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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Feb 24. 2022

당신의 소비자는 콜럼버스가 아니다.

탐험은 우연한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콜럼버스는 배를 띄웠다. 드넓은 바다를, 빛나는 보화를,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서. 당신의 소비자도 배를 띄운다. 그러나 당신의 상품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당신의 상품은 표류 중에 발견되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당신을 보기 위해 배를 띄우는 소비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확히 말하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신의 상품을 찾기 위해 배를 띄운 것이 아니라, 유사한 무언가를 찾다가 당신의 상품을 발견할 것뿐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알고 찾아오는 것은 두 번째 만남부터다.


모든 경험은 발견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파는 상품이 물건이든, 공간이든, 서비스든, 모든 상품은 소비자의 경험으로 수렴한다. 그리고 모든 경험의 최초 형태는 발견이다. 상품이나 광고의 경우 그것을 노출이라고 부르고, 브랜드의 경우는 인지라고 부른다. 소비자에게 노출, 인지, 발견되어야 상품의 존재에 의미가 생긴다. 발견되지 않은 상품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당신이 제공하는 경험을 인지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광고 배너를 통해 발견할 수도 있고, 친구에게 전해 들을 수도 있다. 다른 경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을 수도 있고,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았을 수도 있다. 당신이 기획하고 있는 경험이 발견되기 가장 좋은 통로는 무엇인가? 당신의 상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 전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로

-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가


소비자가 당신의 상품을 발견해야 그것의 참여자로 전환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는 당신의 상품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콜럼버스 역시 '신대륙'을 찾고자 했던 것이지, 아메리카를 찾아 나선 것이 아니다. 아메리카를 발견하기 전에는 그곳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소비자의 경우라면 어떨까. 소비자 중 신대륙을 찾으려 하는 사람의 비율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표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각자 자신의 길을 가다, 당신이 제공하는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발견한다.


심지어 '그대'도 '어쩌다' 마주쳤다.


당신의 상품이 누군가에게 발견되었다면, 그것에 참여자로 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당신의 상품에 더 많은 참여자를 확보하기 위한 발견 전략은 두 가지로 나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도록 하거나, 적더라도 발견만 하면 참여자로 참여할만한 사람에게 발견되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는 노출량을 늘리는 전략, 후자는 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차원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이 두 가지 갈림길은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의 양상에 의해 나뉜다. 당신의 상품이 '이런 것도 있었어?'에 해당한다면 '더 많은 노출' 전략이 유리하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 바로 이거였어!'에 해당한다면 전환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더 정밀한 노출'이 유리하다. 당신의 상품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라면 전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로를 택하여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개발자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컨퍼런스]라면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로를 택하여 개발자들에게 한정하여 발견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발견 당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은 공통적인 필수사항이다.




노출량을 늘릴 것인가, 전환율을 높일 것인가.


마케팅에서는 고관여 제품과 저관여 제품이라는 용어로 위의 내용을 정리한다. 고관여 제품은 구매할 때 많은 고민을 거치는 제품으로, 자동차, 향수, 노트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관여 제품은 반대의 개념으로, 건전지, 과자, 세제 등이 있다. 구매를 잘못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도가 높아 느껴지는 불안이나,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클수록 고관여 제품에 가깝다. 즉, 제품과 자신의 관계가 강할수록 고관여 제품인 것이다. 팔고자 하는 상품이 고관여, 저관여 중 어디에 가까우냐에 따라 홍보 역시 다른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고관여와 저관여에 따른 정답은 없다. 시몬스의 사례를 보자. 시몬스의 최근 마케팅 전략은 저관여 제품들이 주로 사용하던 인지도(노출량)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인 침대가 주력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침대의 품질이나 성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획기적인 광고로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시몬스. 이번 광고는 묘한 안정감을 주는 아트 영상(OSV)이다.


시몬스의 이러한 전략은 집요하게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했기에 가능했다. 침대는 고관여 제품임에도 살면서 한 두 번 살까 말까 한 상품이다. 그리고 개인이 시몬스 급의 브랜드 침대를 구매하는 시기는 보통 결혼을 하거나, 경제력을 갖추고 독립을 하면서부터이다.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하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은 처음부터 시몬스를 선택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침대 품질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리 친절하게 떠들어도 들어줄 사람은 없다. 오히려 정말 침대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게 되어있다. 고로 시몬스는 장차 침대를 구매할 시기를 앞두고 있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시몬스 침대의 품질을 알게 되는 것은 30대가 되고 나서도 충분하다. 다만, 그 순간 '침대 브랜드 뭐가 있더라?'라는 질문을 할 때, 가장 먼저 '시몬스'가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청첩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당신의 소비자가 당신의 상품을 발견하는 순간, 마치 청첩장을 받은 것처럼 느끼게 하자. 대량 인쇄된 똑같은 청첩장은 매력이 없다. 대신 그 위에 한 자 한 자 눌러 담은 내 이름이 쓰여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것은 '나를 위한' 초대장인 것이다. 청첩장을 건네는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담겨있다면 어떨까.


"대학 시절에 네 자취방에서 먹은 국수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이번엔 내가 거하게 대접할게, 네가 와서 축하해준다면 참 기쁠 것 같다 친구야"


이런 손글씨가 쓰여있는 청첩장을 받고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할 사람은 없다. 당신이 제공하는 경험의 초대도 이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신이 초대하고자 하는 참여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그 참여자가 되어 생각해야 한다. 집요하고 철저한 공감이 필요하다. 당신이 경험을 팔고자 하는 소비자는 콜럼버스가 아닌 표류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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