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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비오 May 14. 2020

집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집 구하기

드디어 집을 구했다. 내가 집을 구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은 학교와의 거리와 월세였다. 학교까지 지하철로 약 15분쯤 걸리는 위치에 있는 집이었다.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었는데 시끄럽지 않았고, 집도 나쁘지 않았다. 집주인은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국적의 부부였는데, 방 세 개중에서 한 방은 집주인 부부가, 다른 하나는 주인아주머니의 여동생이 살고 있었다. 집주인과 같이, 그것도 집주인의 여동생까지 같이 사는 게 그렇게 편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친절해 보였고 무엇보다도 약 2주 동안 열심히 집을 찾아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그냥 이 곳으로 계약했다.


아주 작은 방이었지만 개인 텔레비전과 냉장고는 있었다. /  김치는 비싸서 잘 못 먹던 시절 나를 지탱해준 건 온갖 재료를 넣어 만든 고추장 찌개였다.

그런데 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주말이 되면 집주인의 친척들이 집으로 자주 놀러 왔다. 그럼 나는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고 방에만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실로 가서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도 애매했다. 

사실 내가 상상했던 셰어하우스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같은 집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언어도 배우고 같이 어울리면서 지내는 그런 영화와 같은 생활은 없었다. 



다른 집으로...


아직 스페인 생활은 약 4개월 정도가 남았었다.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집주인 부부는 아주 상냥하고 친절했지만, 아무래도 집주인과 살다 보니 괜히 혼자서 눈치가 보였고, 시간이 갈수록 불편한 점이 많이 생겼다. 결국 다른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집주인이 같이 살지 않는 집만 찾아봤다. 그리고 내 나이 또래의 현지인이 하우스 메이트로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다시 약 2주간 집을 찾으러 다녔다. 이미 학기가 시작해서 매물은 훨씬 줄어있었다. 이번에 또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데 실패하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그냥 그 집에 살아야 했다. 그래서 더욱 꼼꼼히 따져봤다. 하루에 많게는 7군데까지도 직접 가 보면서 확인했다. 그중에는 집 안 전체에 마리화나 냄새가 나는 집도 있었고, 아시아인은 아예 받지 않는 집도 있었다. 전화했을 때 내가 플라비오(외국에서 사용하는 이름)라고 소개했으니 아시아인인 줄 몰랐던 모양이다. 정녕 내 마음에 드는 집은 이렇게 찾기 힘든 건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마음은 초조해졌다.



갑자기 나타난 한 줄기의 빛


정신없이 집을 검색해서 보고 있는데 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위치는 지금 집보다 더 좋았고, 집도 새롭게 리모델링을 한 상태였다. 먼저 확인할 것은 당연히 '집주인이 같이 사는지'였다. 다행히 집주인은 같이 살지 않았고, 20-30대의 남자 셋이 살고 있고, 마지막 남은 방 하나에 들어올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방 네 개에 화장실 두 개 그리고 넓은 부엌과 거실까지... 모든 게 좋았다. 바로 전화해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제발 내가 사이트에서 본 사진이 가짜가 아니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주인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집을 구경했다. 집에 들어가니 중국인 한 명과 스페인인 한 명이 있었다. 중국인은 한 30대 후반 정도 돼 보였는데 아쉽게도 스페인어는 전혀 하지 못했다. 자신을 리우라고 소개하며, 대학원생이라고 했다. 주로 영어로 대화를 했다. 스페인 사람 이름은 다비드인데 마드리드에서 북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소리아라는 도시 사람이라고 했다. 나이도 나와 비슷해 보여서 좋았다. 나머지 한 명은 당시에 집에 없었는데 이름은 호세이고 역시 스페인 사람이라고 했다. 


모든 게 좋았다. 하우스 메이트들도 다 착해 보였고, 주인아저씨도 친절했다. 일단 고민해보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다음 날에 바로 연락했다. 다음 날에 아저씨와 다시 만났다. 계약서까지 준비해서 친절히 설명해 주셨는데, 그때까지 계약서는 써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원래 계약서를 쓰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전 집에서 그런 것은 없었다.) 신기하면서도 안심이 됐다. 


새로 이사한 집은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이제 이 전 집주인과의 협상이 남았다. 계약서는 애초에 쓰지도 않았기 때문에 최소 거주 기간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집주인에 따라서 최소 거주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달 월세였다. 약 2주 전에 이미 이사를 하겠다고 통보는 해뒀는데, 그러면서 이번 달은 보증금으로 월세를 대체하기로 했었다. 보증금은 월세 한 달치였다. 아직 이번 달 중순도 되지 않아서 반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이건 집주인과 이야기하기 나름이라서 운이 좋으면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야기를 잘해서 월세의 반까지는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도 그 집을 나가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 금액만 받고 작별 인사를 했다. 같이 교환학생을 와 있던 같은 과 선배한테 부탁해서 짐을 옮기고 새로운 집에 들어갔다. 하우스 메이트들이 반갑게 맞아줘서 매우 고마웠다. 짐 정리를 다 하고 침대에 앉으니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이젠 거실도 내 마음대로, 부엌에서 요리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구나." 베일에 싸인 하우스 메이트 호세를 알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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