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 Series 2, Episode 5
“무슬림도 천국에 가나요?”
기독교계 초등학교 일종의 채플 시간.
“이슬람의 다섯 기둥을 잘 지키면 천국에 간다. 그들의 천국, 우리 천국 말고.. 혹 우리 천국이랑 같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어떤 목사님이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상황은 여남은 해 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방송된 드라마 ‘Rev.’의 두 번째 시리즈 제5화의 첫 장면이다. 드라마 제목은 도무지 달리 번역할 여지도 없이 ‘목사’.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모습이 한국의 평신도들보다 훨씬 세속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엄연히 런던 시내 중심가의 한 교회를 담임하는 어느 목사의 얘기다.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 (사도행전 4:12)”
말씀을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 이외에는 달리 구원을 받고 천국에 갈 방법이 없음을 얘기하는 게 정답임을 나는 믿는다. 이는 모든 신앙인이 두루 인정해 마지않을 멋진 신앙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지만 이런 얘기가 애초에 조금도 관심이 없거나 작정하고 믿지 않겠다는 사람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드라마 속 목사님 말씀이 내 신앙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암기한 답안을 기계적으로 마구 뿜어대지 않고 열린 생각 가운데 어린이들과 함께 솔직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고 또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주인공 아담은 교단 검열에 대비해 학교 운영에 기독교적 요소가 가시적으로 잘 반영되도록 갖은 애를 다 쓰지만, 어지간해서는 우리나라 전도 매뉴얼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꺼내 들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주교를 만나 다른 종교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 과정이 없을까 묻기도 하고..
매튜는 성공회 학교 교사로 일하지만,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무신론자였다. 더 중요하게는 교장 엘리를 사이에 두고 목사 아담과 경쟁하는 일종의 연적이랄까.. 우리나라 목사님들은 사모님 외에 다른 여인을 흠모하는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도무지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교인이 아닌 사람을 교사로 채용하는 이 허술한 시스템은 또 뭘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
어느 날 아침 한 어린이가 학교 복도에서 정말 서럽게 울고 있다. 능력 있고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던 매튜 선생님이 출근길 교통사고로 졸지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목사님은 수업시간을 통해 실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매튜는 내가 믿는 천국을 믿지 않았습니다. 천국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지만 여기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바닥에 살던 작은 벌레들의 이야기입니다. 벌레들은 이따금 한 마리씩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와 물 밖의 밝은 빛을 보았습니다. 친구들은 떠나간 그 벌레를 다시 볼 수 없었지요. 어느 날 또 다른 어떤 벌레가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가기를 원했고 또 결국 그렇게 하였습니다. 나무를 타고 물 밖으로 나와 빛으로.. 그러는 사이 어느 순간 그 벌레는 참으로 빛깔 고운 잠자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잠자리는 한없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친구들이 있는 물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벌레가 아니기 때문에 물속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죠. 그는 이제 잠자리입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의 친구들이 전부 나무를 타고 물 밖으로 나와 햇살 아래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이내 떠올렸습니다.
‘모르면 외워라? 그리고 계속 들이대라?’ 역동적이어야 마땅할 우리의 신앙생활이 영혼 없는 암기사항의 기계적인 암송으로 마구 대체되지는 않는지.. 매번 처하게 되는 다기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함께 살아 겪어내며 이웃의 눈높이에서 위로하고 하나님 나라, 천국을 이야기하는 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