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색깔의 하늘이 이내 검은색으로 뒤덮여버린다. 수많은 흰 물감을 새초롬히 떨어트리더니 짙은 파랑의 새벽을 끌고 온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 우리는 타인의 공간을 침범 또는 위로하며 각자만의 미드나잇을 보낸다. 금요일 밤이 되자, 평일의 지루하고도 날 선 감정들은 묶였던 고무줄이 팡-하고 끊어져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처럼 우수수 침대로 떨어져 나부낀다. 우리, 해제되자.
에어팟으로 흘러들어오는 뜻 모를 음악을 느끼며 엄지손가락을 무의미하게 올려본다. 수많은 타인의 일상을 무성의하게 내려오며 어디에도 초점이 맞지 않는다. 뭘 보려 했던 것도 아니고, 굳이 스킵하려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를 공허히 흘려보내며 쪼여졌던 시간을 해방시킨다.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그 종착점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유유자적 흐르는 의식을 잡아두고 싶지 않다. 굳이 명명하고 싶지 않다. 의미 없이 휩쓸려간 생각은 서로 뭉쳐지기도, 더 작은 입자로 흩어지기도 하며 압박하는 속옷을 푼 듯 잠시 넘실거림을 느낀다.
사진 속 초점이 맞지 않게 찍힌 타인처럼, 선명하지 않은, 또렷하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의식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도 않고 건설적으로 보내고 싶지도 않다. 드라이브 속 빠르게 스쳐 가는 간판들처럼 시간을 흘려보내며 생각의 부유를 허락한다.
'뭐 어때. 가볍게, 때론 흐트러지게 보내는 거지. 그런 날도 있잖아.'
클로즈업 대신 포커스 아웃되는 하루를 만들어보자. 잠시 희미해지고 주변으로 물러나는 여유 속에 나만의 리듬을 느끼자. 그러면 좀 어때,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