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는 재미
나는 수집하는 것을 무지무지하게 열심히 한다.
미국에 와 살면서는 손에 들어오는 25센트 동전들을 필름통에 모았는데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발행되는 동전을 찾아내는 재미가
지금은 거의 카드를 사용해 손에 들어오는 동전이 없어 시들해졌다.
오래전 한국에서 모아 두었던 것들을 그대로 두고 일본으로 떠났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둘째 동생과 같이 모았던 미니카를 도둑맞았다.
같이 넣어 두었던 우표와 배지와 영화 팸플릿은 그대로 있는데
비싸게 보이는 미니카와 옛날 돈만 가져간 것이다.
미니카는 한 개씩 사 달라고 졸라서 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고
철로 된 차 문이 닫히는 소리도 구분 해 낼만큼 애착이 많았는데...
덕분에 난 한동안 많이 울었다.
추억을 도둑맞았다는 것에 엄청 서러워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눈물이 났는데
부모님이 도둑이 가져갔으니 잊으라고 하는 무심한 말에 더 많이 울었다.
부모님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고작 그것들만 가져간다는 것이...
이 글이 가져간 사람에게 읽혀졌으면 한다.
그런 물건들은 돈의 가치가 아닌 더 소중한 추억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렇게 난 뭐든 잘 모으는데 이런 내 습성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포켓몬 GO이다.
포켓몬을 잡아서 가장 힘이 좋은 것만을 골라내어 모으는 재미가 무척 쏠쏠한데
아무리 많이 잡아도 보관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며
이렇게 열심히 잡으면 금방 끝나겠지 하는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포켓몬의 종류도 많고
장소에 따라 나오는 포켓몬이 달라서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니게 만들어
거의 방콕을 즐기던 나를 집 밖으로 나가게 해 주니 운동도 겸하게 되었다.
나가야 하는 일이 있어도 미루고 미뤘던 내가 나갈 일만 있으면 얼른 움직인다.
포켓몬만 잡으려고 나가기에는 머리 허연 아줌마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나갈 핑계가 있으면 당당하게 장비를 챙기고 (스마트 폰의 충전)
복장에 신경을 쓰는데 (두 손이 모두 자유로워야 포켓몬 잡기가 쉽다)...
잡느라고 헤매고 다니면 햇볕도 듬뿍 받게 되고 다리 운동도 되는데
그 날 저녁에는 잡아 온 포켓몬들 중에 힘이 센 것만 남기고 캔디와 교환하고
캔디는 그 포켓몬의 힘을 늘릴 때 쓰거나 진화하는데 쓰여 많을수록 좋아
이런 작업들이 나의 레벨을 올려주고 그럼 더 힘이 센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런 것들이 나와 맞는지 정말 즐기는데
아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Pokemom이네 한다.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을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