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에서 얻은 것들

시행착오

by seungmom

철저한 준비라는 것은 내가 만든 착각이었다.


옷을 많이 들고 갔었다.

멋지게 장소에 따라 갈아입자고 하는 옷들이 아닌 옷을 잔뜩 챙겨 넣었는데

열대 지방에 가는데 하는 생각에 면 티셔츠를 있는 데로 다 가방에 넣고

적당히 땀에 젖으면 갈아 입고 모아 두었다가 세탁을 부탁하자고

휴양을 위한 여행이니 세탁을 부탁하는 정도의 사치는 부려도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트레킹을 하기 전까지는 적당히 땀에 젖은 셔쓰를 말려서 모아 두며

내 머리로 짠 작전이 잘 한 것이라고 이대로 지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트레킹을 하려면 긴팔과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을 거라고 하는 말에

내가 가져온 옷 중에 가장 시원하고 가벼운 긴 바지와 긴 팔의 옷을 입으며

이 정도면 아무리 덥다고 해도 바람이 통해서 땀이 마를 거라는 생각이었다.


10월의 발리의 두 시간의 트레킹은 땀을 물처럼 뒤집어쓴 것이 되어

머리카락 끝에서도 땀은 뚝뚝 떨어지고 헐렁거리던 바지가 다리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긴 바지와 긴팔의 옷은 일본의 더운 여름에도 선선하게 잘 지낼 수 있어서

역시 대한민국의 옷은 다르다며 아끼면서 입던 옷들이었는데

두 시간 동안 땀을 말릴 짬도 없이 걸으며 흘렸더니 결국엔 이 꼴이 되었던 것이다.

비틀어 짜면 땀이 나올 것 같은 젖은 옷을 말리려고 걸어 놓고 샤워를 하고 나니

친구가 발리 여행은 어떠냐고 화상통화를 해서 트레킹 다녀온 아야기를 했는데

푹 젖은 옷을 그대로 말리면 말라도 땀 냄새가 나니 바로 빨아 두어야 한다며

한번 쿰쿰한 냄새가 베이면 방법이 없다는 말에 아끼는 바지를 그렇게 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난 휴양을 와서도 빨래를 해야 하나 하면서 세면대에서 샴푸로 빨아 물이 빠지게 걸어 두고는

엄청난 깨달음으로 바로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 알았다.


내가 챙겨 온 물건의 반이 면 티 셔츠였는데...

어차피 이렇게 빨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으면 딱 석장의 셔쓰로 충분했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빨아 놓고 보니 가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그 많은 옷 뭉치가 점점 더 커져서 무겁게 보였는데

통풍이 잘되는 옷 몇 장만 있으면 몇 달이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기 퇴치에 관한 것은 모두 전부 다 사 들고 왔다.

모기향도 피울 거라고 라이터까지 현명하게 챙겼는데...

홈매트 모기향에 스프레이 모기 기피제에 모기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도 강한 것과 약한 것을 모두 사면서

이것들을 모두 쓰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떤 상황이 되어 어떤 형태의 것이 필요할지 몰라서

나중에 남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하기 전에 상점에서 보여주는 모든 종류의 것들을 다 사고 말았다.


열대 지방이라면 덥고 그래서 벌레도 모기도 많다고 들었고 여기저기에도 꼭 준비해서 가라고 쓰여 있었는데

조용한 휴양지 같은 호텔에서는 도마뱀붙이가 벌레를 먹어서 그런지 눈에 뜨이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안내서가 방문 밑으로 들어와 열심히 영어를 읽어 냈더니 모기 애벌레를 죽이는 약을 친다고...

아파트 주민이나 받는 이런 안내문은 나를 여행의 설렘과 환상에서 빠르게 현실로 가게 했는데

번화가인 쿠타에서도 호텔 안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모기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산속의 트레킹에서 열심히 옷 위로 운동화에 기피제를 뿌려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유일하게 잔뜩 모기 퇴치에 관한 것을 사용한 날로 트레킹을 하지 않았다면...

덕분에 거액을 들여서 한 뭉치 산 것들은 거의 쓰이지 않아 그대로 고스란히 짐이 되었는데

열대 지방이라고 해도 그 지역에 따라 다르고 호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환전에 관한 것이다.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택시를 타야 하고 그럼 인도네시아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인도네시아 돈도 미국 돈도 같이 쓸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럼 아예 미국 돈으로 바꿔서 들고 갔다가 남으면 미국에 가져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인도네시아 돈은 남아도 또 환전을 해야 하니 그런 손해 보는 일은 만들지 말자고 머리를 썼다.


이번 여행을 위해 모아 두었던 일본돈을 일단 모두 미국 돈으로 바꿨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돈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그게 내 생각과는 엄청 달랐다.

