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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Feb 23. 2021

아침식사의 문화사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이 시리즈는 2018년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록했던 글입니다.



요즘 계속 늦게 퇴근해서 그런지 오늘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못 먹었다. 

그래서 책 리뷰로 대체하려고 한다. 오늘 리뷰할 책은 ‘아침식사의 문화사’라는 책이다.


이 책은 서양 문화의 시대적 흐름과 함께 아침식사가 어떻게 변했는지부터 영화 속 아침, 사형수의 아침, 우주에서의 아침까지 다루고 있어 매우 재미있다. 




break.fast 

밤새 계속하던 단식(fast)을 깨다(break)


아침식사를 뜻하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밤새 계속하던 단식(fast)을 깨다(break)라는 의미라고 한다. 굶주린 상태를 깨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활기를 돋우는 것이 아침식사인 것이다.


아침식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종교, 무역, 그리고 기술이었다. 



고대 문명의 태동기 때 식량으로 먹었던 맥주


중세 시대까지

아침식사에 늘 술이 함께했다.


인류는 구석기시대부터 곡물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아침식사로 항상 술을 마셨다. 기원전 3000년경 신석기시대 때부터 보리를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어 먹었는데 당시에 수질이 별로 좋지 않아 맥주는 중동의 아침식사용 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그 후, 그리스 로마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아침식단에 맥주나 에일, 포도주는 필수 음료였다. 


17세기까지도 유럽의 아침식사는 침실에서 하는 것이었다. 특히 여자들은 침실 안에 있는 드레스룸이나 밀실에서 하녀와 아침밥을 먹곤 했는데, 그래서 로마시대 때 아침식사는 사랑하는 연인을 꼬시기 위한 남자들의 좋은 구실이었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아침이 오기 전, 새벽부터 사랑하는 여인의 침실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나무꾼이 피곤함을 무릅쓰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내용을 계기로 고대 로마에서 아침식사는 적을 이기고 말겠다는 강철 같은 결의의 상징이기도 했다.




아침식사는

빈민층만 먹는 천한 것이었다.


중세시대에는 종교의 영향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죄로 여겨졌다. 당시 아침식사로 맥주나 포도주를 많이 마시기도 했고 귀족들이 아침을 긴 시간 동안 먹으며 사치를 부린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과식과 과음으로 여겨졌던 아침식사는 가장 먼저 금기해야 할 쾌락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 아침밥을 먹는다는 것은 빈민층을 의미하기도 했다. 아침에 힘든 노동을 하기 위하여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 사람에게만 아침이 허용되었던 것이다. 아침식사는 어린이나 노인, 병자나 육체노동자 같은 약자이거나 천한 사람들이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중세시대에는 아침식사를 먹더라도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브런치의 시작,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의 탄생


귀족들 사이에서 다시 아침을 푸짐하게 먹게 된 것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아침형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늘 하루의 첫 접견시간을 아침 8시로 잡았는데 이미 그전에 빵, 맥주, 포도주, 양고기, 소고기 수프까지 먹고 산책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즈음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무역으로 인해 커피, 코코아, 홍차 등 각종 카페인 음료가 생겨나면서 좋은 각성 음료와 함께 먹는 푸짐한 아침식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베이컨과 달걀 귀리죽으로 간단히 먹는 아침식사가 유행하면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늦은 아침에 아점으로 푸짐하게 먹는 ‘브런치' 역시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귀족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3가지 코스로 이루어진 느긋한 아침식사를 즐겨먹으면서 일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브런치라는 말을 썼던 것이다. 


그 후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기술이 발전하며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토스트기로 식빵을 구워 먹거나 시리얼을 아침으로 먹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오늘날의 아침식사의 형태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시대적 흐름뿐 아니라 술, 곡물, 각종 과일과 계란, 고기 등의 식재료들은 어떻게 아침식사로 쓰이게 되었고 변해왔지도 알 수 있다.  




오늘 건강했던 아침 식단이 

내일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중요시하며 챙겨 먹는 아침 식단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된다. 옛날에는 아침식사로 술은 필수 음료였고 중세시대에는 의사들이 당시 의학기술에 근거하여 아침식사를 건강을 위해 금지시키기도 했으며, 1980년대에는 시리얼이 소화 흡수를 돕는다는 광고로 인해 아침에 먹는 건강한 식재료로 여겨졌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당연히 챙겨 먹는 아침 메뉴 중 일부는 미래에 후손들에게는 최악의 재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몸이 약하거나 아침부터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아침식사를 권장했던 것은 확실하다. 나는 매일 아침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출근해야 하는 소시민이니까 내일부터 다시 아침을 잘 챙겨 먹기로 다짐하면서..  오늘의 책 리뷰는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은 작심삼십일 글쓰기 그룹 활동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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