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교사 자격증
2004년, 미국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교사 외에는 없었다. 잘하는 것도 별로 없는 데다가 하고 싶은 일도 교직 외에는 없었다. 서른이 넘어 미국에 와서 내가 원하는 대로 교사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교사로 태어난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취득한 교사자격증과 경력으로 캘리포니아 교육국으로 부터 임시 교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교직을 바로 시작할 수는 없었다. 그 자격증은 기간에 제한이 있는 임시 자격증이었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정식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을 뿐 아니라 나 스스로 아직 미국의 교단에 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교사라는 것이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과 삶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조력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실에서 만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준비를 충분히 하기를 원했다.
안타깝게도 나의 이러한 교육철학은 내가 맞닥뜨린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일단 정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급선무라 여겨졌다. 이를 위해 대학 이곳저곳에 연락을 해 보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교사양성 과정이 있는 대학을 찾아갔다. 담당자를 만나서 정규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당자는 꼼꼼하게 내가 가져온 서류들을 살펴보고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일단 앞으로 내가 밟아야 할 진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안도가 되기도 했지만 한국의 교육대학교에서 이미 마친 교사양성 과정을 이곳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까마득 해지기도 하였다.
사무실에서 이 과정을 마치는데 드는 비용을 설명해 주었다. 한국에서 교육대학 4년 동안 들었던 것보다 미국의 2년제 교사양성 과정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교사 자격증 과정을 마치는데 까지 드는 비용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소요되는 다른 비용들은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감당을 해야 할 것이다. 비용을 비롯한 이런저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보니 내가 처한 현실에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한국에서 휴직을 하고 미국으로 왔다면 아마 이쯤에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직이라는 엎질러 버린 물 앞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사무실을 나오는데 담당자가 같은 대학의 박교수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가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쩌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