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MBA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있으며 느꼈던 강한 인상 중 하나는, '대학-투자기관-빅테크/스타트업이 만들어가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였다.
실리콘밸리 한 가운데에 있는 학교가 스탠포드이다. 스탠포드에는 유명한 투자자-창업자-기업가들이 정말 많이 온다. 몇 백명짜리 대형강의 뿐 아니라, 심지어 20명 이하 수업에도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방문하여 본인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간다. 스탠포드 교수와 창업자/기업가가 연합하여 만들어가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그들과 personal interaction을 주고 받으며 큰 영감을 받아간다. (유투브에서 들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크지 않은 강의실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들의 눈을 보고 직접 질문해보고 그들로부터 답을 받았을 때 다가오는 시사점의 깊이는 정말 다르다)
이 곳의 투자기관들은 또 하나의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태펀드 중심의 한국 VC 구조와는 다르게, 2015년 실리콘밸리 VC 들은 대부분 민간자본에 근간을 둔 투자기관이었다. MBA 수업에 방문한 VC 중 한 명이 "스타트업이나 VC 나, 다른 사람 돈을 투자 받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return 을 돌려줘야 한다는 본질은 같다. 우리도 성과를 내기 위해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노력하고 있고, 언젠가는 세코야/A16Z 이상의 VC 로 거듭나는 꿈을 꾸며 노력하고 있다"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대박 회사가 1개 나오면, 대형 VC가 2~3개 탄생한다는 말을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Next Stage 로 성장하기 위해 창업자/창업팀을 탐색하고, industry 를 빡세게 연구하며, 기투자사들의 value-up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서, 1) 골드만삭스/맥킨지/BCG 등 글로벌 professional firm 내 에이스 오브 에이스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똑똑함에, 2) 큰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에게서 느낀 끈질김/집요함/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2015년 당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구글, 메타 등)은 20년 전에는 스타트업들이었다. 과거의 빅테크를 물리치고 빅테크 반열에 오른 회사들은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인재/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next big tech 가 되기 위한 꿈을 가지고 & '빅테크보다 우리가 더 똑똑하고 더 열정있고 더 빠르다'는 패기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스타트업 내 인재들과 빅테크 내 인재들의 교류가 매우 활발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내 다양한 meet-up 에서 만나 본인들이 하는 일을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나누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학교, 투자기관, 빅테크/스타트업이 만들어가는 시너지는 2015년 실리콘밸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Next Big Tech 가 되겠다며 도전장을 내는 스타트업들과, '너네가 대박나야 우리도 named VC 가 되니 서로 베팅해보자'는 마음으로 긴 호흡으로 자금을 공급해준 VC들, 그리고 그들을 미래의 인재들과 연결해준 학교의 조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는 그 당시의 그 느낌이 일부(솔직히 꽤 많이) 희석되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로망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도 이런 선순환 시너지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학교-투자-빅테크/스타트업 모두 각자 더 높은 꿈을 가지고 4~5배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개 축이 동반 성장해야 Tech 씬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너지의 한 축을 언젠가 Ringle이 담당할 수 있으면 좋겠고, 2015년 실리콘밸리를 간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현재는 특히 국내 경기가 매우 좋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코너에 몰려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2015년에 느꼈던 시너지의 기억을 상기하고 언젠가 찾아올 초성장의 시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당시 느꼈던 시사점을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