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
첫 글을 올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SNS도 안 하는 내가 내 이야기를 공개적인 곳에 쓰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잘난 사람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
내 이야기는 여전히 '내겐 쓰리고 남에겐 부끄러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잘 해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나는 해낼 수 없었을까?'
끊임없이 자책하던 때가 있었고,
그렇다면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냐?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수록 오히려 대중의 관심과 공감을 받고
완벽함보다 허점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오히려 각광받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내놓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이 내용을 써야 할까? 정말?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몇 글자를 썼다 지웠다 하며 한참 동안
첫 줄을 벗어나지 못했다.
꾸역꾸역 겨우 첫 번째 글을 써냈을 땐 꾸역꾸역 참던 구토를 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개운했다는 느낌이 아니다. 쓰는 내내 구토를 하듯 고통스러웠고 쓰고 나서도 찝찝하고 불쾌한 느낌이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글을 발행 후 10분 동안 몇 번이나 수정을 했다.
그 뒤로도 계속 글을 쓰면서도 그 느낌은 해소되지 않았다.
글을 쓰기 위해선 자꾸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막상 해보니 그건 지금도 힘든 일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차마 버리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 뒀던 훈련 당시 썼던 일기장을 펴냈을 때에도 같았다.
이 전에도 이미 몇 번 그 일기를 펼쳐보려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어쩜 그렇게 의연해지지 않는지.
그 일기를 보면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날 것만큼이나 불쾌하다.
그 당시의 간절했던 내 모습을 기특하게 봐줄 법도 한 것 같은데
여전히 그런 흔적들과 마주하노라면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뭐라 형용하기도 어려운 부정적인 느낌과
감정이 휘몰아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쓰기 시작하고 선택한 주제였지만 글을 쓰는 순간엔 셀프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또한 글을 쓰기 전엔 예상치 못한 놀랍고 혼란스럽기도 했던 경험도 있다.
내겐 너무 고통스러웠던,
절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기가
몇 개월에 걸쳐 글을 써나가며 현재 시점에 가까워져 갈수록
'난 그저 자기 연민에 빠져있던 사람이었나?'
'자의식 과잉이었나?'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실패했다고 유난이네'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난 그저 유난이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썼던 모든 글을 다 지워버리고 싶었던 충동도 아주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글이 아까워서는 아니었다. 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도 아니었다.
지금의 이 과정도 여전히 스스로를 회복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용기와 자신감을 잃어버린, 어쩌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던 슬기가,
여전히 새로운 것을 해내가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슬기에게 인지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이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결실이 되고, 그 결실이 나와 같은 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골프를 못하면 내 인생이 망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골프를 안 하는 나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아니더라.
오히려 그 시기의 모든 게 지금의 성숙해진 내가 되기까지의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그 시간을 버텨준 과거의 어린 내게 마음깊이 감사할 뿐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인생사 새옹지마'이다.
당장 좋지 않은 일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오히려 내게 복이 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골프를 관둔 게 내게 그런 일이었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인대로 호들갑 떨지 않고 겸손히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려 한다.
앞으로 내게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나와 같은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기도 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포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최선을 다 했다고. 할 만큼 했다고.
그런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과감히 내 안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자신뿐이고
들어줄 수 있는 것도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정말이다.
지금까지 비루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번 시리즈는 이쯤에서 막을 내리고자 합니다.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고 있음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시작했던 도전이었던 글쓰기가,
읽어주시고 달아주시는 댓글에 용기를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