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왕국, 영국

Fungal Kindom, United Kingdom

by 곰박

히드로 공항에서 짐을 찾아 밖에 나오니 역시나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2월의 영국 날씨에 뭘 바랄게 있을까?


다행히 토요일 영국에 도착하였고 Imperial College 내에 숙소를 잡았기에 일요일 하루는 주변을 돌아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겨울인데도 파란 잔디, 유명 공원과 다름이 없다.

KakaoTalk_20260228_172500730.jpg Imperial College, Silwood park 입구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나무들이 그냥 나무가 아니었다. 나무들은 그들 몸에 지의류와 이끼로 잔뜩 치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의류는 상상 이상이었다. 보통 한국에서는 나무 기둥 맨 아래에 이끼가 자라고, 줄기 윗 부부분에 듬성듬성 지의류가 붙어 있다. 그런데 여기는 나무 기둥도 한국보다는 지의류가 많지만 가지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등처럼 지의류가 붙어 있다. 겨울에는 잎이 없어 광합성을 못할 텐데 지의류가 잎을 역할을 대신해주는 걸까!

KakaoTalk_20260228_125642546_12.jpg 나무의 푸른색은 모두 지의류이다. 지의류가 목의(木衣)가 되었다.
KakaoTalk_20260228_125642546_09.jpg 지의류가 나무 잎처럼 보인다.


다음날 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CABI)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CABI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외진 곳이었는데 식당을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식당 주 출입문에 자라는 버섯!

KakaoTalk_20260228_123903847_22.jpg 식당 주 출입구이다. 문 아래 버섯이 피어 있다.
KakaoTalk_20260228_123903847_25.jpg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큰 구름버섯이 자라고 있다. 식당 출입구에!


대단한 나라다. 식당문에서 버젓이 버섯이 자라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걸 보고도 그대로 자라게 두는 영국사람들도 대단하다. 가히 곰팡이 왕국(Fungal Kingdom), United Kingdom이다.


영국은 20세기에 곰팡이 연구의 최고의 국가였다. 21세기가 되면서 곰팡이 연구에 분자생물학이 도입되면서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 간 것 같지만 그래도 곰팡이 연구의 주요 국가이다. 요행히 기회가 되어 영국의 곰팡이 연구의 한축을 담당하는 CABI에서 3주간 일할 수 있었다.


주어진 업무로 영국의 곰팡이 연구에 대하여 차분하게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CABI가 운영하는 곰팡이은행에 대하여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영국 곰팡이 연구의 또 다른 축인 영국 왕립식물원 Kew의 곰팡이표본소(Fungarium)도 방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몇 가지 살을 덧붙여, 곰팡이 왕국 영국의 곰팡이 연구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Charles Darwin(1809–1882)과 자연사박물관


영국은 찰스 다윈 보유국이다. 세계 생물학자 가운데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 과학자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이분 이전에는 생물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느님이 창조한 대로 그대로, 그 수만큼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윈은 생물이 새로 생기고 멸종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분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인류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준 분 중 한 분이다.


영국은 당연히 이분에 대하여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고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입구 정면의 핵심 위치에 찰스 다윈의 대리석상이 있다. 그리고 이 박물관에는 별도의 Charles Darwin Center도 있다.

20260214_125100.jpg 자연사박물관의 Charles Darwin


영국 사람들은 뭐라도 잘 보존한다. 19세기와 20세기에 세계 곳곳에 퍼져 있던 자기들의 식민지를 다니면서 괜찮다 싶은 것들은 모두 가지고 와 보관했다. 이집트에 가서는 무덤을 파서 미이라를 들고 오고, 그리스에 가서는 신전을 통째로 뜯어 들고 왔다. 이런 것들을 모아 놓은 곳이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이다. 대영박물관은 인간의 역사(Human history) 박물관이다.

20260227_183226.jpg 대영박물관 내의 그리이스 신전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동물들, 화석들은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에 보관되어 있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면서 모은 수백 종의 새들도 당연히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20260214_125513.jpg 런던자연사 박물관, 왼쪽의 대리석상이 Darwin이다.

한편 19세기와 20세기에 유럽 사람들은 의외로 식물을 좋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희귀한 튤립 구근 하나가 집 한 채 값에 거래된 적도 있다고 한다. 동양에서 활동하던 의사와 선교사들이 생계를 위하여 동양의 식물들을 가지고 와 유럽에서 판매하였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온 식물들을 모아 두고 관리하는 곳이 영국의 왕립식물원 Kew이다.


20260224_110143.jpg 영국 왕립식물원 KEW


우리나라의 소나무, 동백, 산수유도 모두 Kew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2월 중순인데 이미 동백과 산수유가 활짝 피어 있었다.

