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브런치의 친절한 잔소리에 힘입어 매일매일 글쓰기 근육을 늘려보기로 했다.
어제 다짐하고 오늘이 첫째 날이다. 하루 종일 써야 해 써야 해 를 되뇌고 하루가 20분이 남았을 지금 나는 이제야 그 첫 째날은 기록하려 한다.
아이들이 학원에 간 사이 춥지만 햇빛이 너무 좋다는 걸 핑곗거리로 삼은건지 오늘따라 집 가까이 에스프레소로 내려진 커피 말고 정성스레 누군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 생각이 오늘따라 간절해서 아무거나 막 먹고 싶지 않아서 몇 번이나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을 참아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잠시 틈이 생긴 사이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갔다. 운전해서 가는 동안 나는 참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 정성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스스로 대단하다 여겼다. 가서 비로소 종일 상상하고 간절했던 그 커피를 조용히 오롯이 즐겼다. 너무 좋았고, 매번 가도 무뚝뚝한 카페 사장님께 행복한 이 마음에 대해 호들갑을 떨 뻔했지만 참았다. 간절히 원하던 걸 이뤘던 덕분인지 저녁식사준비시간이 힘들지도 않아 누가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개의 반찬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차려주고, 내일 일찍 출근할 남편을 위한 찌개와 반찬을 또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주방불은 언제 꺼지냐 나의 퇴근은 누가 보장해 주냐라는 불평불만이 우스갯소리로라도 한 두 마디 했을 법했지만 퇴근한 남편에게 다정한 말이 술술 나왔다.
왜 남편에게 무조건적인 다정함은 힘든 것 인가.
대가 없는 다정함은 없는 것일까.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토록 원하고 이루고 나니 타인에게 관대해진다. 마음도 평온했다.
쉬운 것도 없고, 공짜도 없고, 어쩜 이리 균형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