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내가 사랑했던 장소들
꿈만 같았던 첫 날이 지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파리라는 것이 생각나며 행복해졌다. 거기다 어제의 '지랄맞은 날씨'와 달리 우리가 파리에 온 것을 축복해주는 것과 같은 날씨였다. 오늘은 내가 파리에서 좋아했던 공간들(이라고 썼지만 '명소'이기도 하다)을 '걸어'다녀 보기로 하였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한국에서 들고 갔던 라면과 햇반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나가려는데 짝꿍의 장갑이 보이지 않았다. 숙소를 한참 뒤졌지만 없어서 포기하고 나와 샤를미셸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씨떼섬으로 갔다.
노틀담
씨떼 역을 나오니 우리를 반기던 것은 노틀담대성당!!!
노틀담성당은 7년 반전 모습 그대로였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성당안에서 '오..!'라는 탄성이 나왔다. 지금이 성탄시기라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성탄시기의 노틀담성당은 구유도 있고, 정말로 본래의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성당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관련된 부조였다. 분명 그 이전부터 존재하였을 것 같은데, 그 동안은 한 번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아마 성서모임에서 교육부와 센터대표를 하며,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로 부터 말씀의 봉사자가 시작되었다라는 이야기를 엄청나게 많은 곳에서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아는만큼 보인다.
성당을 둘러보고 제대 앞에 앉아서 주모경을 드리고, 성당 밖으로 나와서 씨떼섬을 둘러보다가 뽕삐두 센터쪽으로 향하였다.
뽕삐두
노틀담에서 뽕삐두로 가는 중에 파리시청사가 보였다.
예전에는 겨울에 파리시청 앞에 스케이트 장이 설치되었던 것을 보면서 '오, 서울시청에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없었다.
파리시청사를 지나서 뽕삐두센터가 Rambuteau 쪽으로 향했다. 가던 중, 춥고 배고파져서 눈에 보이는 크레페 집에 들어가서 커피와 크렙을 먹었다.
누뗄라&바나나 크렙을 먹었었는데 정말로 누뗄라는 어디에 발라도 맛있는 것 같다. 한 때는 와인 한주로 누뗄라를 퍼먹기도 했었던...
나와서 뽕삐두센터의 외관과 인근을 구경하였다.
뽕삐두센터와 그 인근도 성탄시기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변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샤뜰레 쪽으로 걸어가서 쇼핑을 좀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뽕삐두 인근으로 돌아와서 Flunch에 갔다.
Flunch는 좋은 가성비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프렌치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미국식이긴 하다)이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학생이라서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아서 파리에서 맛있는 식당에 많이 가보지 못했었다. 그나마 그 때, 몇 번 가봤던 식당이었는데 파리에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 가보고 싶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처럼 맛있다라는 생각은 많이 들지 않았지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식당을 나와서 루브르 쪽으로 향했다.
루브르
든든한 배를 두들기면서 루브르 쪽으로 향하였다. 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내가 살았던 트로카데로도, 에펠탑이 잘 보이는 파시다리도, 조깅을 하였던 룩상부르그 공원도 아닌 '루브르'였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 앞의 야경을 정말로 좋아했었다.
루브르도 그대로 아름다웠다. 피라미드도, 까루젤개선문도, 뛸르리 정원도 그대로 있었다. 뛸르리 정원에 있는 PAUL 트럭도, 수많은 비둘기들도, 조깅을 하는 파리지앵들도 그대로였다.
뛸르리 공원 광장에서 잠시 휴식도 하다가 콩코드 광장까지 걸어갔다. 콩코드 광장에서 바라보는 에펠탑도 여전히 아릅다웠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서 개선문을 향하여 샹젤리제 거리로 걸어갔다.
샹젤리제, 개선문
어제 가지 못했던 샹젤리제를 걸었다. 여전히 샹젤리제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월트디즈니 샵에 들어가보려 하였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쭉쭉 개선문을 향해 걸어갔다. 가던 중, 몇군데 상점에 들어갔는데 가방보안검사를 엄청 심하게 하였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았더니 '테러'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있었을 때만 해도 '테러'에 대한 위협이 거의 없었는데 2015년에 테러가 일어난 이후로 보안검색이 심해진 것 같았다. 여튼 fnac에 가서 이어폰을 하나 사서 나오니 개선문이 보였다.
개선문은 샹젤리제에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개선문을 보고 뒤를 돌아서 샹젤리제 거리를 보았는데 갑자기 나무에 설치된 장식에 불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시계를 확인하니 5시였다. 매일 5시부터는 샹젤리제 거리에는 불이 들어오는 것 같다. 시간을 확인하고 '얼마나 걸었는지'를 확인해보았더니 22000보였다. 아침 9시즈음 나와서 거의 계속 걸어다녔더니....
그래도 오늘의 일정은 라데팡스에 가서 오늘이 마지막날인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마음 먹었으므로 개선문을 넘어서 걸어갔다. 가던 중, 어제 파리에서 첫 식사를 했던 식당에 들러서 잃어버린 장갑을 찾았다!! 다시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라데팡스로 향하였다.
라데팡스
라데팡스 역에 내려서 나가니 라데팡스(신개선문)가 보였고, 라데팡스 앞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 역시 들어가는데 가방보안검색을 하였다. 보안검색 후,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는데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몇 군데 빠진 부스도 보였지만 그래도 이쁜 것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뱅쇼도 엄청나게 팔아서 뱅쇼냄새가 마켓 내에 가득차있었다. 저녁시간이어서 마켓에서 파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였었지만, 주문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그냥 숙소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좋아하는 6호선에서 에펠탑을 바라보고, 샤를미셸 역에 내렸다. 마트에 들러서 냉동빠에야와 계란, 소세지 등과 와인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저녁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내일 갈 콜마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틀째 일정을 마쳤다.
두 번째 날에 대한 기억
두 번째 날은 제가 좋아했던 장소들(물론 다 가지는 못했습니다만) 위주로 걸어 다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 본 결과, 둘째날은 26000보 가량을 걸었습니다. 7년 반 전에 열심히 걸어다녔던 기억으로 파리에서는 당연히 걸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바뀐 것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걸어다니는 파리는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그 아름다운 장소들을 다시, 그리고 함께, 걸어서 가 볼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던 날로 기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