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휴교와 조기 하교
남가주에 매년 이맘 때면 거세게 부는 샌타아나 강풍을 타고 퍼지고 있는 산불의 기세가 매섭다. 가뜩이나 메마른 기후인 이곳에 부는 건조하고 메마른 바람은 작은 불씨도 걷잡을 수 없는 큰 산불로 변하기 십상이다.
미국에 20년이 넘도록 살면서 매년마다 접해온 산불 소식이지만 이번 산불은 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여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Getty Center는 일주일간 휴관을 결정하였고 인접한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하여 주변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을 정도다.
L.A. 의 학교들도 지역에 따라 아예 휴교를 하는 것도 있었고 학교에 등교를 했다가 조기에 하교를 하는 학교들도 있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일단 등교를 했다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학생들을 조기 하교 시키기로 결정을 하였다. 등교를 할 때 이미 하늘이 연기로 잿빛이었고 이미 매캐한 연기 냄새 때문에 등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는 마스크를 나누어 주며 하루를 시작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등교를 시키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등교를 시킨 학부모들도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자녀들을 빨리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했다 어떤 이들은 회사에서도 일찍 퇴근을 하면서 아이들을 학교에서 일찍 픽업해서 집으로 가는 수요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조기 하교를 결정하였다.
현재의 미국 초등학교에서 15년을 근무하면서 산불로 인해 조기하교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연일 수도 있으나 환경변화에 따른 재난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교육국은 내일, 목요일은 휴교로 결정하였고 다음날인 금요일의 온라인 수업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등교 때 검붉게 보이는 하늘도, 집에 일찍 하교하는 상황도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나 보다. 천전난만하게 웃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지만 내년 이맘때가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이 강력한 샌타아나 바람과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일시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