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인생 전환
직장인만 은퇴가 있냐고... 나도 해 보자고 하는데
시간은 생각보다 넘쳐나지만 갑자기 다른 할 일이 생길 리가 없다.
시간이 많아 제2의 인생이라는 것에 끌리고 은퇴라는 것을 생각했는데
매일이 매일인 전업 주부가 은퇴를 한다면 집안 살림에서 손을 놔야 하는지
그럼 그 집안일과 끼니는 책임져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지
그렇다고 내 손으로 내가 먹는 끼니를 남에게 부탁하고 싶지도 않고
내 옷은 내가 빨아 입고 싶은데 그럼 은퇴라는 말은 안 되는 것 같다.
왜 은퇴라는 것이 하고 싶을까...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해 왔던 지겨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며 내 물건은 내가 닦아야 안심이 되니
은퇴는 아니고 뭔가 다른 일을 한다면 투잡이 되는 건가 하고 웃었다.
시간 메꾸는 일을 찾아 머리를 굴리니 왠지 힘이 빠지는 것만 떠오른다.
한동안 건드리지 않았던 벽장 청소에 오랫동안 쓸 일이 없어서 그냥 방치된 그릇 닦기
전업 주부에서 은퇴를 해 보자고 하면서 생각한 것들이 고작 이렇다.
30년 전업주부 생활은 뼛속까지 전업주부였는지 벗어나기가 힘들다.
뭔가 생각을 새롭게 별나게 해 본다고 하는데 끝은 전업주부 일에 와 있다.
뭘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을 해야 전업주부를 은퇴하게 되는지...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다니는 일은 어떠냐고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적어서 붕 떠 있는 생활을 하는데
난 도리어 한 곳에 주저앉아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한다.
나는 나를 움직이는 뭔가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것을
그래서 내가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것을 찾는데...
시간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건 내가 그리 필요하지 않다는 말도 되니
뭔가가 내가 더 살아도 된다고 뿌듯하게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래서 자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자식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들은 얼마나 갑갑할까
나의 은퇴는 자식에게 자유도 주고 나도 자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내가 은퇴를 한다며 서성이니 조금씩 주변이 다르게 보인다.
생각을 달리하면서 사는 것이 은퇴가 될듯해서
결국 살림을 살면서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답을 찾기로 한다.
이제는 꼭꼭 세 번의 끼니를 해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서
주부라면 그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은퇴라는 것으로...
전업주부가 자식을 위해서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면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 집안을 쓸고 사과를 깎아 그릇에 담아 앉아 먹는다면
이건 같은 일이기는 하지만 전업주부의 일과는 다른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니
전업주부의 은퇴라는 것은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거창하게 새로운 일을 찾거나 취미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는데
이젠 같은 집안일을 해도 물건도 액자의 위치도 내 눈높이에 두어도 되고
먹고 싶은 과일도 내 입맛만 생각하면 된다는 것에 은퇴를 하는 일이 된다고
이런 것이었구나 하니 벌써 난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한다.
역시 난 내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