20260224_120917.jpg 2월 KEW에서 만난 산수유


영국 사람들의 보존 습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Kew에는 곰팡이를 보존하는 Fungarium(곰팡이표본보존소)이 있고, 1840년대부터의 토양을 보관하는 Rothamsted라는 연구소도 있다.

20260226_132423.jpg Rothamsted broadbalk 시험장(1843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비료 처리구에 똑같은 밀을 심어왔다.)


20260226_140826.jpg 1843년부터 채집된 토양을 보관하고 있는 Rothasted의 Soil archive


다윈이 수집한 것은 주로 새(조류)이지만 곰팡이도 있었다. 남아메리카 끝자락 Tierra del Fuego에서 남방너도밤나무(Nothofagus)에 기생하는 독특한 곰팡이를 채집하였고, 이 곰팡이가 Kew의 곰팡이표본보존소(Fungarium)에 Cyttaria darwinii Berk.라는 이름으로 보관되어 있다.



2. Miles Joseph Berkeley(1803–1889)와 왕립식물원 Kew


일반 생물학에 Charles Darwin(1809–1882)이 있다면 곰팡이학(균학)에는 Miles Berkeley가 있다. 두 사람은 Cambridge 대학 동문이고 거의 같은 시대에 살았다.


image.png 영국 곰팡이학의 아버지 Miles J. Berkeley, 그가 모은 곰팡이 표본 3만개를 KEW에 기증하면서 KEW가 세계 곰팡이 연구 중심지가 되었다(인용: Wikipedia).


C. Darwin이 비글호 항해를 하면서(1831–1836) 남아메리카 최남단 Tierra del Fuego에서 남방너도밤나무(Nothofagus)에 기생하는 독특한 구형 곰팡이를 채집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이것을 학교 동문이자 당대 최고의 곰팡이 전문가인 M. Berkeley에게 맡겼다. Berkeley는 이 곰팡이를 관찰하고, 다윈이 수집한 벌집 같은 곰팡이라는 뜻으로 Cyttaria darwinii Berk. (1842)로 명명하였다.


이후 Berkeley는 아일랜드의 감자에 돌림병이 대발생하자(Great Famine, 1845–1849), 이 병의 원인이 감자역병균(Phytophthora infestans)이라고 주장하였다. 감자의 역병이 게으른 아일랜드인들에 대한 신의 저주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Berkeley의 주장은 이후 독일인 과학자 Heinrich Anton de Bary에 의하여 입증된다. 따라서 Berkeley와 de Bary는 식물병리학의 창시자, 또는 아버지로 불린다. M. Berkeley는 감자역병균 외에도 5,300종의 신종을 보고하고 3만 점의 곰팡이를 관찰하고 수집하였다.


말년에 그는 소장하고 있던 곰팡이 표본 3만여 개를 Kew에 기증한다(1879). Kew는 이를 계기로 곰팡이 표본을 관리하는 Fungarium을 설립하게 되는데, 다윈이 수집하였던 곰팡이가 Kew의 Fungarium에 보존된 경위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공헌으로 인하여 M. Berkeley는 영국 균학의 아버지로 존경받는다.



3. Kew의 Fungarium(곰팡이표본보존소)


세계의 역사 유물들이 대영박물관(Human history)으로 모이고, 세계의 동물들이 런던 자연사박물관으로 모였다. 그리고 세계의 식물들이 영국 왕립식물원 Kew로 모여 관리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곰팡이들은?


세계의 곰팡이 표본들이 모인 곳이 바로 Kew의 곰팡이표본보존소(Fungarium)이다. Fungarium에는 현재 125만 개의 곰팡이 표본이 보존되어 있고, 이 중에서 약 5만 점은 종(species) 표준표본이다. 즉 어떤 곰팡이 종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는 표본이다.

20260224_144248.jpg Fungarium의 곰팡이 표본 보존소


20260224_143938.jpg 곤충병원성 곰팡이 표본



20260224_145020.jpg 곰팡이 배양 표본


이 표본 정보들은 모두 전산화되어 있으며 아래 사이트에서 검색된다. 필요한 경우 표본 대여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https://www.kew.org/science/collections-and-resources/data-and-digital/fungi


20260224_150100.jpg Fungarium에 보관되어 있는 한국 곰팡이 관련 서적


20260224_150517.jpg Fungarium에 보관되어 있는 한국 곰팡이 저널, 영국은 곰팡이 뿐만 아니라 곰팡이 관련 서적들도 전 세계로부터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다.


Fungarium은 표본 정보의 단순한 디지털화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보존 표본에서 DNA를 뽑아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제공하는 과제(Fungarium Sequencing Project)를 수행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과거에 보관한 표본들의 더욱 쓸모가 있게 된 것이다.


