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쉼 그리고 시작
과거 불철주야 달리던 컨설턴트 3년 차 시절, '이번 프로젝트 마치고 꼭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 미리 휴가를 냈다.
나 홀로 가는 휴가였는데 선택지는 Guam 이었다. 이유는 AICPA 시험때문에 약 1달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1) 이번 휴가는 익숙한 곳으로 가고 싶었고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 자체가 왠지 스트레스ㅈ), 2) 쉬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힘겹게 마친 후 Guam 에 도착하자마자 깨달은 바가 하나 있었다. '내가 몸이 힘들다가 보다는 마음이 힘들었구나' 그래서, 회사에 연락해서 휴가 반납하고 바로 프로젝트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린 후 (대신 해당 프로젝트 종료 후 다시 휴가를 쓰겠다) Guam 에 도착한 그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 티켓팅하러 들어갔을 때 특가 항공권이 2개 떴었는데 한 곳은 파리, 한 곳은 샌프란스시코였다. 둘 다 마음이 혹하는 곳이었는데, 1) 파리는 어렸을 때 가본적 있으니까, 이번에는 가보지 않은 샌프란시스코에 가자. 2) 내가 벤치마킹했던 회사들도 한 번 가보고, 부근 대학교들도 한 번 가보자. 지금 생각해보면 Guam 을 선택했을 때의 기준과는 매우 달랐고, 그렇게 선택하는 과정에서 설레임(?)이 임했다.
그렇게 San Francisco 와의 첫 만남이 2011년에 시작되었다. 칼트레인타고 둘러보는 실리콘밸리는 예상과는 너무 달라서 더 좋았다. 테헤란로보다 더 복잡할 줄 알았던 곳이었는데, 과거 내가 살던 전주 이상의 한적함이 있는, 하지만 어마어마한 혁신이 만들어 지는 매우 아이러니한 곳이었다.
그리고, 잠시 내린 팔로알토 역에서 마주했던 학교가 스탠포드였다. 내가 아는 대학교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매우 한적하고 넓은 곳이었고, 무엇보다 여백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는데, 그 여백 만큼의 에너지가 생기는 곳이었다.
그렇게 1주일 보낸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몸의 휴식이 아닌 마음의 휴식/자극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휴가를 쓸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 1) 정말 몸의 휴식인지? 2) 마음/정신의 휴식인지?' 가늠해보고 그 행선지와 여정을 정했던 듯하다.
재밌게도, 그렇게 우연히도 만난 San Francisco 인근 Bay Area 에 지금 거주하며 Ringle 을 하고 있고, 2011년에 우연히 만난 스탠포드는 나의 제 2의 모교가 되어 지금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 당시 휴가는 정말 그 시점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잠시 쉼' 과정에서 우연히도 만난 '새로운 출발점'의 서막이었다. 너무 귀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오늘에도 한다.
Anyway, 휴가를 계획할 때에, 나에게 지금 필요한 휴식이 어떤 휴식인지를 생각해보고 그 방향을 결정해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