한국에서의 환전은 한국돈으로 해야 한다고

미국 돈을 내밀었더니 이것을 일단 한국돈으로 환전을 해서 다시 인도네시아 돈으로 바꾼다며

이중으로 해야 하니 손해를 본다면서 발리에 도착해서 교환을 하라고 했다.

난 뭔 짓을 한 건지 일본에서 미국 돈으로 바꾸려고 한나절이나 허비했었는데...












와이파이는 필수!

나는 로밍이라는 것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로밍을 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와이파이만 있으면 아이들과 소통이 되고 메일도 인터넷도 가능하니 이것만은 필요했다.

찾아본 정보로는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심카드를 팔고 있느니 공항을 떠나기 전에 사라고 되어있었는데

발리의 공항은 예외인지 내 영어 탓인지 누구에게 물어도 공항에는 그런 것은 팔지 않는다고 했다.


휴양지 같은 호텔 주변에 가장 번화한 거리라는 곳을 셔틀버스가 데려다준다고 해서

혼자서 엄청 용감하게 시골의 번화가라는 곳을 헤매고 다니며 심카드 파는 곳을 찾았는데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옷차림과 인상으로 택시를 탈거냐고 묻는 아저씨들과 숨을 쉬기도 힘든 더위에

간판의 영어는 알파벳이기는 한데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점점 짜증이 났었는데

여러 번 왕복한 길에서 혹시나 하면서 들어가 물어보니 정말 휴대폰 심카드를 팔고 있었다.

이런 천운이.. 하는데 예쁘장한 점원 아가씨가 내가 흘리는 땀을 보고는 선풍기까지 틀어 주어

보여준 여러 종류의 심카드 중에서 고마운 마음에 넉넉한 것으로 샀다.


그 넉넉한 심카드는 나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 줬다.

셔틀버스가 와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안 와서 전화를 빌리자고 심카드 집으로 갔더니

아가씨는 내 심카드로 전화도 할 수 있다고 알려줘 호텔에 셔틀버스를 보내 달라고 하고

비행기 날짜를 바꿀 때에는 한국에 전화를 했더니 발리에 있는 사무실에 전화하라고 해서

인도네시아 주민 같은 기분으로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었다.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포켓몬도 잡게 해 주었다.



영어는 단어만 나열해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혼자서 하는 여행에서 난 소통이라는 것을 했는데 영어를 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러니까 그 안 되는 영어를 떠들면서도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지 않고 했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좋은 징조인지 나쁜 징조인지 아무튼 난 영어에 대한 좋은 두려움도 나쁜 두려움도 없다는

영어라는 것은 그저 영어이면 된다는 것을 알아 엄청 편해졌다.

이제 어디든 영어 때문에 피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인지...


인도네시아 사람도 영어는 외국어이고 나에게도 외국어가 되어

난 무척 편하게 창피한 것도 모르고 떠들었는데 그래서 그럭저럭 뭐든 할 수 있었다.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영어로 곤란해지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좋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미국에서 지낸 것이 아주 쓸모없지는 않았나 본데

실력은 아니고 그저 무디게 뻔뻔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은 늘어난 것 같았다.

이런 것도 실력에 들어 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혼자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난 역시 관광이나 쇼핑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은 해 보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했지만 이번에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의상이나 습관 풍습 등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봐서 그런지 덤덤한데

아침마다 꽃잎을 가지런히 놓은 일상이 그것을 보는 입장에서는 좋았지만...

그러면서 태어나서부터 매일 하는 일이었다니 당연하겠구나 하며 안심이 되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저 관심이 있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거리와 산속에 버리져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었고 안내인이 버는 수입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쓰레기는 종이나 헝겊으로

언젠가는 썩어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곳의 쓰레기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쓰레기가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엄청 걱정이 되어 신경이 쓰이는데

이런 아름다운 자연은 얼마나 버텨줄 건지...


내가 트레킹을 호텔에 부탁하면 미국 돈으로 60달러를 내야 했는데

이 안내인은 겨우 20달러를 받고 땀을 흘리며 거의 3시간 일하는 것이 왠지 납득이 안되어

난 20달러를 따로 더 지불을 했는데 급하게 얼른 감춰서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이런 걸 호텔 측에서 알게 되면 호텔에서 일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님은 없고 남자 형제만 4명으로 장남이라고 하는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해변가 절벽의 트레킹을 거절하지 못했다.


난 생각과 현실은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과 환상은 무섭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한지도 확인을 했다.

이제는 여행에 쓸데없이 망설이면서 나를 들볶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다음에 또 이런 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꼭 참고를 해야겠기에 쓴다.


그런데 여행을 즐기는 친구가 또 우긴다.

친구도 없이 간 여행이 여행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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