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있어서 숙소는 교통편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MT 하면 민박집, 가족 여행하면 펜션, 우정 여행 혹은 나 홀로 여행하면 게스트하우스.
이렇듯 여행 컨셉에 따른 다양한 숙소의 대명사들이 있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 세상의 여행은 호텔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물며 아직 호텔을 가보지 않았던 분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기념일에 호캉스를 꿈꾸는 일이 흔할 정도로 호텔에 대한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호텔'이라는 두 글자에는 묘한 설렘과 기대감이 들어있다.
"호텔에서 일하면 어때?, 호텔리어라니 멋지다!"
호텔에 입사를 하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세상에 보이는 이미지와 동일한 일을 하는 직업은 없다지만 호텔리어는 그 갭이 큰 직업 중 하나로 단연코 손에 꼽을만하다. 여유롭고 친절한 미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체크인/체크아웃뿐 아니라 고객 정보관리, 프로모션 기획, 베이비시터, 벌레퇴치까지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호텔리어는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내가 근무한 서울의 한 호텔은 인터내셔널 브랜드 계열로 워크인 예약, 공식 홈페이지 예약 그리고 서드파티 예약(야놀자, 호텔 타임, 아고다 등 타 사이트를 통한 예약)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하는 곳이었다. 또한, 변화가 빠르고 턴오버가 심한 호텔 산업에서 2년 반의 시간 동안 오퍼레이션의 모든 것을 경험해봤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프런트, 컨시어지, EFL 라운지, 예약실까지 객실부의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하루에 많게는 7~80 객실을 체크인하고, 3~40통의 문의 전화를 받으며 12시간의 근무 시간을 버티는 나날들을 이어 나갔다.
바쁘고 바쁜 호텔에서의 생활은 한번 시작한 일에 모든 걸 바치는 나에게 좋은 성장동력이 되어주었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른 진급을 하며 점점 '호텔리어'가 되어갔고, '나'라는 개인을 잃어갔다.
물론 그 생활이 안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은 힘든 시간을 겪을수록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그 시간이 있었기에 회사생활을 하는 방법, 내 마음을 돌아보는 방법 등 일과 삶에서 여러 방면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호텔 산업은 특수 분야다. 호텔경영학과, 스위스 호텔학교 등 호텔이라는 곳에 희망을 품고 사춘기를 보내온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 분들 사이에서 호텔이라는 산업보다는 마냥 서비스직이 좋아서 시작한 '비전공자'가 호텔리어가 되기까지의 성장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비록 위에서 빚 좋은 개살구라고 하였지만 이 글은 호텔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 희망을 꺾기 위해서가 아니다. 2년 반 동안의 호텔 생활하는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호텔에서는 무슨 일을 주로 하는지,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이는 나처럼 퇴사를 꿈꿀 수도, 또 어떤 이는 그 속에서 호텔리어의 성장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를 바란다.
호텔업계를 떠난 지금, 그리고 퇴사할 그 순간의 감정보다는 많이 유연해진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금.
조금은 더 이성적으로, 조금은 더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흘려보내기 아까운 나의 호텔리어의 시간을 글로써 잡아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