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문득 깜빡해 버린 치과의 정기검진을 생각하다가 깨닫다는 단어가 떠올라 계속 되뇌었다.
세상에 모르는 일은 없다. 들어보면 이 세상에 없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혼자 자각하지 못하고 무언가가 나를 깨주어야, 두들여주어야 비로소 알게 된다. 깨닫다. 검색창에 넣어봤다. 타동사라고 안내되어 있다.
어렸을 적부터 불행히도 치과와 친했다. 충분히 친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가 썩는 모양이다. 6개월에 한 번씩 안내되는 치과의 문자를 그냥 넘겼다간 큰 고통을 맛보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아파도 다른 병원에 가지 않지만 치과는 정기적으로 꼭 방문한다. 아이들의 새 학기가 시작되고 여유가 없어 그 안내를 넘겨버렸던 중 이를 닦다가 문득 생각났다.
정기적인 안내문자를 받고 치과에 방문하게 되면 예방처치를 받거나 검진을 받고 정확한 칫솔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또 새롭게 깨닫는다. 치실도 열심히 사용한다. 그런데 그것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도 6개월에 한 번씩 방문하여 새롭지 않지만 깨닫는 덕에 깨닫는 순간부터 큰 고통의 치료는 받지 않고 있다.
깨 줘야 한다. 그래서 알게 되어야 한다.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알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하지만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자극들을 좋아한다. 자극들과 깨달음은 나를 다시 알게 한다. 나를 깨워주기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치과에 가면 치아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강검진을 받으면 세밀하게 분류된 것들의 총합이 내 몸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항목별로 다시 살펴보게 된다. 아이들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내 아이에 대해 깨닫고, 남편과 싸우다 보면 상대의 마음에 대해 깨닫는다. 나의 의견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른 시각으로 깨닫는다. 면접을 보면 나의 부족함에 대해 깨닫고, 글을 쓰고 읽어봐야 나의 글이 그나마 객관적으로 보이며 깨닫게 된다. 의심만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그 일을 해봤을 때 깨달을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에 선뜻 예약전화를 걸기가 쉽지가 않다.
즐거운 일에는 당장이라도 움직여지지만 나를 진정 위하는 일은 왜 이리 미루고 싶고 귀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