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에 빠진 날

by 이승훈

컴퓨터 화면의 시계가 6시를 가리키자마자 서둘러 회사를 나섰다. 간만에 하는 6시 칼퇴근보다 좋았던 것은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서둘러 신사역에서 3호선을 타고 종착역인 대화로 향했다. 복잡한 퇴근시간 열차 한 가운데였지만, 그마저도 내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진 못했다.


대화역에서 내린 후에도 꽤나 길을 헤맸던 것 같다. 그만큼 그곳은 조용한 주택가 깊숙히 숨어있었다. 지도를 따라온 곳에 보이는 것은 해장국집뿐. 분명 전화까지 하고온터라 망하진 않았을텐데. 걱정과 함께 이리저리 둘러보다 이내 조그만 골목을 찾아들어갔다. 그리고 어두운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한 간판.


IMG_1772.jpg
'포스트웍스 목공아카데미'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위층은 모두 사람이 사는 빌라였다. "이런 곳에 공방이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잠시, 향긋하고도 묵직한 나무냄새가 나를 지하로 이끌었다. 처음보는 나에게 뻘쭘하게 인사를 하는 몇명의 사람들. 나도 마찬가지로 뻘줌하게 인사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공방답다 해야할까. 곳곳에 원목으로 만든 가구가 있었다. 그렇게 공방을 둘러보고 있을 때 낯선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냈다.

"이승훈씨죠?"

1년을 훌쩍 넘게 공방을 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나를 '이승훈씨'라고 부르는 선생님과의 첫대면이었다.


IMG_2566.jpg
이제는 사진으로만 추억할 수 있게 되어버린 옛 포스트웍스 공방


전화를 미리 하고간터라 교육과정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목공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으니 차분히 설명을 들었다. 기본 교육과정의 설명을 다 마치고 선생님이 물었다.

"목공은 왜 배우시려는거에요?"

문득, 무어라 답해야할지 몰랐다. 언제나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는 건축과에 편입하기 위해 이런책, 저런책을 사서 보기도 했으니까. 직업이 세 번 바뀌는 시대에 기술 하나쯤 배워놓아야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단순히 나무가 좋아서 하고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여러 이유 중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목공이 좋아서요."

그때부터 목공과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KakaoTalk_20190906_233338275_04.jpg
KakaoTalk_20190906_233338275_03.jpg
KakaoTalk_20190906_233338275_01.jpg
KakaoTalk_20190906_233338275_02.jpg
KakaoTalk_20190906_223620159_02.jpg
이제는 일일히 세기조차 힘들게 된 나의 수많은 작품들


얼마나 많은 작품을 만들었더라.

간단한 수납함부터 협탁, 도마, 스툴, 의자, 화장대 그리고 주문을 받아 만든 강아지 유골함.

그뿐이랴. 목표로 했던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좋은 기회로 공방 교육의 보조강사까지.

생각해보면 참 많은 가구를 만들었고, 참 많은 일이 있었다.


KakaoTalk_20190906_223229623.jpg
날아갈듯 기뻤던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증 취득


원목 가구는 알면 알수록 제대로 된 가치를 알 수 있는 법이다. 나도 물론 이케아를 좋아하지만, 원목가구는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풍부한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부디 이곳에서만큼은 원목가구의 매력에 대해 느끼고, 더 나아가 나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