Fungarium은 곰팡이 표본뿐 아니라 곰팡이 종 목록 전체도 관리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의 균학자들이 이용하는 곰팡이 목록, Index Fungorum(https://www.indexfungorum.org/)이다. 글 분량상 웹페이지 소개만 하고 넘어간다.

image.png Index Fungorum (곰팡이 목록) 홈페이지


19세기까지의 곰팡이 연구는 표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세기 말 미생물의 순수분리가 이루어지면서 곰팡이도 배양체를 보관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배양체 은행이 필요하게 되었다.



4. CABI(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와 곰팡이 배양체은행


영국에서 곰팡이 배양체를 관리하는 은행은 CABI culture collection이다. CABI는 비영리 국제농업기구인데, 어떻게 영국의 곰팡이 배양체를 관리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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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세계 각지에 많은 식민 국가를 거느리게 되니, 식민 국가들의 농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농사에는 병해충이 문제인데, 병을 일으키는 주범이 곰팡이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작물병원성 곰팡이를 연구하기 위하여 제국진균국(Imperial Bureau of Mycology, 1920)이 설립되고(Kew), 제국진균연구소(Imperial Mycological Institute, IMI, 1930)로 개칭된다.


IMI는 병 진단을 위하여 영국 식민지 각지로부터 병든 식물을 받고,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기 위하여 식물로부터 곰팡이를 분리하여 배양하고 관찰하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은 생물을 얻게 되면 일단 보관하고 보는 나라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온 식물로부터 분리한 곰팡이를 일단 보관하게 되었고, 이것이 쌓여 자연스럽게 IMI culture collection(1947)이 되었다. 이때부터 영국의 곰팡이 자원 관리는 표본은 Fungarium, 배양체는 IMI culture collection으로 양분되게 되었다.


또한 농사에 문제가 되는 해충을 연구하기 위하여 곤충연구위원회(Entomological Research Committee, 1910)가 설립되고, 제국곤충국(Imperial Bureau of Entomology, 1913), 제국곤충연구소(Imperial Institute of Entomology, 1930)로 개칭된다.


곤충(Entomology), 곰팡이(Mycology) 외에도 농업 기생충(Parasitology), 생물적 방제(Biological Control)와 같은 농업 연구소들이 별도로 생기고, 이들을 묶어서 제국농업국(Imperial Agricultural Bureaux)으로 부르다가 영연방농업국(Commonwealth Agricultural Bureaux, CAB)으로 개칭되었으며, 현재는 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CAB International → CABI (Centre for Agriculture and Bioscience International)]가 되었다.


IMI culture collection도 모기관에 따라 IMI(Imperial Mycological Institute, 1930), 영연방 시절에는 CMI(Commonwealth Mycological Institute, 1948)로, 다시 IMI(International Mycological Institute, 1990)로 불리다가, 현재는 일반적으로 CABI culture collection으로 불린다. 이와 같이 곰팡이은행의 모기관 명칭에는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으나, 균주 번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IMI ****** 체계를 쓰고 있다.


IMI는 초기에는 곰팡이 보존을 주로 광유보존법에 의존하였고, 1960년대에는 동결건조 보존법을 개발하여 적용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액체질소 보존을 주로 사용하였다. CABI culture collection은 런던 근교 Richmond의 Kew에서 시작하여 1992년 Royal Holloway 대학의 Egham을 거쳐 현재는 Imperial College Silwood, Ascot(2025)에 위치한다. 즉 영국의 곰팡이 배양체자원은행 CABI culture collection도 지금은 다른 기관에 속하지만 1992년까지는 Fungarium과 함께 KEW 내에 있었다.

20260209_124720.jpg CABI culture collection의 곰팡이 광유보존


20260209_125043.jpg CABI culture collection의 곰팡이 동결건조 보존
20260209_123447.jpg CABI culture collection의 곰팡이 액체질소 보존


20세기 말까지 IMI culture collection은 네덜란드의 CBS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곰팡이은행이었다. 하지만 CABI 체계로 바뀌면서 미생물은행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CABI는 대부분 운영비를 자체 수입에 의존하는데, 미생물은행은 학계를 위하여 서비스하는 인프라 기관이지 수익이 되는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5. CABI, 미생물은행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로


CABI culture collection이 이제 미생물은행계에서는 멀어지는구나 라고 여겨질 때, CABI가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갖고 다시 등장하였다.


