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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Oct 05. 2020

온라인 교육의 명과 암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배우겠지만 교사/부모/사회의 역할은 더 커졌다.

올 3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100%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고 벌써 7개월 차에 접어 들었다. 처음 온라인 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두어달 정도면 끝날 줄 알았지만 계절이 세번이나 바뀌어가는 지금도 언제 개학을 하게 될지 누구도 알수가 없다. 이 기간동안 캘리포니아는 코로나 이외에도 역대급 산불과 유래를 찾기 힘든 대통령선거의 양상 때문에 어느때 보다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한국 교실에 처음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될 시기 부터 서울에서 교직을 시작했고, 교육청에서 교사,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나는 지금의 업무 환경에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근무하는 학교가 있는 로스앨젤레스 시내 까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매일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생기는 데다 수업의 시작 시간도 1시간이 늦추어 졌다.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지 않으니 이와 관련하여 생기는 수 많은 업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몫이 되므로 부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결 수월한 느낌이 든다.


사실 수업이 시작되기 이전에 온라인으로 모든 자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어찌보면 수업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자료를 공급하는 결과가 되어서 긍정적이라 생각된다. 물론, 수업준비를 잘 하지 않는 교사로 부터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반대의 영향을 미치겠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교사들을 위한 컴퓨터 관련 연수 강사로 꾸준히 일하면서 여러 교사들과 만나는 기회를 가져왔던 나는 온라인으로 100% 수업을 해만 하는 환경이 수 많은 교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칠판에 간단하게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플래시 카드를 척 꺼내어 보여주는 일이나 책을 실감나게 읽어 주는 일들이 이제는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스타일러스에 익숙해야 하고 전자판서 프로그램에 익숙해 져야 한다. 플래시 카드나 책을 보여 주려면 화상솔루션과 연계한 실물화상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하고 관련 교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데 능숙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유로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지난번 미팅에서는 적지 않은 수의 교사들이 온라인 교육진행과 관련하여 매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교사의 온라인 수업 준비가 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배움으로 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협조가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특별히 저학년 학생들 일수록 부모의 도움은 더욱 절대적인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학생이 배움의 필요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한국과 같이 교육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고 이를 가족 생활에 중심을 두고 있는 사회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리 반의 학생들 중에서도 5일 중에 이틀 정도는 쉽게 빠지는 학생이나 매일 1시간씩 지각을 하는 학생들도 있고 카메라는 켜져 있지만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반도 되지 않는 학생도 있다. 집의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서 접속이 계속해서 끊기거나 부모의 맞벌이 때문에 엄마나 아빠의 직장에서 수업을 듣거나 차안에서 이동하면서 접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온라인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가정의 학생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숙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학생도 적지 않아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예년에 비해서 더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나 아이패드 대여, 인터넷 연결, 핫라인 설치 등을 통해 교육청이나 학교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과 가정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모든 어려움들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이 마냥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떠밀려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교사들의 온라인 교수학습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온라인 교육의 특성상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는 경우가 많아서 교사로서는 학생들에게 1:1 보조교사를 두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자의적, 타의적으로 자녀의 학습태도나 성취 정도를 더욱 직접적으로, 또 깊이 있게 알게 되어 자연스럽게 학업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학생과 부모들의 온라인관련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된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생각해 볼만 한다. 


학교에 출근 했을 당시 쉬는 시간에 교실로 들어오는 두 부류의 학생들이 있다. 한 부류는 자신을 괴롭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 이고 또 다른 부류는 놀다가 몸에 생긴 작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이다. 첫번재 부류의 학생들은 긴 시간 이야기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번째 부류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정한 말투로 "저런, 많이 아프겠다. 아이스팩이나 반창고가 필요하니?" 라고 이야기 해주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학생들은 알록달록한 작은 반창고 하나를 붙이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놀고 땀 범벅이 되어선 밝은 얼굴로 교실에 돌아온다. 7개월간 내 방안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로 출근하는 것이 더 좋았던 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지만 굳이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쉬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반창고 하나를 붙여 주면 볼 수 있었던 환한 미소, 그 작은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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