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연말보내기 - 5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콜마르

by 이승기


셋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셋째 날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으로 유명한 콜마르에 가기로 했었기에 Gare de nord로 향하였다. Gare de nord에 도착하여 PAUL에서 바게뜨 샌드위치와 카페 알롱제를 테이크 아웃하여 TGV 열차로 올랐다.


그런데 기차를 타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예매한 기차표에 호차만 배정이 되고, 좌석이 배정되지 않은 것이다.

아 프랑스...

난 분명히 예약비로 10유로를 내고 예매를 하였는데 왜 좌석이 없는 것인가...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차가 출발한 이후에 살펴보니 내가 예약한 호차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옆 호차에 가보았더니 옆 호차는 자유석과 같은 개념이었고, 빈자리가 있었다. 내가 예매한 표는 1등석이었으나 옆 호차는 2등석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짝궁은 좌석도 배정받은 차표였으나 나와 함께 2등석에 앉아서...)는 그 자리에 앉아서 콜마르로 향하였다.


아침부터 멘붕이었지만 바게뜨 샌드위치와 커피는 맛있었다. 진짜 오랜만에 먹는 것이었지만 여전히 PAUL 바게뜨 샌드위치는 맛있었다.


아침을 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기차는 스트라스부르 역에 진입하였다. 파리에서 사는 동안 이곳저곳 다녀봤었지만 동쪽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스트라스부르를 지나고 20분 정도 더 지나니 우리의 목적지인 콜마르에 도착하였다!


기차를 내려서 콜마르 역을 나서는데 너무나도 추웠다. 아마도 독일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 추위를 뚫고, 오락가락하는 비에 우산을 쓰고, 콜마르 마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영화에서 보던 공원 같은 곳이 나왔다. "노엘~ 노엘~ 노엘~ 노오오엘~♬"이 나오면서 야외 스케이트장, 놀이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콜마르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초입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듬뿍 났다.


공원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콜마르 마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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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SC3964.JPG 산타와 함께 춤을 in 콜마르
_DSC3987.JPG ici, a colmar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인 마을이지만 성탄 시기라서 그런지 더욱더 크리스마스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성탄 분위기를 가득 느끼다가 눈에 보이는 '도미니크 성당'으로 갔다. 사실 '도미니크 성당'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저 성당이 보여서 들어갔는데 입장료를 받았다. 왜 입장료를 받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보니 '장미 정원의 성모'가 눈에 들어왔다. 마르틴 숀가우어라는 15세기 동판화의 거장이 있는데, 그분의 대표작이라는 설명을 보았다. 그리고 숀가우어가 콜마르 출신이라서 대표작인 '장미 정원의 성모'를 이 성당에서 전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_DSC3940.JPG 장미 정원의 성모

미술은 정말로 잘 모르지만, 아름다운 성모님과 장미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미니크 성당을 나와서는 식사를 하러 '광장'처럼 보이는 곳으로 향하였다. '광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L'Amandine이라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짝꿍이 에스까르고(달팽이)가 먹어보고 싶다고 하여서 에피타이저로 에스까르고를, 메인으로 '족발' 비슷해 보이는 것과 파스타를 주문하였다.

KakaoTalk_20180321_133551806.jpg 1일 1고기 실천

에스까르고는 딱 기대했던 골뱅이 맛이었고, 파스타는 좀 밍밍했으며, 족발처럼 보이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저 고기는 상당히 맛있었으나 짰다. 너무나도 짜서 계속 물을 먹게 되었다. 어쨌든 5점 만점에 3.5점은 줄만한 곳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프띠 베니스 쪽으로 향하였다. 가다가 너무 추워서 노점에 가서 털모자를 하나씩 샀다. 34년 인생에 처음으로 사 본 털모자였는데 엄청 따뜻했다. 7년 전에는 유럽애들이 왜 털모자를 쓰고 다녔는지 잘 이해를 못했었는데, 나이가 7살이 더 들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엄청나게 풍기는 거리들을 지나서 콜마르에서 가장 대표적인 핫한 장소에 도착했다.

_DSC4007.JPG 34년만에 처음 써 보는 털모자 in 낮의 로슈강변

당시에는 사진 찍기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예전에 알자스 와인을 운송하는 운송로로 사용했던 로슈(Lauch) 강변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정말로 하울스럽고, 크리스마스스러운 동네를 걷다가 견딜 수 없이 추워져서 카페에 들어갔다가 야경을 보러 나오기로 하였다.


춥지만 점심때 먹은 족발처럼 생긴 그 음식이 너무 짜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하였더니 짝꿍이 광장 쪽에서 스타벅스를 본 적이 있다고 하여서 다시 광장 쪽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그곳에 스타벅스는 없었고,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으나 콜마르에는 스타벅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점심 먹었던 식당 근처에 Air Bagle이라는 미국스러운 가게가 있길래 저곳에는 아.아.가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들어갔다. 그래서 당당하게 '엉 카페 알롱제(un cafe alonge) 에(et) 엉 카페 알롱제 아벡 글라시에흐(아메리카노 with ice), 실 부 플레'를 외쳤으나 종업원이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쳤으나 역시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유학생 같아 보이는 한국분이 주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를 보고 오셔서 주문해주시고 유유히 사라지셨다(이것은 사족이지만 7년 전에는 파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알아듣지 못해서 늘 '카페 알롱제 아벡 글라시에으'를 외쳤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카페에서 오히려 카페 알롱제보다 아메리카노를 더 잘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아메리카노가 파리에 보급된 것인가... 아님 내 기억 왜곡인 것일까...)


염분으로 인한 갈증을 아.아.를 통해서 해결하며 짝꿍과 2시간 정도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1도 없는 곳들에서 둘이 나누었던 즐거웠던 대화의 시간들이 정말로 행복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시간이 그립다.


그렇게 중간에 커피도 1잔 더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저물어갈 때 즈음하여 다시 카페를 나왔다. 마을 전체가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있던 콜마르의 야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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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다가 다시 핫스팟인 로슈 강변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다시 야경과 함께 사진을 찍는데 거짓말 같이 눈이 왔다.

KakaoTalk_20180321_133608489.jpg 밤의 로슈강변

'성탄시기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한 콜마르에서 사랑하는 짝꿍과 함께 맞는 눈'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나 눈이 갑자기 우박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짝꿍이랑 나는 시장에 가서 숙소에 돌아가서 마실 레드와인, 소시지 말린 것, 콜마르 맥주를 사서 우박을 맞으며 역사로 돌아갔다.


역사로 돌아가던 중, 초입에 나왔었던 공원을 지나가는데 이 곳 역시 밤이 되니 낮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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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 역사에서 젖은 몸을 말리면서 50분가량 기차를 기다리다가 기차를 타서 스트라스부르에서 환승하여 다시 Gare de nord 역으로 향하였다.

KakaoTalk_20180321_133619463.jpg 안녕, 콜마르!

파리에 도착해서 숙소가 있는 샤를 미셸로 돌아간 후, 빅맥을 사서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에서 1일 1와인을 실천하기 위하여 와인, 말린 소시지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_DSC4041.JPG 1일 1와인 실천


세 번째 날에 대한 기억


세 번째 날은 가보지 않았던 도시인 콜마르에 가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짝꿍이 가고 싶어 하였던 콜마르였기에 더욱 행복했습니다. 가기 전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기도 하였습니다만 실제로 본 콜마르는 더욱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너무나도 추웠지만 추웠기에 1년 내내 크리스마스인 콜마르의 성탄 시기를 크리스마스답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