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철학적 고찰

심연의 거울

by JuPD

결혼 앞둔 친구들한테 나는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결혼은 안 해도 되는데, 아이는 한번 키워봐라.”


언뜻 들으면 앞뒤가 안 맞는 소리 같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다.


결혼은 기본적으로 제도적인 ‘사회 계약’이다. 서로의 조건을 맞추고, 때로는 상대가 원하는 ‘배우자 역할’을 연기해야 하고, 집안과 집안이 합쳐지는 M&A 같은 절차도 따라온다. 그래서 결혼 생활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보다, 내가 어떤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가 더 중요해지기 쉽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건 완전히 다르다. 그건 내 심연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일에 가깝다.
어릴 적 죽도록 듣기 싫었던 부모님의 잔소리가 어느 날 내 입에서 똑같은 억양, 똑같은 톤으로 튀어나온다. 그 순간 큰 충격을 받는다.


“아… 나란 인간이 이 정도였구나.”


육아를 하다 보면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말투를 쓰고 어떤 감정에 휘둘리는지, 어디까지 참을 수 있고 어디서 무너지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이는 숨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혼은 사회와 맺는 계약이라면,
육아는 ‘나’라는 인간을 고찰하는 철학 실험이다.

육아는 결국, 심연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