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도전
며칠 전부터 '포켓몬 고'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모른 척했었는데
일본에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고 날이 갈수록 대화가 포켓몬에 관한 것이어서
이러다가 대화에서 소외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대세라면 나도 따라서 한 발이라도 담가야 하지 않을까 했다.
아들은 만 5살이 넘어서도 글을 읽을 줄 몰랐다.
딱히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학습이라는 분위기의 것에는 무조건 더디고 어려웠다.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데 하는 걱정에
히라가나의 '가'를 놔두고 가라고 읽는다고 열심히 반복하는데
멀뚱한 얼굴로 한참을 보더니 왜 그렇게 읽어야 하냐고 했다.
배우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아이에게
한참 열중이던 포켓몬 카드의 주인공들의 이름을 아느냐고 하니
이름에 특징에 파워까지 모두 외우고 있었다.
보통은 히라가나를 배우고 가타카나를 배우는데 포켓몬 덕분에 가타카나를 먼저 익혔다.
포켓몬의 이름을 읽을 수 있으면 그림이 없어도 알아볼 수 있다는 말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포켓몬은 아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데 사용되었던 도구여서
아들에게 열심히 카드를 사 주면서 카드에 있는 글자를 읽고 외우도록 했는데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포켓몬의 세계를 조금 맛보았었다.
일본을 떠나면서 잊었던 어릴 적 추억의 포켓몬을 다시 만나니 이야깃거리가 가득해졌다.
아들은 미국으로 오기 전에 포켓몬 카드 대회에도 참가했었는데
그런 아들을 위해서 난 포켓몬 카드를 넣으라고 헝겊으로 주머니도 만들어 줬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계속 듣고 있으니 그때의 시간이 생각나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이 시대의 놀이도 한 번은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들에게 나도 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운전을 하는 아들 대신 아들의 폰까지 들고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았다.
엄마가 아들에게 굉장한 서비스를 했다고 뿌듯하게 공치사를 하는데
아들이 포케볼을 얼마나 썼냐고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는 포켓몬을 잡지 말라고 한다.
아들은 포케볼 하나로 한 마리를 잡는데 난 적어도 4개 이상을 써야 하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은 정말 배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