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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기 May 07. 2022

데이트와 소주

4월 넷째주

23 | sat

오빠와의 데이트는 2주에 한 번 만나는 특별한 날이라 될 수 있으면 서울 곳곳을 다니며 새로운 가게를 찾아다니고는 한다. 평소에 눈 여겨본 가게들을 지도앱에 잔뜩 표시해놓고 이번에는 이 동네를 갈까 미리 계획을 짠다. 새로운 동네에 찾아가는 일이 많고, 월곡역에 내린 것도 처음이다. 동덕여대 근처 카페에서 노래가 좋다, 커피가 맛있다, 사장님이 깔끔하다 기분 좋은 얘기를 나눈다. 우리 데이트에서는 소주도 거의 빠지지 않는다. 카페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술집에서 나눈다. 꽤 벼뤄왔던 평이 좋은 술집을 갔다. 쭈꾸미 골뱅이 초무침에 수육을 곁들여 먹는 안주가 무척 맛있다. 새콤달콤한 무침에 기름지게 잘 삶아진 수육을 얹어 파무침까지 곁들인다. 시고 달고 짠맛이 모두 적당하다. 한 입 먹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오빠를 쳐다봤다. 3년 쯤 사귀니 한 입만 먹어봐도 상대방도 맛있어할지 알 수 있다. 음식 뿐만 아니라 어떤 노래를 들어도, 지나가는 사람의 태도를 봐도,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있다. 오늘의 소주는 시원하고 달다. 초무침에 내가 좋아하는 미나리도 듬뿍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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