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졸고 있다.
등교하자마자 엎드리고 수업 시간에도 졸며
수업 끝나면 또 엎드려버린다.
졸다가 자다가 먹다가 공부하다가 노는 일이
학교와 학원에서의 일과가 되어버린 아이들이 적지 않다.
공부하는 모습이나 노는 모습은 예쁘지만
졸거나 자는 모습은 큰 아픔이다.
아이들이 졸거나 자는 가장 큰 이유는 늦게 자기 때문인데
늦게 자는 이유는 공부, 과제, 게임,
sns, 간식, 스마트폰 등 가지가지다.
게임, 텔레비전, 스마트폰 때문에 늦게 자는 아이들은 물론
공부하다 늦게 자는 아이까지 잘못인 이유는
‘얻음’만 생각할 뿐 ‘잃음’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밤에 한 시간 더 공부하는 이익만 중요하게 생각할 뿐
낮에 졸거나 자느라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손해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득(得)만 생각할 뿐 실(失)은 생각하지 못함은 어리석음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얻음과 잃음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다섯 골 넣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섯 골 먹히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공짜라며 사주는 만 원짜리 음식에 감사하기보다
음식 먹기 위해 소비한 교통비와 시간을 아까워할 수 있어야 하고
밤에 한 시간 더 공부하는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다음 날 졸거나 잠으로써 공부 못하는 손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득(得)을 좋아하면서도 결국 실(失)을 선택해 버리는 이유는
‘생각 없음’ 때문이다.
어리석음 때문이고 서두름 때문이며 이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각 없음’이 가장 큰 이유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했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거부한다.
생각 없이 앉아있고, 생각 없이 받아쓰기만 할 뿐이다.
생각 없이 앉아서 시간만 흘려보냈음에도 공부했다 말하고,
받아쓰기만 해놓고선 공부했다 말하며,
조용히 들어줄 테니 가르쳐주기만 하라고 이야기한다.
잘 배우고 많이 배우기만 하면
익히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 강조하여도,
사고력은 ‘생각 사(思)’ ‘곰곰이 생각할 고(考)’ ‘힘 력(力)’이라고
외치고 또 외쳐도
생각하는 연습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생각하기를 귀찮아한다.
사고력(思考力)과 창의력(創意力)이 중요한 것이라 강조하여도
당장의 시험 점수가 중요한 것이라며 문제 풀이에만 땀을 흘린다.
오늘도 메모지에 ‘득실론’을 적고 또 적어본다.
판사가 양쪽 입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생각한 다음에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얻음’만 생각하지 말고 ‘잃음’도 함께 생각한 다음에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라고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려 본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