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생일상
컴퓨터에 넣어 둔 사진을 정리하다가 눈에 뜨였다.
60 생일날은 나를 위해서 내가 두 팔을 걷어 부쳐야 한다고
머리를 쥐어짜서 나를 위한 여행을 준비하고 용기를 내어 실행하는데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던 여행은 그 용기만 나를 위한 것이 되고 말았다.
여행지에서 멋지게 한 상을 차려 먹을 거라던 계획은 고이 접어 버리고
환승지인 인천 공항에서 곧 다가올 생일날을 위해서 미역국을 샀다.
한국 마른미역과 생긴 것은 비슷한 일본 마른미역은 익혀서 말리는지
그 마른미역을 푹푹 끓였더니 형체가 사라져 처음엔 엄청 놀랬었다.
그래서 한국식 미역국을 끓여 먹으려고 미역은 한국에서 사다 썼는데
아이들이 미국에 있게 되고부터는 한국 미역을 미리 사 두지 않았고
여름에 아이들에게 다녀오고 겨울에 다시 가기 전에 오는 내 생일날
혼자서 지내게 되는 생일날에 미역국을 떠 올린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 생일을 무시한 것은 아니고
아이들이 보내 준 생일 카드를 늘어놓고 아이들과 영상통화도 했었다.
한국의 오래된 친구는 영상통화로 생일 미역국은 먹었냐고 물었는데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도 미역국이라는 생일상에 대한 기억이 없어 그런지
미역국이 뭐라고 하면서 일본 된장국에 미역은 항상 들어가 있어
미역이 들어가 있으면 미역국이지 하면서 먹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타국 생활 몇십 년 만에 한국을 자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미역국이 맛도 맛이지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아버지의 생신을 시작으로 봄이 끝날 때쯤 엄마의 생신인데
엄마의 자랑이었던 장남의 생일이 그 중간에 있고 어버이 날까지 해서
꽃과 케이크와 외식과 선물로 미리미리 예고하신 엄마는 엄청 즐기셨다.
여름이 되고 차남의 생일이 오는 동안 시간이 걸려 즐거움이 줄어들고
추석이 지나고 생일이라는 단어가 잊힌 지 오래된 늦은 가을날에
내 생일은 너무 조용하던지 뭔가에 집안이 들썩이던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잊혔다는 말도 우습게 들리게 살며시 지나가 버렸다.
그때도 난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 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생일 미역국에도 케이크에도 목매지 않고 쿨 했었다.
친구는 스스로 자기 생일 선물을 샀다며 자신만이라도 챙기라고 해서
조금은 나도 내가 귀하다는 것을 마음에서 행동으로 해 보자고
60번째 생일은 여행을 다녀오고 미역국도 먹기로 했었다.
인천 공항에서 생일날에 먹자고 나름 골라서 미역국 한 봉지를 샀다.
그리고 일본 큰 마트에 미국에서 사 먹던 파김치를 팔아 얼마나 반가운지
일본에서 파는 김치는 일본인 입맛에 맞게 만든 것이어서 색과 이름만 김치로
준다고 해도 먹고 싶지가 않았는데 맛이 보증되는 한국산 파김치를 보고는
딱 파김치만 진열된 것을 보니 계속 판다는 보장도 없을 것 같아 욕심을 냈다.
그래서 생일날 친구에게 증명을 하자고 사진을 찍으려니
책상에 깔아 놓은 유리가 반사를 해서 있는 종이 냅킨을 펼쳐 놓고
미역국에 파김치만 있으니 색이 그래서 남겨져 있던 굴 프라이를 곁들이니
그런대로 멋진 혼자서 처음 차려 먹는 미역국 생일상 사진이 되었는데...
그런데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조금 궁상맞아 보인다.
달걀말이도 하고 좋아하는 오징어무침도 같이 했다면
기억에 남길 60 생일상이 푸짐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겨
다음엔 좀 더 반찬의 가짓수도 늘리고 케이크 한 조각이라도 사서
넉넉한 생일상의 사진을 남겨두자고 나에게 약속을 한다.