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자가용 차가 참 흔치 않았다. 하지만 매체를 통해 ‘드라이브’란 말을 배웠고, 그 드라이브는 ‘기분전환’에 참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드라이브란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자랐다.
고속도로가 생긴 뒤 춘천 오가는 길의 재미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작은 외삼촌 처음 말씀 마냥 그냥 고속도로일 뿐. 내비게이션을 쓰면 늘 고속도로로 안내를 해서 대단히 오랜 시간 경춘가도를 달려 보지 못했다. 오늘은 머리를 좀 썼다. 일단 대성리역을 목적지로 찍고 출발했다.
모란부터 옛길을 달릴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목적지를 춘천으로 바꿔 입력하기는 했지만, 내비게이션을 들여다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학력고사 전 목숨 걸고 외웠던 암기사항 마냥 구석구석 모든 곳이 선명하게 기억났다.
노회찬 선배에 이르기까지 숱한 민주열사들께서 잠들어 계신 모란공원. 몇 번 다녀갔는지 도무지 셀 수 없는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의 숱한 MT장, 교회 수련회 장소. 당시 모양을 떠올리면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행복 가득했던 시절. 길가의 모양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자전거 타고 춘천을 향해 끙끙대며 달리던 길도 힐끗힐끗 쳐다볼 수 있어 좋았다.
왜 자기는 춘천 안 데려가냐고 따지는 방송국 후배가 있기도 했다. 과 후배 규석이는 면허 따자마자 내가 태우고 다니며 가르쳐 준 길을 여자친구 옆에 태우고 자기가 직접 달리는 초보의 용감함을 보이기도 했고.. 태웅이, 준기, 민우랑 코로나 창궐 초기에 왔던 게 방송국 후배들과 온 것으로는 마지막. 이젠 민우도 졸업이니..
오랜만에 영기와 갔던 막국수집에 갈까 하다가 이제는 100% 습관이 된 듯 병화와 같이 갔던 막국수집으로 또 갔다. 커피 마시기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체조 금메달리스트 김동한 사장의 ‘리버레인’이 참 좋긴 한데, 오늘은 최근 너무 못 들러 본 ‘이디오피아집’으로..
한국전쟁에 UN군으로 참전한 에티오피아와의 관계에서 그야말로 큰 역할을 해 오고 있는 이디오피아집. ‘이디오피아집’이란 뜻을 가진 ‘이디오피아벳’이란 이름도 에티오피아 황제께서 직접 지어 주셨다고.. 그런데 그사이 2층에는 한국전쟁 중 적국이었던 중국 음식점이 들어와 있다.
14년 된 오랜 차가 정말 쌩쌩하고 또 부드럽다. 값을 잘 쳐 줘도, 못 쳐 줘도 아까워서 못 팔겠다. 그래서 안 판다.
적당한 거리에 외가, 춘천이 있어 참 좋다. 오가는 길, 추억이 넘치게 쌓여 있는 것도.. 드라이브와 함께 기분전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