작물 뿌리 주변의 근권 토양에는 작물 생육과 연관된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현재 기술로는 분리, 배양되지 않는 미생물도 많다. 기존의 미생물은행이 이 가운데에서 배양 가능한 미생물만 순수분리하여 보존한다면,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는 배양되지 않는 미생물을 포함한 토양 미생물 전체를 보관한다는 개념이다. 지금 기술로는 분리되지 않고 배양되지 않으나 작물 생장에 중요한 미생물을, 후에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었을때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의학 분야의 바이오뱅크(Biobank) 개념을 농업에 반영한 것이다. 인체와 관련해서는 대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분리해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을 포함하는 분변자체를 보관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인체의 바이오뱅크는 분변만이 아니라 혈액, 조직 등의 관리까지 확대된다. 그리고 여기에 관련 데이터를 결합하여 생물자원-데이터 통합형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이다.


CABI culture collection에서 CABI biobank(마이크로바이옴 뱅크)로의 전환은 미생물은행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과거부터 다양한 생물을 꾸준하게 관리해 온 영국이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뱅크는 영국 Kew의 곰팡이표본보존소(Fungarium)와 CABI culture collection를 아우르는 통합 개념일 수도 있다.


또한 영국에는 1840년대 토양을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는 Rothamsted 연구소가 있는데, 이 연구소에서는 토양을 그냥 실온에 보존하였다. 반면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는 적절한 사전 처리를 거쳐 토양을 액체질소에 보관함으로써, 보존 방법이 개선된 토양 보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농업 분야의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는 아직은 많은 도전이 있다. 토양 마이크로바이옴 보존 기술이 아직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이제 보존법을 확립해 가고 있는 단계이다. 세계의 미생물은행도 마이크로바이옴 뱅크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선뜻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 단계이다.


하지만 영국은 농업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뱅크 과제(UK Crop Microbiome CryoBank, 2020–2025)에 40억 원(200만 파운드)을 투자하였고, 보리·밀·유채 등의 영국 6대 작물 유래 2,400개 토양 마이크로바이옴(토양 시료)이 이미 액체질소에 보존되어 있다.

image.png 영국의 작물 마이크로바이옴 뱅크 프로젝트 개념도(인용; "AgMicroBiome Base")


이에 우리도 이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를 구축하고자 하며(과제명: 농생명 마이크로바이옴 혁신기술 개발 연구), 토양 마이크로바이옴 보존 연구를 시작하고자 한다.


마이크로바이옴 뱅크 구축에 대한 더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영국 곰팡이 연구에 대하여는 이제 붓을 내려 놓고자 한다.



6. 마무리


영국의 곰팡이 연구에 대하여 두서없이 써 내려왔으나, 뜻밖에 이 글은 하나의 줄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윈이 채집한 곰팡이 표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Berkeley를 지나, Kew의 Fungarium에 닿고, 그리고 표본 보존의 전통이 배양체 보존으로 확장된 CABI culture collection으로, 그리고 최근에 CABI가 새롭게 투자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뱅크까지 하나의 줄기로 엮인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생물표본을 모으고,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보존하는 일에 유난할 만큼 집요했다. Kew의 Fungarium은 표본을 통해 곰팡이 분류학의 기초를 떠받치고, CABI culture collection은 살아 있는 배양체를 통해 곰팡이의 활용과 이용성을 넓혀 왔다. 그리고 이제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는 ‘분리된 한 균주’ 보존에만 머물지 않고, 토양과 작물 주변의 복합적인 미생물 전체를 미래 자원으로 보존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보존기술의 발전을 넘어, 생물자원을 보는 관점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혁신은 뛰어난 과학자 몇 사람에 의하여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생물자원을 꾸준히 축적하고 관리해 온 영국의 오랜 문화와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농업 분야의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보존 기술도 더 다듬어져야 하고,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장기 보존할 것인지에 대하여 더 숙고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이미 국가 연구비를 투입하여 UK Crop Microbiome Cryobank 과제를 추진하였고, 그 결과로 실제 2,000개 이상의 작물 유래 토양 시료가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이는 미래 농업 미생물 연구가 더 이상 개별 균주의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작물–토양–미생물군집 전체를 하나의 자원 체계로 바라보아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 역시 이러한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한국 현실에 맞는 농생명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를 구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글이 길어졌지만, 아직 미처 꺼내지 못한 영국의 곰팡이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알렉산더 플레밍과 페니실린의 이야기, Cambridge·Oxford·Edinburgh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된 곰팡이 생태 연구, 그리고 영국의 균학자들이 남긴 중요한 교과서와 대중서들까지 생각하면, 영국의 곰팡이 세계는 아직도 넓고 깊다. 다음을 기약하며......,


‘곰팡이 왕국, 영국’

'Fungal Kingdom, United Kindom'


뭐든지 잘 모으는 영국, 표본에서 배양체로, 배양체에서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니, 과거의 곰팡이 왕국 영국이 지금은 왕관을 다른 나라에 넘긴 듯 보이지만, 보존되어 있는 생물자원을 바탕으로 다시 왕관을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월, 영국 CABI 방문 결과를 정리하며. 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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