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와 관련된 사랑
https://youtu.be/kM2Awgig7MU?si=5M2Znpd1NqIHro98
어린 날의 나는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버텨내는 삶 속에서 사랑마저 영원한 게 아니라면 나는 믿을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사는 게 외롭고 버거워 사랑만은 흘러가지 않는 유일한 나의 구원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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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삶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늘어 갈수록 가장 먼저 버린 건 사랑일 때가 많았다. 너무 좋아하지만 그 마음이 나를 흔들지 않기를 바라왔다. 추상적인 사랑을 그렇게 오랫동안 동경해 왔으면서 난 너무 많은 관계를 쉽게 포기해 버렸다. 우연한 계기에 가장 유약한 형태로 포기당하기 전까지는 난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
상우는 은수와의 사랑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아파하지만 결국엔 성장하고 그녀와의 진짜 이별을 맞이한다. 10년 전 어느 날에 엄마가 이 노래를 들려주며 '봄날은 가네 무심히 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에 눈물지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야 아주 조금 그 감상을 비슷하게 느껴볼 수 있는 것 같다.
은수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어떤 사랑에서는 누군가에게 혼란을 가득 주는 사람이었다. 서로 좋아했고 그래서 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혹시 그게 나를 무너뜨릴까 봐 외면을 했다. 그러다 마음의 무게에 못 이겨 사랑을 말했다. 애정을 일관된 행동으로 보여주지도 못할 거면서 어정쩡한 욕심을 냈다.
뭐 핑계를 대 볼 수는 있겠다. "상대도 안정적이지 않았고 너무 미숙했어. 그래서 내 맘을 함부로 내줄 수 없었어."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나도 상처가 있어라고 해버리기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있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한 건 나였는 걸. 상대가 여린 걸 알면서도 내 혼동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 건 내 선택이었는 걸.
영원함을 사랑에서 찾는 내가 문제였을까. 내가 늘 은수이기만 했던 건 아니고 상우였던 날들도 적지 않다. 바람 따라 달라지는 게 사람 맘이라지만 겁 많은 내 마음을 멋대로 열어서 본인을 좋아하게 만들어 놓고 손을 놔버리면 어떻게 변할 수 있냐고 의미 없는 소리를 하게 된다. 사랑에 대해 희망을 가진 날 원망하며 말이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간 나를 잃을 것만 같아서 화분을 건네며 관계를 닫아 본다. 안정은 우리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다. 홀로 설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외로움이 불편하지 않을 때 사랑은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람, 재회 그 모든 형태의 다가올 사랑은 마음이 잠식하지 않을 때 열린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 라디오 프로듀서 은수. 소리를 담는 사람과 소리를 전하는 사람이 만들어 낸 세상을 여름과 가을 언저리가 되면 떠올린다. 그들은 슬픔을 다루는 방향이 달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억지로 붙잡아 보려 했던 사람들을 추억으로 보정하는 내 뇌의 기능이 그 언저리에 가장 잘 작동하는 모양이다.
마음 속에서만큼이라도 기대 없는 순수한 사랑을 해보려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사랑을 하는 모두가 마지막 악수를 기억하며 다음 사랑에서는 솔직하고 강한 사람으로 서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내 마음이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는 우리가 될 날을 기약하며 늦가을에는 추억을 품고 번영에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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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는 변해도 세상에 사랑은 오래도록 남을 거야. 첫 마음처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일관된 마음을 주려 노력해야지. 타인의 안정을 기다리기보단 사랑하는 상대에게 내가 먼저 안전한 손을 내밀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