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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y 30. 2024

오사카에 간다

한 달에 두 번 일본에 가는 건 아마도 난생처음. 매우 충동적이긴 한데, 일정기간 이런저런 대소사를 신경 써 치르고 나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휴식과 보상의 시간을 부여하곤 하는 나의 습성이 일단 그 배경이다. 여기에 아직 남아있는 eSIM 사용기간과 데이터, 또 도쿄에서 갓 구입한 교통카드(IC카드)가 은근히 사람을 다시 부추기기도 했고.. 게다가 지난 여행을 통해 애플페이의 편리함, 특히 교통카드와 결합했을 때 더욱 커지는 편의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던 것. 나도 그게 가능한 상태로 다시 가서 그걸 그렇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고 말았다는..


많이 익숙한 오사카에 2박3일 다녀오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난바쯤에서 편안히 먹고 쉬고 놀다 오겠다는 생각. 김포 출도착편으로 항공권을 예약했다. 인천 출도착편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공항까지 거리와 비용을 따지면 충분히 상쇄가 된다. 기억나는 도톤보리 근처 숙소가 있었는데 그사이 값이 많이 올라 있기에 금세 다른 곳을 알아봤다.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중저가 호텔 체인점이 관심지역에 약 1년 전 새로 문을 열고 성업 중이었다. 국내 출장 중 이용 경험을 통해 온몸으로 검증한 숙소. 가성비 뛰어난 방을 냅다 예약했다.


주유패스 1일권을 끊으면 몇 군데 안 다녀도 대충 본전을 뽑고 편할 것 같다. 그런데 날씨가 썩 좋지 않을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는.. 현지 구매가 가능한 것도 같은데 가서 형편을 보아 사든지 말든지 해야겠다.


호텔 무료(!) 조식 두 끼를 포함해 기껏 대여섯 끼를 먹고 돌아온다. 그런데 맛집 검색은 벌써 몇 군데? 어쨌든 돌고 돌아 또다시 오사카 혼밥 여행이다.


난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진심이다.




일단 H카드를 한 장 새로 만들었다. 이 카드를 지불수단으로 해서 A페이를 시작한다. 일본의 충전식 교통카드(IC카드)를 I전화 지갑에 넣는 게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H카드라도 M사와 제휴한 카드를 지불수단으로 한 경우에만 온전한 IC카드 등록을 할 수 있었다는데, 요즘엔 V사와 제휴한 카드로도 똑같이 등록이 잘 된다.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S카드를 드디어 휴대전화 지갑 속에 넣어 갖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충전을 하기 위해 애써 편의점이나 현금자동지급기 같은 걸 찾을 필요가 없다. 그냥 휴대전화 지갑에 등록된 신용카드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또 얼마든지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충전할 때는 최소한만 할 걸 그랬다. 결국 신용카드를 사용한 건데, 적은 액수라도 환전수수료 등 제비용이 발생하지 않았겠는가? IC카드는 최소비용으로 설치만 해놓고 일본에 가서 트래블 체크카드로 현찰을 뽑아 가능한 장비를 통해 충전하는 것이 각종 수수료 지출을 없애는 지혜인 것을.. 그래도 오늘 내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큰돈을 한꺼번에 충전한 건 아니니까..


휴~ 쉬운 게 하나도 없다.




돌아오는 날만 빼고 내내 비가 내린단다. 그냥 적당히 쉬다 오면 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럴 거면 뭐 하러 이 아까운 돈 들여..’


아직 못 가 본 오사카성 정도 다녀오고 아직 못 타 본 도톤보리 유람선 한 번 타 볼까 생각해 봤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면 강행할 뜻이 별로 없기도 하고..


유람선은 미리 예약이 되고 또 예약 없으면 타기 힘들다기에 홈페이지를 찾아 적당히 예약을 했다. 그런데 예약을 마무리할 즈음 훅 들어온 질문이 '주유패스 이용이냐 현장 현금 결제냐?'


주유패스 1일권은 2800엔.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에 어지간한 관광지가 다 무료입장이다. 도톤보리 유람선 탑승이 1,200엔, 오사카성 천수각 입장이 600엔이다. 어디 한 군데 정도만 더 가면 교통비 포함 본전을 뽑을 수는 있을 텐데..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주유패스 예매를 했다. 이제는 본전을 뽑기 위해 폭풍이 불어도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유람선은 악천후에도 운행을 해야만 할 것이고.. 단돈 2~3만원에 인생 또 한 번 피곤해진다는.. 예약 변경, 취소 및 환불이 불가하단다. ‘혹시 안 쓰고 돌아오면 상반기에 오사카 간다는 다른 사람 줘야지.‘




일기예보를 들여다볼 때마다 좌절한다. 강수확률이 95%. 예상강수량도 100mm를 넘겼다.




서울에 계속 비가 내린다. 여의도공원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내일, 모레 오사카에도 반드시 비가 내릴 거란다. 강수량도 오늘 서울의 열 배, 스무 배는 될 거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여행을 취소할 수는 없고..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한다.


주유패스는 취소가 되지 않는다니 바우처를 교환해 패스를 받기는 받되 쓰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에 곱게 가지고 와서 필요한 사람을 찾아 주든지.. 도톤보리 유람선 탑승은 주유패스 사용을 전제로 예약했지만 예정대로 배를 타게 된다면 주유패스 사용 대신 현금 결제로 할 것이고, 만약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사전에 취소하는 걸로.. ‘비가 많이 온다는데 아마 배가 뜨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까?’


오사카성 방문은 한 번 더 다음 기회로 미룬다. 도톤보리 주변을 여유 있게 돌며 다채로운 먹거리를 마음껏 즐기려고 했던 계획도 과감히 포기한다. 지하철을 타고 우메다로 이동, 되도록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그 넓다고 소문난 지하상가를 배회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다. 맛집은 돌아다니며 고르기보다 자료를 통해 엄선한 곳을 콕 집어 공략할 것이다.


괜히 사서 고생은 하지 않으면서도 마냥 갇혀 지내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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