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by Seulgilawn



말을 많이 해야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어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다. 내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도록 보다 더 정확한 단어와 표현을 찾느라 애를 썼다. 남편과 결혼 후 타지에서 신혼을 보내며 이런저런 마음들이 부딪히는 일들 속에서 깨달은 나름의 해결책이었다. 적어도 남편과의 사이에서 서운함이나 오해가 생기면 항상 그렇게 해결되었고 잘 마무리되었다. 그 후로 세상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당연히 그런 식으로 해결되는 줄 알았다. 해결이 안 되는 것은 충분한 대화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진심을 다 하는데 그게 통하지 않는다고? 지금도 거의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이 점점 하나 둘 실패를 맛보았을 때의 좌절감은 그동안 내가 지내왔던 시간들과 경험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오늘 너무나 평범한 일상에서 정말 불현듯 깨달았다. 진심을 다해 내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았는데 상대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차렸다. 자연스레 끄덕여지고, 이해하게 됐다. 이것 또한 말로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으나 도통 정의가 되지 않고,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종일 문득문득 혼자 감탄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나는 믿지 않았었다. 지인들이 고민을 할 때에도 너의 마음을 진심으로 말해보면 분명히 해결될 거야라고 항상 조언하듯이 말하였다. 아이들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마음을 알 수 없다고 알려줬다. 친구 간에 부모님께 선생님께 너의 생각을 잘 전달해야지 건강한 소통이라고 일러주었다. 고작 30년 정도 더 살았다고 이게 정답이라고 일러주었다. 세상 다 아는 것처럼 으스대고 누구보다 지혜로운 어른인 것 마냥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었는데 정답은 아니었다고 많은 방법 중 하나였다고 다시 알려줘야 한다. 무수히 많은 면들 중 새롭거나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았던 면들을 이제 한 해 한 해가 더 해갈수록 차츰 반응 속도가 느려지니 보이는 것 같다. 느려진 속도를 기회삼아 찬찬히 살펴보고 생소해도 정성스럽게 보는 지혜가 생기기를, 세상에 일어나는 너무 많은 일들에 반응하지 말기를, 빠른 속도에 더 빠르게 반응할 때가 더 많지만 이렇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감이 있음에 감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읽기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