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중계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컬링 이외 새로운 동계 종목 중계는 상상하지 못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이후일 수도 있다.)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중계 배당은 아나운서 각자의 주중계종목만큼 평소 근무시간을 고려하다 보니 느닷없이 새로운 종목을 중계할 여지가 꽤 생기게 되었다. 이제 내겐 자녀와도 같은 컬링의 역사적 순간을 상당 부분 놓치게 되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지만..
대회 초반 컬링 몇 경기를 중계했고 중반부터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중계했다. 알파인 스키는 평창 올림픽 때 독자적으로 편성되기보다 컬링 중계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때를 대비해 대기 편성되는 경우가 많았던 종목. 그래서 꼼꼼하게 준비를 다 했다가도 정작 방송은 하지 못하기 십상이었던..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참 많이 미안했던..
같은 선수들이 오랜 시간 경기하는 구기종목에 익숙한 나로서는 육상, 수영처럼 출전선수명단이 한없이 긴 종목의 자료 정리가 일단 어렵다. 명단을 출력한 뒤 선수 이름 옆에 주요 사항을 한두 가지씩 손으로 메모하면 되겠다 싶긴 한데 요즘 염좌로 고생하는 오른손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 탓에 실행 불가능. 선수별로 경기시간이 짧은 알파인스키 해설위원께서는 프로필 소개보다 기술적인 요소에 집중해서 알차게 설명을 해 주시겠다고.. 그런데 선수별 경기시간이 긴 경우에는? 각종 예상평과 기사를 반복해 읽어 맥락을 잡고 이야기를 숙지하는 쪽으로 해 볼까 한다. 원래 객관적인 자료를 잔뜩 모으고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내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어쨌거나 예상치 않게 새롭게 중계하는 종목이 두 종목. 입사 만 32년, 아나운서 생활 33년째에 통산 33종목 중계.
오늘 마지막으로 동계 패럴림픽 중계를 합니다. 혹 정년이 미뤄져도 또 한 번 기회가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패럴림픽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온전해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언제나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소중한 시간. 공영방송 KBS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덕에 패럴림픽의 참맛을 때마다 실컷 누리고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감추인 보화와도 같은 패럴림픽에 그저 감사합니다. Thank you for the Paralympics!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표상, 김윤지 선수의 금메달 시상식 실시간 중계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중계를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