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더 따뜻하다.

by Seulgilawn

삶에 대해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모르겠다만 나는 순간순간 따뜻한 마음들을 느낄 때마다 남들보다 더 크게 반응하고 더 크게 감동받는 편이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내 삶의 값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런 소중한 시간들은 더 사람답게 살아가야 할 이유고 의무라고도 여겨지게 된다. 깨달음이나 다짐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정 내에서는 나름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회적으로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크게 애쓰는 일은 없다. 이런 사람이 뭘 했다고 뭘 베푼다고 이렇게 고마운 마음들을 받고 살아야 하는지, 나에게만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있는 건 아닌데 이런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유별나게 감사한다.

우리 동네에는 일명 캣맘이라는 60-70대 정도 돼 보이시는 자매 두 분이 계신다. 서로 다른 이유의 부지런함으로 오가다가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나는 동물들의 안부와 근황을 주고받으며며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돼버린 지 8년쯤 되어갔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는 중 전화가 왔다. 따로 연락은 한 적이 없어서 망설이다가 받은 전화는 캣맘이모님이 반찬을 나눠주고 싶다고 온 전화였다.

우리 가족을 떠올려주시고 연락해 주시고 나눠주신 것도 감지덕지인데 세상에 너무 맛있었다. 막거리 한 병을 이 반찬으로만 먹어도 되겠더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완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이런 것들인 것 같다.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해내는 것. 그것들을 해내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이나 행동들을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해 내는 것. 자연이라는 말이 참 좋은 것은 정말 그렇게 되고 길이 있기 때문이다. 물이 어떻게 어디로 흐르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의 모든 답이 거기 있는 것 같다. 많이 춥지 않아 이상한 겨울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것은 참 좋다.

KakaoTalk_20260119_160835605_01.jpg 멸치조림. 멸치강정









번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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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주민분. 일명 우리끼리는 오토바이아저씨라고 명명해 놓은 분이 계신다. 아주 멋진 오토바이를 타시는데 스타일도 아주 멋지시다. 우연히 마주친 아저씨 손에는 달걀 두 판이 들려져 있었다. 나는 아이들 가방들 때문에 남는 손이 없었는데 내 처지는 계산도 안 하시고 오늘 낳은 오골계 달걀이라고 내 손에 쌓을 대로 쌓아주신다. 곧 무너질 것 같아 그만을 외쳐서 7알만 받을 수 있었다. 이 날도 참 유쾌하고 기분 좋았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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