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걸 돈으로 살 수 있다고?
기록상엔 다를 수 있을지라도 내 골프인생에서 커리어 하이는 프로가 되고 맞이한 그 해였던 것 같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엔 세미프로(준회원)들도 드림투어에 출전할 수 있었다.
물론 PGA프로(정회원)들이 주를 이루는 투어이기에 시드권을 따내기가 점프투어에 비해 어렵긴 했지만
나와 같은 세미프로들이 드림투어 시드권을 간절히 받고자 하는 이유가 있었다.
점프투어를 통해 아마추어 10명에게 준회원 자격이 부여됐던 것처럼
드림투어를 통해서도 준회원 10명은 정회원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아마추어 때 세미프로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세미가 되고 나니 PGA가 갖고 싶었다.
아마추어 때 세미의 벽이 높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해냈던 것처럼 그다음도 그렇게 해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마냥 몇 개월 전 아마추어때와 같지 않았다.
그간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을 했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되고 싶은 것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려 했고, 그 목표를 위해 그간 내가 해온 훈련과 노력을 믿었다.
잘하기 위해, 잘 되길 바라는 기대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해온 노력이 그 결과를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 마음 가짐이 닿은 걸까?
그 해 두 번째 드림투어 시드전 예선결과 2위. 본선 55위로 시드를 따냈다.
시드전은 상금도 없고 딱 출전기회자격의 유무를 위해 치르는 시합이라 본선에서 조금 아쉬운 결과를 내긴 했으나 시드권을 얻었으니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이로써 얻은 5개의 시합을 잘 치러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드림투어 시드권을 획득하기까지 난도가 높은 만큼 준회원들끼리의 경쟁은 이미 시드전을 통해 크게 가려지기 때문에 거기서 시드권만 받는다면 경쟁률은 극히 낮아진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세미프로가 드림투어 시드권을 얻고 나면 자기처럼 이번 시드전에서 시드를 받은 세미가 몇 명인지 세어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뭐 1,2등 겨루는 사람들이야 그런 건 생각도 안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궁금해하는지와 상관없이 주변 친구들이나 프로님이 세어서 알려주시곤 하셨다.
"이번에 시드받은 세미가 2X명이더라."
해당 시드전에서 시드권을 받은 세미프로가 10명도 채 안된다면 확률은 훨씬 올라가기 때문이다.
모두 예선에서 떨어져 상금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불참하는 시합 없이 최소한 지켜야 할 평균 스코어만 기록한다면 PGA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10명이 채 안 되는 그런 일은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마치 리그 속에 리그였다.
이미 상금은 뒷전이었다. PGA들과 함께 시합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그들과의 경쟁은 어차피 PGA를 따낼정도의 결과를 만든다면 알아서 좋은 결과로 따라올 테니. 당시엔 많은 것들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바라는 결과이긴 했지만 막상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 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진짜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절실함 바람이 성적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니. 전과같이 최대한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연습했고, 하나하나의 시합을 소중히 치렀다.
1부 투어를 제외하고는 드림투어도 점프투어와 마찬가지로 2라운드씩만 진행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컷이 있어서 첫째 날 정해진 인원 안에 들어갈 성적을 만들지 못한다면 둘째 날의 기회는 없다.
다섯 개의 시합 중 내가 떨어진 시합은 단 하나였다.
그 외엔 2라운드까지 갈 수 있었고 정말 소액이지만 그래도 상금이란 걸 인생 처음으로 따낼 수 있었다.
마지막 차전이 끝난 뒤의 기억이 선명하다.
시합이 끝났음에도 그 지역을 뜨지 못하고 근처 카페에서 계속 업데이트되는 성적표만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인원이 다 들어올 때까지. 그리고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이번에 치른 다섯 개의 시합에서 세미프로 중 내가 상금랭킹 몇 위인지. 어차피 PGA까지 포함한 전체결과는 뒷전이었다.
나를 태우기 위해 왔던 스탭오빠의 호들갑에도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다.
'안되면 안 되는 거지'
'안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그리고 이제 아무리 세어봐도 달라지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12위.
마침내 나온 결과는 12위였다. 세미프로 중 12위.
아무리 다시 화면을 내려봐도 더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10위와 5만 원이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스탭오빠가 떠는 아쉬움의 호들갑을 최대한 덤덤한 척, 쿨한 척하며 모든 걸 체념하고 다시 연습장으로 돌아오니 이미 아카데미 내에 모든 사람이 내 결과를 알고 있었다.
"아까워서 어떡해~"부터
"5만 원이 모자랐다며? 내가 10만 원 보내줄 테니까 PGA 달라고 하면 안 되냐?ㅋㅋ"까지
조롱 섞인 장난부터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아쉬움들까지 여러 반응을 대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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