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패럴림픽 중계를 앞두고

by 최승돈

중계권 문제로 인해 입사 32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중계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얘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림픽 중계권 판매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하고 패럴림픽 중계권 판매는 IPC(국제패럴림픽워원회)에서 하는 덕/탓에 지난 올림픽 중계를 하지 못했던 우리 회사가 패럴림픽 중계는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공영방송 본연의 사명에 참으로 충실한 일로서 오랫동안 꾸준히 해오던 일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반갑고 기쁘다.


패럴림픽은 KBS에서 중계한다. 본격적인 자료 정리를 시작한다. 약 2주 동안 주당 52시간 근무는 잊는다. 잘 계획해서 수면시간을 적절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1년 가까이 공부한 이탈리아어는 도움이 좀 될 것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가움을 마음껏 표현해 냈다. 의욕도 숨기지 않았다. 첫새벽중계를 담당한 PD의 연락을 받고 출근 전 동선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하계 올림픽/패럴림픽까지와 꽤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림픽 중계에서 배제됐던 KBS가 종합대회 중계의 진면목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좀 더 의욕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중파 생중계의 양은 종전 패럴림픽과 비교할 때 생각만큼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 대회 때 없던 하이라이트 편성이 대단히 많기는 하고..


유튜브 편성이 대폭 늘어나면서 아나운서들이 감당해야 할 중계시간은 확연히 늘어났다. 비슷한 경우 중계에 참여하는 아나운서들은 주당 52시간 근무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평소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2~3주 쉬어가는 일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 다들 각기 출근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중계를 나눠서 하기로 했다. 라디오 뉴스 돌아가며 하는 것과 사뭇 비슷한 방식이랄까? 결국 작년 전국체전/장애인체전에 비해 기간 대비 적은 횟수의 중계를 배당받게 되었다.


이 일을 일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 오랜 세월 소신껏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은 조금의 기회에도 기쁨과 의욕을 주체하지 못한다. 다만 현실이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 '열심히 해 봐야겠다' 먹었던 마음이 살짝 민망해지기 일쑤다.


일련의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형 스포츠행사 중계권료는 말도 안 되게 치솟았다. 우리의 기대와 관계없이 국민적 관심과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저조해지는데.. 작금 이렇듯 부조리한 상황의 장본인인 종편 TV가 지난 동계올림픽을 독점중계하면서 문제의 불길은 더욱 크게 치솟았고, 보편적 시청권에 대해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날이 또 한 번 오고야 말았다.


이번 패럴림픽의 경우 보편적 시청권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장될 것이다. 다만 명분과 수요 사이의 괴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현장의 관건이다.


그런데 이 패럴림픽 같은 대회는 충분히 중계를 한다고 해도 정치권 같은 데서 시비하기에 늘 참 좋은 소재가 되곤 한다.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장애인경기 중계방송 편성이 정치권의 거센 요구 가운데 대회기간 중 두 배 안팎 늘어난 적도 있다. 우리를 질책한 정치인사는 중계방송을 챙겨 봤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중계를 하게 되면 참 좋긴 하지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