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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Feb 11. 2024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삼촌이라도

"경찰관님이 아빠나 삼촌이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20대 후반 미혼 시절에는 '또 선도프로그램 교육에 집중을 하지 않고, 이상한 소리를 하네'라고 생각하고 집중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기억이 있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똑같은 말을 들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교육 후에 짧게라도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다. 현재 가정, 학교 내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는지, 주변에서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어른의 존재 여부 등을 듣는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어른은 아니다. 그저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하며 힘들 때 언제든지 연락하기로 약속한다. 말 그대로 '생각나는 어른'이 되기로 자처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 중 대부분은 주변에 자신을 무조건 믿어줄 자기편 한 명이 없다고 한다. 그 한 명이 꼭 SPO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SPO가 아이의 편이 되어 서로 간 '라포'가 형성되면 굳이 SPO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왜 어제는 연락안주셨어요?"라고 직접 연락이 오거나 "경찰관님 왜 쟤는 맨날 연락하시면서 저는 연락 한 번 안 주세요?"라며 SPO와의 소통을 갈구하는 연락들이 온다. 진짜 부모, 삼촌은 아니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대면하고 연락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SPO가 담당하는 학교가 10개교가 넘고, 소통하는 청소년도 한두 명이 아니고, 맡은 업무도 다양함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속 사정을 터놓는다. 아이들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이해를 시켜줘야 한다. 그래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물어본다면 그때마다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


사실 학교전담경찰관 1~2년 차에는 경찰서 선도프로그램 외부 강사님께 예의 없는 언행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소리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경찰관의 훈계에 놀라는 아이가 있고 반대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당시 선도프로그램 이후 아이들 모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다. 놀란 아이들보다 아무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더 미안했다.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억압받고 아동학대 피해를 받았으면, 이렇게 무뎌졌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아이들 중 대부분은 경찰서에 출석하는 것조차 무뎌진 나머지 20대 초반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온다는 것이다. 10대 때는 여성청소년과로 20대에는 형사과로 출석하는 부서만 바뀐다는 점이다. 지금도 경찰서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오랜만에 반갑다"라고 하면 아이들은 머쓱해한다.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이번에는 진짜 피해자로 온 거예요.", "저 진짜 억울해요. 성인 되고 착실하게 지냈어요" 등 아이들의 말은 중요치 않다. 경찰서 주차장에서 만나자마자 서로를 알아볼 정도면 이미 SPO가 이 아이의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어울리던 무리, 학교폭력 행위, 무면허 운전, 절도 등 범죄 행위, 당시 함께 거주하는 보호자, 이성친구도 범죄소년이었다면 그 이성친구까지도 모조리 파악하고 있던 셈이다. 범죄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은 논외로 하고 SPO로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분명히 기억한다. "저 칭찬 처음 들어봐요.". "저한테 왜 칭찬하세요?" 칭찬을 왜 하냐니? 선도프로그램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서 약속 시간을 잘 지킨다. 생각보다 글씨체가 정갈하여 글씨를 잘 쓴다. 미술치료 상담 시 그림을 잘 그린다. 다른 친구들보다 집중력이 좋은 것 같다. 인사를 잘한다. 등의 보이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인데 상당히 어색해한다. 학창 시절에 나도 그랬듯 아이들도 누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하는지 정도는 다 알 것이다. 심지어 칭찬을 처음 들어본다는 아이도 봤다. 어른이 되어서도 인정받고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은데 칭찬을 받은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아이는 얼마나 인정받고 칭찬을 받고 싶을까. 가정, 학교에서 받지 못하는 인정과 칭찬을 또래 사이에서 자극적인 행동을 통해 '재미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 아이는 자신감이 상승하게 된다. 자기 스스로도 '재미있는 아이'로 인식하며 흥미 위주의 행동에서 자극적인 범죄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이 아이들의 자극적인 행위는 대개 음주 및 흡연 등 비행 행위로 시작한다.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다양한 물건들을 태우기도 한다. 자신의 모교(초등학교)에 무단침입하여 교실, 대강당을 돌아다니며 소화기를 뿌리고 그 소화기를 멀리 던지는 행위까지 모두 동영상 촬영하여 SNS에 게시한다.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그 친구들과 같은 상황에서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할 건지?'에 대해 물으면 대답은 '아니요'가 아니라 침묵하며 고민한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어처구니없다'가 아니라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계속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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