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도전에서부터 출간까지의 뒷이야기
10년, 아니 5년 전만 해도 '책' 하면 전업 작가들만의 전문 영역으로 느껴졌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죠?
화려한 경력과 드높은 권위의 전문가보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주목을 받으며 '팔리는' 책이 되었고, 그러한 출판의 트렌드 덕분에 저 같은 사람도 저자라는 호칭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이 모두가 시대의 흐름을 잘 만난 덕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
출판 소식을 전하며 한 번 예고를 했듯이- 오늘은 제가 작성했던 출판기획서를 살짝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 브런치에 찾아주시는 이웃님들 대부분이 책을 사랑하시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종착역은 결국 글쓰기라잖아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준비를 하고 계시든, 막연하게 '그 언젠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시든, 아무 경력 없는 생초보가 원고를 작성해 투고를 하고, 계약에 이르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출판기획서 양식과 작성 요령]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를 통해 한 번 접해보시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가 처음 작성했던 1단계의 기획서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최종 기획서까지의 모습을 공개해 봅니다.
1단계 : 가장 일반적인 출판기획서
상업 출판을 목표로 한 책쓰기를 결심하셨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출판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인데요,
저는 머릿속으로 전체 컨셉과 구성을 끝낸 뒤 목차를 구체화하며 본문을 채우기 시작했고,
본문을 쓰는 과정 중간중간 출판기획서를 완성했어요.
글을 쓰다 너~~~무 막히고 진도가 안 나갈 때마다 출판기획서를 열어 끄적끄적거렸는데,
직접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두세 쪽 분량의 출간기획서를 쓰는 데에도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답니다.
이건 제가 만든 가장 일반적인? 기획서 양식이에요.
기획서에 넣어야 할 항목들은 사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거의 제공이 되어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고를 하는 대형 출판사의 경우 해당 출판사에서 지정한 양식에 맞춰 접수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출판사에 투고를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물어보는 -
글을 쓰는 저자가 스스로 한 번 정리해 봐야 하는 항목들은 대략 이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혹시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싶어 한글 파일을 첨부해 둡니다.
위의 파일을 다운받아 사용하세요 ^_^
여기서부터는 제가 작성한 출간기획서인데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핵심 콘셉트- 경쟁 도서와의 차별화 부분만 가져왔어요.
제가 잡은 키워드는
1.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감성적으로
2. 책이 가진 힘과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3. 양서 속의 교훈과 인문학적 지식을 쉽고, 간략하게
였고요-
경쟁 도서 /시장분석 항목입니다.
저는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처럼 독서의 가치와 필요성을 이야기하되 한 사람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리는 책, <책은 도끼다>처럼 한 권의 책을 깊이 다루되 평범한 엄마의 시각과 일상에서 독서를 통한 사색과 통찰을 보여주는 책, <혼자 책 읽는 시간>처럼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다루되 대한민국을 무대로 하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말하자면, <홍대리>의 일상편 + 엄마표 <책은 도끼다> + 대한민국 30-40대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이 탄생하길 바라며 작업을 한 셈인데, 그게 과연 성공적이었는지, 도달하지 못할 꿈이었을 뿐인지, 냉정한 평가는 결과물을 읽고 평가해주실 독자님들의 몫이겠죠? ^^
차별화 요소는 이렇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넣었답니다.
물론, 목차도 자세히 + 저자 소개도 열심히 담았고요~
저처럼 출판 경력이 전혀 없는, 누가 제안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저 혼자 글을 쓰는 듣보잡 생초보 작가 지망생일 경우, 이렇게 흔하디흔한 두세 쪽짜리 출판기획서로는 나도, 내가 쓴 원고도 제대로 알리기가 쉽지 않아요.
물론 기획이 정말 뛰어나고 누가 봐도 매력적인 책이라면 어떤 식으로 기획서를 쓰든 바로 연락이 오고 계약을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이고 대부분은 사실 비슷비슷, 고만고만한 80% 평균의 범주 안에 들어 있을 테니 그 안에서 나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획서가 필요하겠죠!
저는 이걸 첫 투고 후 장렬한 실패를 통해 깨달아 이미지 중심의 프레젠테이션 기획서를 만들었습니다*
2단계 : 원고를 읽고 싶게 만드는 유혹의 예고편
제목이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두 가지 키워드는
1. 원고를 읽고 싶게 만들 것
2. 집중하지 않고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것
매일 수십 통씩 들어오는 출판기획서를 들여다봐야 하는 에디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는 거예요.
기승전문자문자문자- 딱딱한 표 안에 오로지 폰트로만 가득한 기획서를 읽고 원고를 파악하는 건 참 피곤하고 힘들 테니까, 일단 시작은 무조건 가볍게! 흘렁흘렁 느슨느슨 들여다보아도 어떤 분위기 + 어떤 컨셉의 책인지 파악할 수 있게 영업가의 마인드로 내 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것*
▲ 이건 제가 두 번째로 만든 기획서인데요, 나만의 프레젠테이션으로 구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제목과 이미지, 키워드가 원고가 담고 있는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실패작이라 자평합니다.
물론, 이걸 만들어 투고를 할 땐 몰랐지만요 ㅋㅋㅋ
과도기를 거쳐 완성한 마지막 기획서.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만들어 준 출간기획서는 요 아이랍니다. ▲
'우아함'을 키워드로 가제와 이미지를 잡았고, 이전의 기획서가 갖고 있던 지저분한 느낌을 최대한 뺏어요.
이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누구를 위해,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간결하게 전달하고,
원고가 가진 특징과 매력, 장점을 매우 오글거리고 민망하지만 최대한 과대 포장하여 ㅋㅋㅋㅋ
간략하게 설명하고,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전체 구성과 세부 목차를 이미지와 함께 소개했어요.
이때 목차는 가급적 구체적으로-!
목차만 읽어도 해당 챕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쓰시는 게 좋아요~
이 기획서를 통해 계약한 첫 원고도, 완성된 원고도 없이 기획서만으로 계약한 두 번째 원고도-
'목차 구성이 정말 좋았다.'는 칭찬과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마지막 장은 간략한 저자 소개로 마무리*
참.. 별 볼 일 없는 나의 이력을 최대한 있어 보이게 설명하는 동시에 나라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 원고에 관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게 작성하는 것이 팁이라면 팁인데, 이게 저도 쉽지는 않았어요; 공개를 하기에는 너무 남사스러운 내용이라 부득불 모자이크 처리를 합니다 ㅋㅋㅋ
이렇게 만든 기획서와 원고를 가지고 사인을 하게 된 역사적인 출판 계약서가 바로 요 아이랍니다.
조금 도움이 되셨을까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건 올 1월이었고,
약 5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바로 지난 달 나오게 된 책은 바로 요고요고*
제가 붙였던 가제는 <다시 우아해지는 시간>이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최종 결정된 제목은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입니다.
저는 제목을 붙이는 데 재능이 1도 없는 사람이라 사실 애초부터 편집자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저는 제가 붙인 제목에 욕심이 전~~~~~~~~혀 없어요!
투고를 해야 하니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서 만든 거지, 애정과 집착 따위 전혀 없으니 모쪼록 좋은 아이디어로 멋진 이름을 붙여 주세요!!"
그리하여 탄생한 이름과 표지가 바로 지금의 모습 ^_^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역쉬!!!!
기획서와 원고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시다면,
어떤 원고에 어떤 기획서?! 원고와 기획서의 관계와 궁합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으시다면-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를 펼쳐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