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온 그 곳, 파리
파리에서 연말보내기 - 1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주는 도시, 파리. 나에게 파리는 설렘을 넘어서 항상 그리운 곳이다. 나는 이제까지 두 번 파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첫 번째 파리는 2003년 가을이었다. 당시 재수를 실패하여 술 독에 빠져있던 19살의 나를 어머니께서는 '유럽여행'을 통해 치유받고 오라고 패키지여행을 보내주셨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스위스, 독일 5개국을 다녀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는 아직 EU가 생기기 전이었고, 따라서 유로도 없었다. 그래서 각 국가의 돈을 조금씩 환전해갔었다.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5개국 10개의 도시를 들렀으니, 대부분이 이동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이틀이나 머물렀던 파리, 그리고 에펠탑은 내 마음에 와 닿았었고, 언젠가 다시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돌아왔었다.
두 번째 파리는 2010년 겨울부터 여름까지였다. 대학교 3학년 때 갑자기 교환학생이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플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토플 점수에 맞추다 보니 인기 있던 미국 대학으로는 성적이 안 되었고, 유럽 쪽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대학이 파리 9 대학이었다. 함께 교환학생 준비하던 대학 동기와 함께 파리 9 대학에 지원하게 되었었고, 그 친구와 함께 27살의 꿈 많은 청년은 파리에서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의 초입을 보낼 수 있었다. 소위 에펠탑 역이라고 불리는 트로카데로에서 매일 에펠탑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놀고, 파리에서 살아보았던 기억은 내 생애에서 아직도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틀을 머물렀던 첫 번째 파리와 달리 5달을 머물렀던 두 번째 파리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앞으로 8번은 파리에 더 와서 10번의 파리 방문을 채우겠다고 다짐했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와서 로스쿨에 진학했고, 치열한 3년을 보낸 이후에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 치열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 치열함 속에서 늘 마음속에서는 파리는 내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았다.
사실 그동안 갈 기회는 몇 번 있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던 시간이라든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고 개업을 준비했던 시간이라든지 등등. 정말로 가려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두려웠었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이 파리였는지, 아니면 파리에서 보냈던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함께 시간을 보냈었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곳에 가면 그동안 내가 나름 안정적으로 가꾸어왔던 내 삶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말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려웠었다.
그러던 중, 올 가을 꿈에서 파리에 갔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던 소소한 기억들(에펠탑이 잘 보이는 장소라든지,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이라든지)이 꿈속에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 괴로워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더니 기억이 났다.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약 2주간의 일정으로 2017년의 마무리와 2018년의 시작을 파리에서 보내기로 다짐하고 파리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19살, 첫 번째 파리를 다녀와서는 세 번째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잘 마치고, 그토록 원하던 대학생이 되었었다.
26살, 두 번째 파리를 다녀와서는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었고,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33살, 세 번째 파리를 다녀와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가 든다(이왕이면 신랑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기대감에 내게 더 이상 파리는 두려움이 아닌 기대로 다가오고 있다. 세 번째 파리, 그리고 그곳에서 보내는 2주의 시간, 그 2주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과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아마도 파리는 내가 떠난지 7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변하지 않는, 아니 변할 수 없는 것이 파리의 아름다움일테니까. 변하지 않은 파리에 변한 내가 방문해서 그려갈 시간이 기대된다.
현재까지 비행기표, 숙소, 잠시 다른 도시를 다녀올 기차표, 뮤지엄 패스, 바토 파리지앵 표, 근교 투어까지 준비가 되었다. 그래도 나름 살아봤었기에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데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구체적인 준비과정에 대한 정보를 나눠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나의 3번째 파리에서의 기록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Au rev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