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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딧쓴 Aug 30. 2022

서점에서 내 경험을 팔기 시작했다

작은 시도가 책으로 완성되기까지

올해 2월부터 브런치에 쓰던 글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처음 HX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해보자'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HX라는 주제 자체가 생소한 키워드이기 때문에 읽을 사람이 충분히 있을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확히 6개월이 지난 지금, 제가 쓴 글이 서점에 놓여있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브런치에 출간 소식을 알릴 겸,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처음 마주한 실물


저는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기를 "인생의 교양을 배웠다."라고 표현하고 다녔습니다. 심리학을 배운 덕분에 좀 더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리학 자체는 어딘가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양수업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한다면 심리학을 적용해볼 수 있겠지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아무 일에서도 강점을 제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심리학을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공부보다는 일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고 싶었거든요. 학교를 다니면서 아동자립 교육사업에도 참여하고, 축제 현장에서 일하며 문화기획이라는 분야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연합 커뮤니티를 만들어 세미나도 운영해보고요. 내가 만든 행사를 통해, 내가 진행하는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기획자라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지금도 저는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정의합니다. 기획이라는 일은 심리학과 닮은 점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 필요하다는 점이죠. 무슨 일을 하든 기획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획을 직업으로 하려면 내가 어떤 것을 기획할 수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나는 어떤 기획을 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앉아서 고민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 성격이라, 축제 기획도 해보고 마케팅도 해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립니다. 회사의 규모를 떠나, 한 명의 기획자로써 더 큰 기획을 하려면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 기획을 할 때 주요 관심사였던 범죄심리가 제게 친숙했기 때문에 범죄심리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범죄는 사회의 어두운 면이고, 정책이든 문화든 올바른 기획이 들어가야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저는 공부만 하는 것보다 실무 현장에서 이론이 어떻게 쓰이는지 경험하는 것이 더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실무를 병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실제 법정에서 쓰일 진술분석과 심리부검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진술분석은 참/거짓 판별이라기보다 '진술자의 진술이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과 관련된 심리학을 공부해야 하고, 그것이 언어화되는 과정 역시 알아야만 합니다. 덕분에 범죄심리학 안에서도 제 공부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험에 대한 심리학, 그것의 언어화를 공부하다 보니 UX, 그중에서도 UX라이팅과 접점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제가 공부한 것을 기획 실무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좀 더 겪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졸업이 얼마 남지 않게 되기도 했고요. 졸업 후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다시금 '나는 어떤 기획을 할 것인가'하는 고민의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답을 찾을 시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들은 대체로 경험해본 것 같았으니까요. 지금까지 마음이 끌려서 해왔던 일들의 접점을 찾고 싶었습니다. 다소 중구난방인 이력서지만요. 한참을 고민하던 중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공통점은 경험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떤 경험을 만들고,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경험을 서술한 법정 진술을 분석해왔습니다. 제가 계속 맴돌았던 일들은 모두 경험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기획자는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각에서 문제를 정의하는지가 기획자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경험 단위로 세상을 바라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UX나, 서비스 기획이라는 기존의 카테고리와는 약간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인간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관점, HX라는 주제를 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경험을 중심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기획자'라는 정체성으로요.


처음 언급한 것과 같이, '6개월~1년 정도는 아무 반응도 없겠지만 버텨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네 번째 쓴 글에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조회수가 15만을 넘겼더라고요. (커피를 파는 척 하는 스타벅스) 제게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반응이 있는 것 자체가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였으니까요. 물론 이후의 모든 글이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쌓다 보니 기고 제안도 받고, 제 글을 공유해가는 곳이 생겼습니다.


제 관점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글 쓰는 것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 달 반 만에 출간 제안을 받았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찾아온 너무 감사한 기회였죠. 부족한 내용을 채우고, 좀 더 친절한 설명을 추가하는 등 원고 작업을 거쳤습니다. 매끄러운 흐름이 될 수 있게 목차도 새로 구성했습니다. 훌륭한 편집자님 덕분에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책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쓰면서 또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립출판, 자비출판, 기획출판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어떤 과정으로 책이 나오는지도 배웠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이 책이 저에게 또 다른 경험들을 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쓰는 일은 쓴 일입니다. 쓰디쓴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이렇게 달달한 경험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앞으로도 계속 쓰려고 합니다. 쓰더라도 쓰겠습니다. 다시 단맛이 날 때까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출간된 책은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출간 기념으로 클럽하우스에서 가벼운 토크쇼를 가질 예정입니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지인이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 일시: 8월 31일 수요일 오후 11시 (방송은 10시부터 시작)

- 클럽하우스, 스푼, 아프리카TV 동시송출

- 추후 유튜브에 하이라이트 편집본 업로드 예정


클럽하우스 계정은 @victoryonce, 혹은 @lamamoon(라디오 호스트)으로 찾아와 주시면 됩니다.

책 내용 관련, 출판 관련, 심리학, 글쓰기 등 어떤 주제로든 대화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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