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 15•16대 교장 이취임식 축사

인생 첫 축사

by 최승돈

1984년 본의 아니게 상문고등학교에 입학한 12회 졸업생 최승돈입니다. 아들도 45회 졸업생으로 상문을 졸업했고, 저는 2019년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이 학교의 역사이던 시절, 이 학교에 부임하신 뒤 갖은 풍상을 다 겪으시고 결국 정상화된 학교에서 영광스러운 교장의 임무를 완수하신 선생님, 또 맡게 되신 선생님께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 어린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과거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또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이 학교를 경험하신 분들이 볼 때 ‘상문고등학교 교장’이라는 자리는 악명 높고 으스스한(?) 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만, 지금껏 힘 있게 갖은 격랑을 돌파해 오신 두 분 선생님 특유의 열정과 성실함, 그리고 성과는 그 모든 편견을 무색하게 하기에 차고도 넘치리라 생각합니다.


상문고등학교는 학교가 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직접 보직교사, 나아가 교감/교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확립하였습니다. 이는 한때 전횡이 가장 심했던 사립학교에서 가장 공영적인 제도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서 이 나라를 통틀어 유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오늘 이임하시고 취임하시는 두 분 선생님 모두 이 제도의 소산입니다.


전임 교장이셨던 고 김영익 선생께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가심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겼을 때에 교장대행으로 또 교장으로 그 자리를 채우시고 이 학교의 역사를 든든하게 이어 주셨으며 또 떠받혀 주신 것이 오늘 이임하시는 정태식 교장선생님이십니다.


개교 50주년을 전후한 전환기에 든든한 구심점이 되어 주시었고, 누구보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이 학교를 챙기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입시명문의 전통은 끊임없이 유지되었고 예전에는 문화적으로 사막과도 같던 학교가 이제 모든 영역에서 풍요로워졌습니다. 특히 작년 5월 전북 군산에서 선생님께서 함께 응원하시는 가운데 우리 상문고등학교 축구부가 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이제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여정을 펼쳐나가실 정태식 선생님. 아름다운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시면서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재삼재사 기원합니다. 베풀어 주신 은혜에 상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상문고등학교 제16대 교장으로 취임하시는 윤석기 선생님. 저희 아들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는데 아들의 2학년 학업성적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행복한 학교 생활을 했고, 윤석기 선생님께서 담임하신 학급의 일원이었다는 자긍심을 지금도 간직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먼 곳에서 사시는데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시고 누구보다 학생들과 밀착해 살아오신 선생님의 삶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속된 것에 함몰돼 갈 때 소외되지 말아야 할 참 가치를 꼭 붙잡고 살아오신 선생님의 지조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가운데, 허술한 듯하지만 실은 넉넉하고, 부담 없이 어울리며 살아오신, 진솔한 선생님의 삶은, 교사와 졸업생, 또 교사와 학부모 사이인 저와의 관계를 결국은 동갑내기 친구 사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상문고등학교는 그 자체로 정의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여러 차례 정의가 분명하게 승리를 거둔 곳이고 또 깊이 뿌리를 내린 역사의 현장입니다. 선생님의 교장 취임은 일개인의 성취라기보다 상문 공동체 특유의 전통과 소신에 찬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서 결국 결실하게 된 것으로 압니다. 선생님의 교장 취임을 거듭 축하합니다.


도무지 학교 일로 들떠 본 적이 없던 졸업생들이 큰 기대 가운데 학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문이라는 이름에 이제 새로운 희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험악한 시절 중에도 상문은 입시명문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공교육의 새로운 표상으로 온전히 거듭나 주실 때입니다. 많은 것을 기대하며 당부해 마지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루어낼 줄로 믿습니다.


미더운 슬기는 찬란히 빛날 것입니다. 밝은 얼 길러가는 상문의 학도. 영롱한 가슴, 겨레의 자랑, 그 높은 뜻은 온누리에 큰 빛이 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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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께서 결승전 현장에 오시면 축구부 우승확률 10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