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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Aug 05. 2024

파리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파리 올림픽 출장기간 중 하루의 여유 그리고..

놀이동산에 왔는데 ‘벌써 여러 번 타봤다’며 롤러코스터를 다시 타지 않으랴!


최소화한 인원이 최소화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이 훌륭한 도시를 휘 돌아볼 짬이 쉽게 나지 않는다. 모처럼 쉬는 시간 털레털레 시내로 나왔다. 몸상태와 일정을 감안해 갈 곳은 한두 군데만 잡았다. 그러나 막상 시내에 나오고 보니 파리의 그 좋은 곳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거의 다 가본 곳이긴 해도 마음이 다시 동한다. 게다가 AD카드 소지자는 융통성 있게 빠른 출입구를 이용하게 해 주고 죄다 무료입장이란다.


‘모나리자를 힘들여 다시 볼 필요가 있을까?’


공사 중이어서 어차피 들어가 보지 못할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생 미셸 광장을 지났다. 그리고 볼 때마다 큰 감동을 주는 생트샤펠에 잠시 들어가 앉아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땀을 식혔다. 스테인드 글라스 건축의 금자탑,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의 예배당.


또 그리고..


강 건너 빤히 보이는 루브르 박물관을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또 가서 줄을 섰고 인파를 헤집고 다니며 결국 또 친견을 하고야 말았다.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 니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가나의 혼인잔치, 나폴레옹 대관식, 메두사호의 뗏목 등..


‘휴대전화로 찍은 모나리자를 사람들은 집에 가서 다시 볼까? 도록이 백번 나을 텐데.. 그냥 자랑할 때 쓰겠지!’


곳곳이 차단돼 시내 이동이 생각처럼 자유롭지 않았다. 돌아가신 홍세화 선생님을 생각하며 오페라 앞 카페 드 라 페를 거쳐 마들렌에서 지하철을 타고 살짝 외곽으로 나와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랐다. 체력을 감안해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타는 곳을 찾다가 그냥 꼭대기에 다 올라와 버리고 말았다.


사크레 쾨르 성당 밑으로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파리 (또) 다 봤다!”




파리는 휴가장소로 적절치 않다.


전조는 늘 있었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 도착,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모두 수차례 방문했던 곳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모처럼 새로운 곳을 개척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본 식당 ‘폴리도르’. 헤밍웨이가 단골이었다는 곳이다. 영화 속 헤밍웨이가 처음 등장한 곳도 바로 이곳. 뵈프 부르기뇽 한 접시에 맛난 와인 한 잔. 크렘 브륄레도 먹었던가?


라탱 지구를 좀 걷다가 그냥 숙소에 돌아왔으면 참 좋았을 것을, 늦은 밤 애써 이동을 해서 개선문 꼭대기에 굳이 올랐다. 언제나 좋은 풍경이지만, 예전과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다리는 아프고 외롭고..


다음날 아침엔 일찍부터 앱을 통해 예약을 한 뒤 노트르담 대성당 종탑에 올랐다. 대성당을 여러 번 방문했어도 종탑에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새로운 느낌의 새로운 풍경을 보았다. 나중 화재로 무너져 내린 첨탑도 가까이에서 마주했다. 참 좋았다.


이른 아침 종탑을 오르내린 터라 시간이 매우 많이 남았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가보지 않은 곳 한두 곳 위주로 천천히 조금만 다녀야 한다.’ 계속 되뇌기는 하는데..


생트샤펠을 찾았다. 이곳도 훌륭했다. 애초 생각보다 긴 시간 머물면서 ‘나는 파리 뮤지엄 패스 본전이나 떠올리는 답답한 여행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남쪽 끝 톨비악까지 가서 ‘포 반 쿠온 14‘의 쌀국수를 먹었다. 시내에서 좀 멀지만 워낙 맛도 있고 유명한 곳이어서 파리에 올 때마다 꼭 한 번은 들르는 곳이다.


식사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생 제르맹 데 프레를 향했다. 이전에는 ’레 되 마고‘에서 계속 커피를 마셨는데 이번에는 변화를 주어 ’카페 플로르‘ 테라스에 앉았다. 행복했다.


오후 일정은 이전에 방문해 본 적이 없는 오랑주리 미술관. 튈르리 정원을 걸어 미술관을 향했다. 그런데 문제는 강 건너 오르세 미술관이 계속해서 눈에 보이고 또 눈에 밟히더라는 것. ‘가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오랑주리 미술관 관람을 잘 마쳤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예상보다 좀 일찍 밖에 나왔다. 그리고 좀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야 했는데..


살아있는 박물관이 사람 잡는다.


뮤지엄 패스를 이용해 오르세 미술관에 수월하게 입장했다. 여러 번 와 보아도 오르세에서의 감흥은 떨어질 일이 없다. 오랜만에 사진도 실컷 찍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비도 스산하게 내리기 시작하는데 그날 저녁엔 루브르박물관이 야간개장을 한다는 정보를 끝내 보고야 만다.


하루 종일 갖은 경기를 다 뛰고 마라톤으로 마무리를 하는 셈이었다. 틀림없이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어두운 밤 루브르박물관을 샅샅이(!) 훑고 헤맸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


분명 한계를 넘었다. 파리는 언제나 사람을 지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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