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는 별일 없이 산다.
여행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채워준다.
그리고 꼭 표를 사서 멀리 떠나야만 여행이 아니다.
나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다.
대체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분명 나만의 사명이 이곳에 존재하기에 내가 이곳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사명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 나선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할 때가 많았고 그만큼 이리저리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사실 그러한 과정들을 즐기기에 나에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능력이 부족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책과 인터넷을 통해 공부했으며 배운걸 바로 실행하기 위해 액션플랜을 최대한 작게 나누어 행동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훈련해왔다.
사실 별거 없는 이야기이지만 새로운 걸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새로운 일을 얼마나 지속 유지하여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양분으로 삼는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어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없다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너무 쉽게 변해버린다.
나를 둘러쌓고 있던 다양한 일들은 점점 나를 짓누르는 압박으로 변하여 숨 쉬기 조차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가족과 친구로서의 역할조차 벅차던 나는 그나마 간간히 보던 책조차도 보지 못할 정도록 힘들어하고 있었다.
재정적인 문제는 매일 나를 압박해왔고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만든 성과 압박은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아침 눈을 떠서 저녁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 종일 일 생각만 했으며 쉬는 날 조차 머릿속으론 오로지 일뿐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번아웃은 아침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조차 힘들 정도로 몸과 마음을 망가트리고 그때쯤 찾아온 통풍은 건강하나는 자신하던 나를 꺾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가슴뜀과 숨 막힘은 나를 괴롭게 했었다. 그땐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의 공황장애가 아닌가 싶다.
아마 그때인 것 같다. 이대론 정말 안 되겠다. 생각했던 게.
그렇게 나는 2019년 6월 12일 처음으로 40분 동안 달리기를 했었다. 40분 동안 5km도 못 뛸 정도록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과 마음이지만 예전처럼 꿈꾸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상황에 압도당하는 삶이 아닌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점점 망가져가는 나를 스스로 구제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는 나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술 약속과 야식을 줄이고 그 시간에 달리기를 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술자리를 가도 술 대신 물이나 음료를 마셔야만 했고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야 하는 고행의 시간도 있었다. 때론 한잔만?이라는 생각도 간절했다. 하지만 한잔을 마시면 두 잔 세 잔이 쉬워지고 그럼 나는 달리기를 못한다! 까지 생각이 미치니 술 안 먹고도 술자리를 즐기게 되었다. 이 시간 후엔 나는 자유롭게 달릴 수 있으니깐!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달릴 때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서부터 심장 박동과 숨소리 내 눈과 귓가를 스쳐가는 다양한 풍경들과 바람. 이러한 감각들이 나를 다시 깨어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감각들을 느끼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더 깊은 생각으로 빠져든다. 갑갑한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닌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방법들을 찾아나셨고 달리기가 끝날 때쯤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하나하나 방법들을 구체화시켰고 그걸 실행함으로써 부정적이고 암울한 터널에서 조금씩 헤쳐 나오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 터널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는 나를 더욱 믿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
이 모든게 불가 몇 개월 전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하루와 이런 하루가 일곱 번 모여 만들어진 일주일.
어쩌면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보이는 인생이라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행하고 있는 행동들은 아주 조금씩 내일의 나를 달라지게 하고 있다.
혹시 반복되고 지루한 하루가 싫다면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시작해보자.
즐거운 모습으로 내일 하루를 보낼 모습을 상상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보자.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면 밖에 나가서 3km 달리기에 도전해보자.
3km 완주에 성공한 자기 자신을 충분히 칭찬해주고 내일 주변 사람들에게 3km 완주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자. 분명 내일 빛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행이 꼭 멀리 떠나야만 되는 건 아니다.
여유 있는 일요일 오후 시간, 편안한 복장으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나는 이것 역시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이지만 미쳐 그 당시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관점들을 맥주 한잔에 되돌아보며 배우고 성찰한다는 것은 분명 여행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간혹 앞으로만 달려가기 바쁜 나와 같은 성격은 꼭 한 번씩 뒤돌아봐줄 필요가 있다.
자기 성찰 여행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과거를 성찰하되 과거의 고통에 빠지지 말 것,
지나간 감정에 너무 많이 마음을 빼앗기지 말 것,
자신을 위로하되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 것.
과거는 과거로 덮어두고 미래를 향해 노력할 것.
과거의 나는 변할 순 없지만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스스로 굳건히 믿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