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얻는 포케 볼
2016년 여름 미국에서 포켓몬 고에 흥미를 가졌는데
일본의 집에 도착하고 난 포켓몬 고를 해야 하는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다 풀기도 전에 쾌재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미국에서부터 일본 집 근처에 포케 스톱이 있다는 것은 확인을 했었지만
정말 집안에 앉아 5분에 한 번씩 포케볼을 얻게 될 줄은...
아파트 뒤에 있는 절벽이 중요한 지층이라고 포케 스톱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좋겠다고 야단이더니 집값도 오르겠다고 하기에
나도 이런 날을 위해서 이곳에 이사를 왔나 하면서 다 같이 엄청 웃었다.
내 스마트 폰은 미국에서 개통시킨 것으로
일본은 무료 와이파이가 거의 없어 집을 나서면 쓸모없는 것이 되는데
수영장 걷기 운동을 포켓몬 잡으며 걷기로 하고 그 비용의 절반으로
3개월 동안 쓸 수 있는 관광객 용의 스마트 폰 심을 사서 바꿔 끼웠다.
덕분에 집을 나와도 아이들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길거리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자판을 두들이는 경험을 했는데
포켓몬을 잡겠다는 열망이 이런 일을 주저 없이 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의 버스는 엄청 천천히 달리는데 그래서 버스 안에서도 잡을 수 있으며
버스를 25분 타고 종점인 고베 역까지 가면 관광지로 유명한 하버랜드가 있는데
고베에 이사를 하고 1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그 복닥거리는 곳을
계속 걸으면서 포켓몬을 잡으면 한두 시간 만에 1만 보는 거뜬하게 달성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세 발자국만 움직이면 포켓몬이 나타나 체면을 버리게 만드는데
집에서 가득 모아 온 포케 볼로 잡다 보면 250마리가 금방 다 차 버리니...
집에서 볼을 얻고 그 볼로 포켓몬을 잡고!
그 잡은 포켓몬이 대결을 한다고 하는데 난 거기엔 아직 관심이 없고 그저 모으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흥분을 하면서 포케볼에 상관없이 잡으려고 애를 쓰는데
이 열광으로 잡으면 승리감에 좋아하고 못 잡으면 아쉬워하면서 살아 있는 나를 느낀다.
딱 석 달을 이러고 살다가 미국에 왔는데 사람의 습관이...
가만히 집에 앉아서 볼이 모아지니 한 마리를 잡는데 무수히 볼을 써도 아깝지 않아
미국에 와서도 포켓몬을 잡는데 생각 없이 얼마나 포케 볼을 사치스럽게 쓰는지...
사람의 습관이 이래서 무섭구나 하면서 볼을 아껴 쓰느라고 머리를 많이 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