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고 함께 만난 에펠
3편부터 15편까지는 파리(콜마르, 루르드, 몽생미셸 포함)에서 연말연시를 지냈던 경험들을 써보고자 합니다.
파리를 향해
우리의 항공편은 인천공항에서 9시 55분에 출발하는 에어프랑스였다. 그렇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까지 간 이후에, 김포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공항철도를 타고 부지런히 갔다. 공항에 도착해서 부쳐야 할 짐들을 부치고, 미리 예약해두었던 포켓와이파이를 찾고, 감기 및 배탈약 등을 구비했다(포켓와이파이와 관련하여 아쉬웠던 점은 와이파이 대여비가 데이터무제한로밍비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그냥 데이터무제한 로밍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에서 전자담배를 사려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피는 전자담배(당시에는 'glo'를 피었기때문에 네오스틱이 필요했다)는 면세점에 들어와있지 않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당시에는 다시 연초를 피운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탑승구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서 김밥과 우동을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탑승을 하였다.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창가쪽 3자리 중 2자리였다. 창가자리에 앉고 싶어하였으나 내 키가 너무 커서 조금이라도 다리를 더 뻗기 위하여 통로측 자리와 그 옆 자리를 예약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비지니스타고 다니고 싶다..). 그러나 너무나도 운이 좋았는지 우리 옆자리는 비어있는 자리였다. 정말로 행복한 마음으로 둘이서 세자리를 사용하며, 맛있는 기내식 2번과 와인을 실컷 마시면서 영화 2편을 보다가 자다가 일어나다를 반복하다보니 10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파리에 도착하였다.
ici, à paris(여기,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10분이었다. 한국시간으로는 밤 10시 10분이었어야 하지만 우리는 시간여행을 하여 8시간을 벌은 것이다.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고, 미리 구매해놓은 프랑스패스를 이용하여 우리의 여행일정에 맞추어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하여 공항에 있는 SNCF 역으로 향하였다. 기차역 쪽에는 사람이 많은 창구가 있길래 당연히 그 쪽이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옮겼으나 그 곳에는 ÎledeFrance라고 쓰여져 있었다. 교환학생 시절 프렌치 컨버세이션 교수님이 ÎledeFrance는 파리 근교지역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면서 직감적으로 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위를 조금 헤매다보니 사람이 별로 없는 SNCF 창구가 있었다. 다행히 그 곳이 TGV를 예매하는 곳이었고, 우리의 일정에 맞추어 TGV를 예매하려고 하였으나 불어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SNCF 어플과 몸과 이상한 영어와 불어를 합하여 콜마르와 루르드에 가는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예매를 마치고 나니 예약비로 1인당 50유로를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대충 살펴보니 구간별로 예약비를 받는 것 같았는데 상세한 내역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주고 나왔으나 아직도 왜 예약비를 지급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숙소까지는 우버를 통해 이동하기로 하였다. RER을 타고 가거나 에어프랑스공항버스를 이용하여도 되지만 일단 짐이 너무 많았고, 예전에 소매치기 천국이었던 파리의 이미지로 인하여 우버를 타기로 하였다. 우버는 파리시내까지 50유로 균일가였고, 어플을 통하여 우버를 부르고 약속장소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이동하던 중, 윤XX를 만났다! 반갑에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서 역시 성서모임, 아니 세상은 참 좁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었고,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우버기사님을 만나서 숙소인 샤를미셸로 이동하면서, 집주인 친구에게 연락을 하여서 만나기로 하였다. 약 50분쯤 편안하게 우버를 타고 이동하여 파리시내에 진입하였고, 에펠탑을 보는 순간 가슴이 터질 뻔 하였다. 에펠탑을 지나쳐서 우리의 숙소 앞에 도착하였고, 체크인을 하고 숙박비를 지급하고 짐을 풀었다. 우버기사님이 팁을 주지 않아서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으나, 당시 가지고 있던 유로가 50유로, 100유로라서 팁을 드릴 수가 없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5시 반쯤 되었다. 어찌할까 하다가 에펠탑 및 파리 명소들을 간단히 보러 걸어가자고 하였고, 집을 나와서 에펠탑만 바라보고 걷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랄맞은 파리 날씨(진짜 '지랄맞다'라는 표현 이외에는 적정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로 인하여 우산을 쓰는데도 비를 맞으면서 걸어가는데 우산은 바람으로 인해 계속 뒤집어졌다. 그래도 에펠탑을 향하여 걷기 시작한지 40분쯤 지나니 에펠탑 바로 앞에 도착하였다!!!
아까 우버에서 에펠탑을 보았을 때에도 그랬었는데 샤이요 궁 쪽으로 이동하면서 에펠탑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났다. 7년 전에 6개월 가량 매일 보던 장소에서 다시 에펠탑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고, 또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여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눈물이 나고 있는데 갑자기 샤이요 궁 쪽에 있는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런지 하고 에펠탑을 바라보니 에펠탑 블링블링 타임이 되어 에펠탑이 번쩍이기 시작하였다(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정각부터 5분까지는 에펠탑이 반짝인다). 너무 행복하다를 연신 외쳐대며 샤이요궁까지 올라가며 사진을 찍고, 예전에 내가 살았던 폴 두메흐 3가에도 가보았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에펠탑을 보았으니 개선문을 보러 가기 위하여 트로카데로에서 개선문 쪽으로 걸어갔고 개선문도 보았다. 그리고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그 곳에서 저녁을 먹고 루브르까지 걸어간 다음에 숙소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길을 잘못 들었다. 파리에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13개 도로가 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샹젤리제이다. 그런데 샹젤리제 정 반대에 위치한 도로로 걸어가버렸고, 추위와 지랄 맞은 날씨에 지쳐버려서 우리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냥 근처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파리에서 첫 식사를 하였다.
그렇게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았으나 다시 돌아온 파리에서 처음 먹은 식당이라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이 식당은 조만간 다시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면서 1일 1고기와 1일 1와인을 하기로 다짐하였다.
여튼 저녁을 먹고, 근처에 있는 아르젠틴 역으로 가서 까르네를 사서 전철을 타고 샤를미셸역으로 돌아왔다. 오던 중에 6호선 파시와 비어하켐 역 사이에서 바라 본 에텔탑은 지친 우리의 눈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역에서 내려 까르푸에서 간단히 와인 1병과 장을 봐서 숙소에 들어와서 와인을 마시고 기분 좋게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첫 날에 대한 기억
오랜시간동안 머릿속에서 꿈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기억들(변호사가 되어 첫재판을 했던 기억, 성서모임을 떠나 있다가 연수봉사를 하였던 기억)이 있어서 조금은 두려웠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다.
하지만 정말 트로카데로에서 반짝이는 에펠탑을 다시 그리고 함께 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현실이 아니라 꿈만 같았습니다.
비록 32시간의 긴 하루를, 피곤하게 보냈었던 하루였지만 제 마음 속에 정말로 오래오래 기억될 하루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