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티에 Jun 03. 2016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라는 말의 의미

그들은 왜 남자들의 무시는 무시하는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


나날이 늘어가는 여성혐오범죄의 피의자들이 범죄의 동기를 물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여성들에게 분노했고, 그 분노를 생면부지의 다른 여성들에게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분출했다. 그들을 무시했다는 여자들과 그들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한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 여자라는 성별뿐이었다.


"왜 그들은 남자들의 무시는 무시했는가"


슬프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계급사회에 가깝다. "헬조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개천에서 용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통계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가 금수저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돈 없고 빽 없고 배운 것 없는 젊은이에게 세상은 지옥과 다름없을 것이다.


최근 여성혐오범죄의 피의자 중 대부분은 사회가 흔히 "루저"라고 일컫는 "돈 없고 빽 없고 배운 것 없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매일 세상의 갑질을 경험한다. 그들을 무시하는 세상은 분명히 남녀 모두로 이루어져있다. "루저"를 무시하는 시선도 마찬가지로 남녀 모두로부터 나온다. 다시 말하면 그들을 무시한 것은 결단코 여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왜 남자들의 무시에는 그토록 분노하지 않았을까. 왜 그들은 남자들의 무시는 무시하고 여자들의 무시에만 화를 표출한 것인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분노의 이유에는 섬뜩한 차별이 숨어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고 대접받아야 할 존재라는 전제조건이다. 그러기 때문에 같은 남자들의 무시는 무시할 수 있어도 당연히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의 홀대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루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는 그들이 가진 최후의 보루는 남성이라는 자신의 성별이다. 그것을 가지고 그들은 여자들에게 "갑질"을 행사한다. 그들이 그토록 증오했던, 그들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바로 그 "갑질"을 말이다.


대부분 "흙수저"인 그들은 "금수저"를 증오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금수저들은 본인의 노력 없이 그저 운좋게 타고난 부로 인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편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무시에만 분노하고 여자에게만 갑질을 행사하는 그들에게 과연 금수저를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본인의 노력 없이 그저 운좋게 타고난 남자라는 성별로 인해 여자보다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려야 하고, 여자에게 만큼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그들. 그들이 가진 범죄의 동기, "여자들의 무시를 참을 수 없다"는 이유는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 살 반 우리 딸, 남자친구 생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