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이 정답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서평기록

by 교실과 집 사이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려운 순간이 온다.


코끝에 엄마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으면 금세 울음을 터뜨리는 갓난아이에게도, 줄넘기 한 번 넘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곱 살에게도 고비는 있다. 취업 문턱 앞에서 번번이 돌아서는 청년에게도, 그리고 엄마인 나에게도.


지금이, 조금은 고비다.

서평이라지만 이렇게 우두커니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오늘은, 내가 ‘다쳤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낳고, 어이없이 다쳐 일주일의 자유를 얻었다. 병원 안에 갇혀 있지만,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시간.


이런 자유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이 책은 나에게 '리틀포레스트'같은 책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그냥 사람 사는 모습을 슴슴하게 보여주는 책. 읽다가도 몇 번씩 러브라인은 없나, 조금 도파민 터지는 플롯은 없나 기대하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그렇게 되면 이 책은 참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될 뻔했다.


지금이 정답인 걸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32쪽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싶은 의구심이 들 때, 지금 나는 '정답이야!'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정답으로 오답을, 차악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경험이 나에게 안겨 줄 또 다른 정답들을 기대하며 사는 것이라고.



그토록 바래왔던 안정감있는 삶이지만, 쳇바퀴와 같은 일상들이 무료하고 때로는 좀 서글퍼질 때도 있다.

끝없는 길을 걷는 기분, 굳건히 서 있는 벽을 두 팔로 망연히 밀고 있는 기분에 더는 휩쓸리기 싫었다.
/77쪽

망연한 기분. 되지 않는 것에 머리를 들이밀고 애쓰고 있는 기분이 부쩍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현실이 있고, 무턱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라고 할 수도 없다. 참아내고 버텨보라 하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 여기에서 작품은 알려준다.



멈춰

"꼭 뛰어야 하나."
"뭐?"
"난 지금도 괜찮아." /106쪽

그냥 멈추면 된다고. 그냥 나의 속도를 멈추어 살펴보라고. 더하고 덜함이 없이 우선은 멈춰서 관망하기. 입원실에서 하루종일 책만 붙들고 읽다가 보니 머릿 속에 있었던 조금 복잡한 것들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든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생각했나 싶기도.

잘 모르겠을 때는 우선 멈추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었다. 질문해도 될지 모르겠을 때는 질문하지 말 것.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듣는 역할에 충실할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최소한 무례한 사람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234쪽



불협이 만드는 내 인생의 화음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서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132쪽

어려움이 있어야 평범한 삶에 감사를

0점이 있어야 50점일 때의 만족을

감기에 걸려봐야 해열제 없는 일상에 고마움을

찌질하고 쪼잔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불협이 있어야 비로소 나의 인생의 화음이 들린다. 감사함과 만족이 보인다. 그렇게 나의 '불협'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지금의 나와 비교 비스무리할 수 있는 것조차 어찌보면 감사아닌가.


황보름님의 다른 작품들, 그리고 책 속에 나온 여러 작품들도 읽어지고 싶어지는 책.

나는 아직도 정답을 찾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무슨 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