돌아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그때쯤이면 파우치가 더 늘어나 있어 마무리 멘트로 4편으로 돌아오겠다는 내용을 쓰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