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비어봄이 쓴 <행복한 위선자>라는 짧은 소설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조지 헬은 이름자 그대로 부도덕하고 탐욕스럽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가 어느 날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제니 미어'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그러나 방탕하고 흉측한 그의 얼굴로는 그녀의 마음을 끌 수 없었습니다. 그는 사랑에 빠져 그녀를 포기할 수 없게 되자 밀랍으로 성자의 마스크를 맞춥니다. 이 마스크는 매우 정교해서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의 본디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마스크를 만들어 준 사람과 마스크 가게에서 나도아 마주친 옛 연인 '갬보기'뿐이었습니다. 마침내 조지 헬은 이름도 조지 헤브으로 바꾸고 성자의 마스크를 쓰고 사랑하는 제니 미어에게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며 혼인을 합니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혼인 생활 뒤에는 자신의 흉측한 내면, 자신의 과거 모습이 탄로 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그는 성자처럼 자신의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착한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가짜 얼굴과 마주하는 자신의 사랑하는 제인 미어에게 미안함과 무거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정체를 아는 옛 연인 갬보기가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들의 혼인 생활이 행복할수록 질투시에 가득 참 갬보기는 그들을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행복하게 사는 제인 미어를 만나 남편의 정체를 폭로하며 그녀가 보는 데서 그의 마스크를 벗기고 맙니다. 그런데 마스크가 벗겨진 순간 옛날 흉측했던 조지 헬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고 오히려 그의 얼굴은 성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가면 뒤에서 끊임없이 회개하고 성자의 얼굴을 닮으려고 애써 노력하여 그의 얼굴이 바뀐 것입니다. 성자의 얼굴이 된 그는 이제 자신의 진짜 얼굴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진실한 사랑의 입맞춤을 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누구나 이런 가면을 쓰고 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보이는 가면은 나의 진짜 얼굴로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겉과 속이 다른 나'를 살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약함과 죄스러움을 주님께 고백하고 꾸준히 선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세월과 함께 자신이 쓰고 사는 성자의 얼굴 마스크는 나의 진짜 얼굴이 될 것입니다.
# 어느 날의 매일미사 묵상에 나왔던 글인데, 정말로 좋아해서 두고두고두고 보고 있는 글이다. 진짜 100번쯤 읽었으려나....
#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준다(아니려나?). 설령 아니더라도 난 그렇게 느끼고 살아간다. 하지만 난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나 역시 내가 만든 가면 속에 어둡고, 탐욕스러운 모습들을 감추고, 밝고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종종 나의 어둡고, 탐욕적인 모습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많이 힘들어진다.
# 누군가는 어둡고 탐욕적인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이고, 그 모습들을 인정하고, 드러내놓고 사는 것이 가식적인 모습이 아닌 진실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하지만 난 보편적인 종교를 믿고 있다. 그 종교에서 나는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까지 사랑해주시는 절대자가 계시고, 그렇기에 난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족함에서 조금 더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라고 배웠다. 그래서 아마 난 내 부족함, 어두움과 탐욕에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고 가식이고 가면인 것을 알지만 내 본질적인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부족함을 바라보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그 부족함을 바라보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왜냐하면 일상에서 그 부족함을 바라보다가는 내 약하디 약한 멘탈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활동을 한다. 종교공동체 안에서 나는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비난받기 보다는 이해받을 수 있고, 그러한 과정안에서 용기를 내어 나의 부족함을 바라볼 수 있다(꼭 종교공동체 안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관계들안에서의 나는 일상보다 편안하게 부족함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도 하다).
# 여하튼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그 부족함까지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고 믿는다. 나의 부족함을 내놓을 수 있기에 다른 누군가의 부족함도 이해할 수 있고, 그 사람의 가면을 쓴 모습을 격려해주고, 벗기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번 여름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기에 공동체 안에서 부족한 모습을 더 많이 드러냈고, 그 부족함을 굳이 가면으로 가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고, 오히려 격려해주었다. 그 격려안에서 나는 조금은 더 성장했다고 믿는다.
# 함께 보낸 수 많은 모두의 여름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각자가 성장하는 기억으로 남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부디 자신의 가면 속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인정해서 그 가면이 진짜 모습으로 바뀌어가기를 기도한다. 나 역시도 그렇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