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Monica
포켓몬 고 덕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버스를 타고 나갔다.
차 없이 다닌 적이 없는 미국에서 이 포켓몬 덕분에 용기가 생겨
아들에게 버스 시간표 보는 법을 배우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알 수 있게 해서
대학이 종점인 버스를 타고 유명하다는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가는데
집을 나와 5분을 걷고 $1.25의 버스 요금으로 주말엔 35분 정도면 도착한다.
7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혼자 가보려고 한 적이 없었는데 도전을 한 것이다.
포켓몬고가 나온 여름 인기가 절정에 있었을 때 아이들과 해변가에 갔었다.
물놀이를 하러 간 것이 아니고 물과 관련이 있는 포켓몬을 잡자는 것인데
이곳에 이사를 와서 목적을 가지고 이 해변가를 찾은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차를 주차시키고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포켓몬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며 해변가에만 있다는 물과 관련된 것들이 나타나면
서로 잡으라고 흥분해서 큰소리로 떠들었는데 다들 그러고 있어 창피한 줄도 몰랐다.
유명한 관광지인 것도 있지만 포켓몬이 잘 나온다고 알려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독한 땡볕에도 모두들 포켓몬을 잡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거기에 우리도 보탰다.
작년 여름의 포켓몬 고의 인기에 비하면 지금은 폭 가라앉아 버렸는데
겨울이라 더 썰렁하게 추운 해변가를 한 바퀴 돌면서 포켓몬을 잡으며
갈매기 똥을 조심하고 홈리스와 스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포켓몬 고 덕분에 미국의 해변가를 혼자서 헤매고 다니는 모험을 한 것이다.
혼자서 이런 곳에 나와 있다는 자체가 무척 대담한 일이어서
내가 포켓몬을 잡자고 이런 모험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도 신기하다며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냐고 한다.
포케볼이 떨어져 가면 버스를 타고 해변가로 가는데
버스가 서는 곳마다 포케 스톱이 있어서 가면서 오면서 볼을 모을 수 있고
걷기 운동도 하면서 포켓몬도 잡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미국의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조금 있다가 포켓몬고가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운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순서도 꼭 맞아떨어지는데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서 손에 쥐고도 괜한 욕심을 낸 건가 했었다.
그 죄의식에서 벗어나라고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건지
포켓몬 고는 나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삶을 살게 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