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대학교 3학년 때, 경영대 동아리(학술 동아리) 4곳에 지원했다가 다 떨어지기도 했고 (그래서 당시 상대적으로 새로 생겼고, 연합 동아리여서 학교에서는 지명도가 살짝 낮았던 곳에 겨우 합격해서 조인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시절 인턴도, 결국 4군데에서 할 수 있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150개 이상의 거절 레터를 받았던 기록이 남아있다. 꼭 일해보고 싶었던 컨설팅 회사들의 경우에도, Bain RA 지원은 4번 떨어졌었고 (5번 째 합격 레터를... 그것도 프로젝트 중간에 RA 분이 군대에 입대하게 되어서 급하게 빈 자리가 생겨서 우겨 들어간), 모니터, 커니, PwC, KPMG, 국내 컨설팅 회사들 등 안떨어져본 회사가 없었던 듯하다.
MBA 도, Ding 레터만 모아보면 15개 정도는 된다. 운좋게 최종 합격한 스탠포드는, 처음에 떨어졌다가 재지원해서 합격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Ringle 창업 후에도, 보통 투자 라운드 돌 때마다 최소 30~40번 이상은 거절 맞았던 듯하다. 성장하면 타율이 높아질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하게 엔젤때가 타율이 가장 좋았다.
Ringle 창업 후 신규 기능 런칭 시에도 타율은 그닥 높지 않다. 유저가 어느정도 이용하는 기능/제품의 경우, 보통은 9번 이상의 실패 후 겨우 쓸 만한 기능/제품이 나오는 듯하다.
사실 20~30대 때에는 '타율 높은 삶'이 똑똑한 삶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가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은 아니구나' '실제로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을 꽤 많이 했었다. 다만, '운이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고, '실력/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꽤 많다. 그리고, 운 좋게 '포기를 해본 경험'이 없을 뿐이었다. 사실, 포기할 법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다보니 포기를 하지 않았었다는 것이... 어찌보면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운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타율이 높고 낮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결국 '해냈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타율이 낮았음이 오히려 감사하다. 세상에 나와보니, '아... 세상이 진짜 녹녹치 않구나. 능력만 있다고 타율이 높을 수는 없겠다. 여러가지의 우연과 운이 임해햐 타율이 높아지는 것이고, 그 타이밍이 임할 때까지 얼마나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 결국 버텨내야만 타이밍이 찾아오고 그래야 타율이 올라가는 것이구나. 처음부터 타율이 높은 삶을 살았다면, 오히려 지금 타율이 낮은 인생을 살고 있거나,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한다.
요즘 유저 분들 만나뵈면 '저는 타율이 너무 낮아요. 제가 능력이 없나봐요' 라는 이야기 많이 듣는데, 그리고 '승훈님은 타율이 높은 인생을 살고 계신 것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데, 실패담을 말씀드리면 '위로가 되네요!!' 라고 말씀하시며 돌아가시는 분들 보며 '그래도 내 여정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니... 그것도 참 다행이다'는 생각을 웃으며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해냈느냐? 가 아니라, 즉 얼마나 처음부터 완벽하게 도전해서 첫 도전부터 목표를 달성했느냐가 아니라, 결국 해냈느냐? 이다. 몇 번을 실패 & 재도전하던, 결국 해냈는냐? 그리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느냐? 지금도 더 높은 성취를 결국 해내고 있느냐? 그렇게 10년, 20년, 30년, 40년을 쉼없이 도전할 수 있느냐?
저 높은 곳에 있는 '겸손한 분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금도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어제는 안타도 못친 느낌인데 (병살타를 친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오늘 또 한 번 타석에 들어설 것이다.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주어짐이 솔직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